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전담 치료병상 운영 관련 내과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
"업무 부담 가중·다양한 임상경험 기회 감소...전담인력 확보 필요"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속에서 확진자 치료병상을 운영하는 전담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수련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코로나19 전담병동 운영에 따른 수련환경 및 전공의 과로 실태 파악을 위해 전국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병상 운영 관련 내과 전공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대전협은 "설문조사 결과, 추가적인 인력과 인프라 확보 없이 만들어진 코로나19 병상에 기존 전공의들이 투입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진료에도 차질을 빚어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병동의 88.8%가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으나 병원별로 중환자 관리를 위한 장비 등이 부족해 기존 중환자실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처치가 늦어지거나 적절한 처치를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한 전공의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인공호흡기까지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해 일반 병동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이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도 필요한 의료처치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95% 병원에서 야간에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가 1명만 근무했고,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까지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코로나 병동 출입 시 'Level D'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병동에 들어가면 전자기기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병동에서 발생하는 담당 환자의 상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환자 처치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중 91.7%가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고, 72.9%는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주간에 코로나 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 병동이 마련돼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한 전공의는 "(정부는) 판데믹 상황이라 전공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수련기회 감소 및 열악한 근무요건에 대한 처우개선 및 충분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한 기존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전담 의사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라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충분한 지원이나 대책없이 코로나 병상만 늘린 결과 전공의 특별법 조차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하게 돼 안타깝다”며 “코로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 회장은 "피교육자 신분인 내과 전공의를 값싼 코로나 대응 인력으로 내몰 게 아니라, 정상적인 내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내과 의사로 키우기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협은 내과뿐만 아니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다른 과에 대해서도 코로나 병동 업무 지원에 관한 실태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