[뉴스&뷰] 의료기기 공급체계 구축 ·이력관리 등 적정성 평가 필요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라포르시안]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의료 보장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의료 보장성 강화는 의료 취약지역을 해소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의료진 확충이 선행돼야한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의료기기 공급과 이력관리 또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국내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서자 중환자 병상 부족의 우려가 제기됐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은 전담 의료진과 산소호흡기 또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 공급장치) 등의 의료기기가 갖춰진 곳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해 8월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대비한 실제 가용 병상을 조사한 결과 약 42% 부족하다는 통계가 있었다. 부족한 병상도 문제지만 에크모 등 중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기기 수급도 문제점으로 불거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의료기기 공급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이러다 '에크모' 있는 병원 찾다가 환자 숨지는 상황 나올수도">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필수의료기기 목록을 재정비하고 의료기기 긴급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의료기기 특성상 긴급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뿐더러 전문적인 의료기기 교육 또한 쉽지 않다.

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이력관리는 비단 코로나19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의료 불균형’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017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진료실 인원 기준 320만 명이 본인 거주지역이 아닌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도권 병의원으로 원정 진료를 온 것으로 확인돼 지방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려졌다.

이 가운데 약 48%에 해당하는 155만 명은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중증은 물론 경증질환 환자도 수도권 병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 역량, 교통 편의성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방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병원이 보유한 진단영상·특수장비 등 의료기기 신뢰도가 더 높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소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7월 기준 2002년 이전에 제조돼 사용연수가 15년이 넘은 노후 의료장비(일반·진단방사선·특수) 지역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 비해 강원·대구·충북지역의 의료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심평원에 신고된 의료장비 중 18% 제조연월 정보 없어>

2002년 이전 제조(사용연수 15년 이상) 노후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2017년 7월 기준-단위: 대, %)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윤소하 의원실 제출자료)
2002년 이전 제조(사용연수 15년 이상) 노후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2017년 7월 기준-단위: 대, %)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윤소하 의원실 제출자료)

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과 이력관리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와 더불어 의료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크게 5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1차 의료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 지원이다.

수도권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지방의 의료장비 노후화와도 그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 1차 의료기관에 진단 장비를 지원해 경증질환 환자가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가지 않고도 본인 거주지에서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기술을 접목해 점점 작아지고 사용법은 간편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초기 진단을 보조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 높은 의료기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지역 1차 의료기관은 높은 진단 정확도로 환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의료기기를 활용해 지역 환자에 대한 주치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의 적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적시에 정확한 진단과 진료를 위해 필수적인 의료기기의 유효성 안전성 관리방안이 부재하다보니 노후화된 의료기기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 진단영상장비의 자율적인 품질관리가 이뤄지는 것처럼 의료기관 내 의료기기에 대한 체계적인 품질 및 이력관리 방안이 요구된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장비에 대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부착된 바코드만 스캔하면 간단히 장비 이력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적인 이력관리방안을 시행한다면 의료기기 정도관리가 가능하다.

셋째 의료기관의 혁신 진단기술 도입도 고려해야한다. 원격의료는 오래 전부터 의료 불균형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거론돼왔지만 여전히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대안으로 환자에게 패치나 센서 등을 부착해 실시간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비·생체 센서 등 진단기술을 활용한 환자 모니터링이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이미 부착형 생체 센서나 웨어러블 및 손목시계형 장비는 기존 의료기기 수준으로 정확도가 높아 이를 활용해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직접 관리가 이뤄진다면 실시간 환자관리가 가능하다.

가령 만성질환자은 혈압 혈당 심전계 등 실시간 관찰이 필요할 때 접근성이 좋은 거주지 병의원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환자 모니터링이 활성화된다면 환자와 지역 병의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직역별 업무영역 확대로 적절한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증외상 등 응급환자의 빠른 진단과 응급처치는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응급환자의 긴급한 처치를 위해 응급구조사에게 일부 의료기기 사용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주사행위를 할 수 있지만 응급구조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14가지 업무범위만 허용된다.

2019년 2월 13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대한응급구조사협회가 공동 개최한 ‘응급구조사의 역할 및 업무범위 개정 공청회’에서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에 ▲휴대용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 유지 ▲응급환자에 대한 말초정맥혈 또는 의사에 의해 이미 확보된 중심정맥관·동맥관을 통한 채혈 ▲12유도 심전도 측정 ▲혈당 측정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와 의료 불균형 해소는 의료기기의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과 이력관리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산업적 가치가 큰 만큼 ‘안전성 확보’와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사용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져야한다.

의료 불균형 해소는 물론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보건의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료기기 공급 및 사용 확대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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