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장제도 따라 상이한 의료이용…외국인 환자 증가로 보장성 축소 움직임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국가간 외국인 환자의 이동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각 국가의 의료보장제도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의료 이용 형태를 보인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국가의료보험제도(NHS·National Health Service) 운영하는 영국,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 등 3개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장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한국, 3개월만 거주하면 건강보험 가입 자격…불법·부당한 이용 늘어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까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사업장의 근로자, 공무원 또는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직장가입 대상자에, 직장가입자가 아닌 외국인과 재외국민 중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했거나 유학·취업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이 명백한 경우는 지역 가입대상자에 해당된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78%나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과 재외국민 수는 2007년 32만6,085명에서 2008년 37만8,888명, 2009년 42만2,987명, 2010년 48만1,090명, 2011년 55만1,156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는 58만0,403명으로 늘었다.

특히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외국인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2012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재외국민과 외국인 58만여명 중 95% 이상이 외국인이었으며 재외국민은 4.5%에 불과했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이용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민주당 최동익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재외국민 및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건강보험 이용현황’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부담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급여액은 2008년 1,256억원(재외국민 171억원, 외국인 1,08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696억원(재외국민 221억원, 외국인 2,47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낮은 의료비 본인부담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11년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불법·부당한 의료기관 이용은 4만5,329건에 달했고, 불법·부당하게 지출된 급여비는 13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증을 대여·도용한 외국인이 대거 적발돼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건강보험증을 빌려주거나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쓴 혐의로 외국인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특히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하면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가 되는 점을 악용해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입국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6년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 12만9,257명 중 2만6,656명이 보험료를 1년 미만으로 납부했다.

6개월도 채 내지 않은 외국인도 1만2,000명 이상이며, 심지어 건강보험에 가입해 치료를 받고 보험료가 청구되기 전에 본국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영국 "외국인 무상의료 스톱, 유상진료 추진"

외국인 환자의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무상의료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영국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영국은 지난 1948년부터 국가 의료제도(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누구나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외국인의 경우 6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 NHS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상의료 혜택만을 위해 입국하는 의료관광 목적의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어 영국 정부의 비용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동유럽 및 서부 아프리카에서 다태 출산이나 복잡한 산모 질환, 암, 신부전 및 HIV 치료처럼 환자 당 최고 9만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고가의 진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대거 영국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이 주요 의료관광국이 된 이유는 무상의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제도(NHS) 인증번호를 구하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NHS는 지자체의 거주민 정보 관리 서비스와 병원 서비스 간 연계가 원활하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 카드를 발급받는 방법 중 하나가 ‘지역 외래 환자 외과’에 등록하는 것인데 거주지 주장이나 의료관광과 같은 모호한 체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직원이 충분하지 않아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NHS를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다.또한 영국에서 외국인이 NHS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거주자’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단기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과 그 배우자에게까지 치료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도 외국인 진료의 급증 원인이 되고 있다.결국, 영국 보건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NHS) 재정난 극복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이주민에 대한 유상진료를 도입해 연간 5억 파운드(약 8,551억원)를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 유럽연합(EU) 출신 중 6개월 이상 체류 목적으로 입국하는 유학생과 이주민에게 비자를 발급할 때 연간 200파운드(약 34만원)의 NHS 이용료를 선납토록 하고 단기 관광객이 NHS 진료시설을 이용할 때도 진료비를 받을 계획이다.

보건부는 사전 의료비 징수로 연간 2억 파운드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무자격 이주민에 대한 유료진료 확대와 의료비 발생국에 대한 청구로 나머지 금액을 충당할 방침이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NHS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국제용 서비스는 아니다”며 “외국인 거주자나 방문자도 영국 납세자처럼 정당한 이용 대가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엄청난 진료비 부담에 미국인조차 해외로"우리나라나 영국과는 달리 미국은 아직까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은데다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보장체계 탓에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피해 미국인까지도 진료를 위해 해외로 출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제건강보험연합 IFHP(International Federation of Health Plans)의 ‘2012년도 국가별 의료비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1개 조사국가 중 병원비를 비롯해 각종 의사 진료비 검진비 약값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2~14배까지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자연분만의 경우 평균 9,775달러, 제왕절개수술은 1만5,041달러이며 관상동맥우회로수술은 14만4,000달러, 심장판막수술은 17만달러에 이른다.

하루 입원비도 평균 4,287달러에 이르며, 의사 진료비도 1회 평균 95~176달러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헬스 데이터 2012’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비는 GDP(국내총생산)의 17.6%로, OECD 평균인 9.5%보다 훨씬 높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약 84%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보험료 자체가 비싼데다 병원 진료비까지 고가이다 보니 연간 200만명의 미국인이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파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 내 외국인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외국인이 미국에서 개인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합법적 거주기간이 3개월 혹은 6개월이 경과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지난 3개월간 미국에서의 고용증명서 ▲지난 3개월간 신청자 이름으로 된 아파트 렌트 또는 집 페이먼트 영수증 ▲지난 3개월간 유틀리티 영수증(전화, 전기, 가스, 수도 등) ▲지난 3개월동안 치료받은 의료기록 ▲유효한 Form I-94 비자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미국에서 단기 체류 중인 외국인이 의료서비스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미국에 유학 중인 우리나라 유학생이나 재미동포의 경우 고액의 진료비가 부담돼 치료차 다시 귀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국에서 진료 받을 비용이면 우리나라에서의 진료비는 물론 왕복 비행기 값에 체류비까지 합치고도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치아 근간치료(신경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600~1,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험 적용을 받으면 2~3만원이면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부터 전격 시행되는 일명 ‘오마바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ACA, Affordable Care Act)이 시행되면 미국인 4,400만여명이 새롭게 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오바마 케어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재미 외국인의 건강보험 적용 문턱은 여전히 높다.

미국 소득세법에 의거 미국에 183일 이상 체제하면서 미국 국세청 규정상 거주 외국인으로 세금보고 자격이 주어지는 외국인은 보험구매 의무가 주어지지만 세금보고를 하더라도 183일 이하의 단기 체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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