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의료원서 코로나 유행기간 간호사 674명 사직
"3개 병원 간호사 임용후보자만 197명...코로나병동 인력기준 마련 절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사진 제공: 의료연대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사진 제공: 의료연대본부

[라포르시안]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다보니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소진될 만큼 일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갔습니다.....인력충원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도무지 병원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병원에서 간호사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1년 7개월 넘게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고 있지만 감염병 전담병원 간호인력 충원 없이 업무 과중에 시달려 소진에 탈진을 거듭하다가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

70일 넘게 연속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1000명에서 2000명대 사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4차 유행 중심지로 유행 확산이 거세지면서 감염병 전담병원 의료진의 업무부담이 심각한 지경까지 왔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첫 발생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 수는 674명에 달한다.

4차 유행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중심으로 거센 탓에 수도권 코로나 거점 및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 업무 과중이 커지고 인력충원도 제때 이뤄지지 않자 견디다 못해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감염병전담병원의 경우 인력기준 없이 확진자수 증감에 따라 그때그때 주먹구구식 인력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소속 한 간호사는 “환자들은 집중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지난 1년 내내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는 쉬는 날도 불려 나와야 했고, 중증도가 높고 손이 많은 가는 환자가 여전히 있어도 병원은 반대로 확진자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근무조당 간호사 인력을 줄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병원은 주먹구구식으로 코로나19 인력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인력기준 없이 코로나병동을 운영하면서 일반병동 간호사까지 업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라매병원 한 간호사는 "서울시에서 답을 미루는 동안 보라매병원의 코로나병동 간호사 및 일반병동의 간호사까지 죽어가고 있다"며 "4차는 3차보다 심하지 않을거라 말했지만 다시 간호사 1인당 환자 8명씩 봐야하는 상황이 왔고 호흡기 치료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여전히 당장 내일 어디서 근무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연대본부는 작년 말부터 서울시 측에 코로나19 병동 인력기준 마련과 인력충원을 요구해 왔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 기준을 만들고, 그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고 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 의료진의 거듭된 요구에 서울시는 지난 1월 말부터 시 산하 공공보건의료재단을 통해 코로나19 병상에 대한 적정 간호인력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코로나병동 간호인력기준 연구가 완료됐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지난 1월 23일 감염병동 인력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그 연구용역에 의료연대본부도 최선을 다해 참여했다"며 "하지만 서울시는 복지부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면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복지부가 마련한다는 인력 기준과 실행계획은 2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서울시는 발표만 하면 되는 연구용역 결과를 손에 꼭 쥐고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3개 병원의 간호사 임용후보자만 총 197명으로, 인력 기준이 발표되면 채용할 간호 인력은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되는 의료인 수가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간호사는 하루 1명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가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6월 말까지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에 확진된 의료인은 총 291명이다. 이 중 간호사가 188명(64.6%)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의사 67명(23.0%), 치과의사 25명(8.6%), 한의사 11명(3.8%) 순이었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작년 2월 이후 6월 말까지 환자를 치료하다 확진된 의료인은 총 565명이며, 이 가운데 간호사가 73.5%(415명)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