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등 역임한 고위공무원 출신
'국민연금에 삼성합병 찬성' 지시 전달한 인물로 주목
의료기기업계서 우려와 기대 의견 엇갈려

[라포르시안]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이사장 이재화)이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재 공석인 전무이사에 조남권 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조남권 의료기기조합 신임 전무이사
조남권 의료기기조합 신임 전무이사

오는 11월 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하는 조남권 신임 전무이사는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과 행정고시 31회 동기이고, 복지부에서 연금정책국장·복지정책관을 거쳐 장애인정책국장을 마지막으로 2018년 6월 30일 명예퇴직했다.

이후 2018년 8월 제3대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올해 7월 31일자로 퇴임했다.

이재화 의료기기조합 이사장은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그간 복지부가 화장품·제약산업에 많은 지원정책을 펼쳤지만 상대적으로 의료기기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조남권 신임 전무이사가 복지부 출신인 만큼 조합과 의료기기제조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정부 관계 강화와 함께 조합 회원사들의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기대감과 달리 의료기기업계 일각에서는 조남권 신임 전무이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 신임 전무이사가 복지부 공무원 시절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별다른 반대나 이의 없이 이행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피해를 야기한 도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 때문이다.

당시 언론보도와 특검 수사결과, 이후 법원 공판 내용을 종합해보면 조 신임 전무이사는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시절 당시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으로서 문형표 당시 장관 지시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리도록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압박한 인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이재용 경영승계 위해 국민연금 수천억 손실 감수했나”,  메르스 부실대응 징계는 피했지만…‘삼성합병 외압 의혹’ 문형표 긴급체포>

이와 관련 의료기기업체 한 임원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시절 잘못된 정책 실무자로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분이 의료기기산업계로 와서 정부를 상대로 의료기기 지원책을 제안했을 때 과연 신뢰성과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 회원사 대표는 “조합 이사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과거 논란이 됐던 인사를 전무이사로 영입한 건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임 전무이사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조합 회원사 대표는 “조남권 전무이사의 과거 행적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법적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지 않냐”며 “정치적인 관점에서의 우려보다는 전무이사로서 향후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성과를 내는지 지켜보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의료기기조합 측은 조 전무이사 영입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화 조합 이사장은 “조남권 신임 전무이사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시절 삼성합병에 관여한 일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조 전무이사를 추천한 다수 인사들 말을 들어보면 본인 잘못이 아니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명예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조 전무이사가 활동하는데 문제가 되거나 제약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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