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 "감기약 부족, 신속대응시스템으론 해결 안돼”
“제약사들 "'조제용' 감기약 공급 늘려야"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기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 운영에 들어갔지만 약업계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일선 약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기약 수급 문제의 원인이 약의 총량이 아닌 공급에 있는 만큼 이에 맞는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감기약의 수급이 특정 품목 또는 일부 지역 약국에서 불균형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을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함께 구축하고 지난 8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의 개념은 이렇다. 약사회가 일선 약국을 통해 공급이 불안정하다고 파악한 감기약 10개 품목을 매주 선정하면, 식약처는 해당 품목을 포함해 동일한 성분 제제 목록을 제약바이오협회를 거쳐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에 입력한다.

제약업체가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에서 제품 목록을 확인해 자사의 해당 제품 재고 현황에 따라 ‘공급 가능 여부’를 입력하면. 약국은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에서 제약업체가 ‘공급 가능’으로 입력한 품목 목록을 확인해 필요한 감기약을 거래 도매상 등에 공급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약업계의 입장이다. 신속 대응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소량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 자체가 총량에 대한 접근인데,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감기약 총량이 아리라 수급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의 베이스는 현재 운영 중인 소량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인데, 이는 약국에서 소포장 의약품의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공급 일정을 안내하는 방식이다”라며 “쉽게 말해, 소포장 공급 상황을 점검함으로써 수요가 없으면 공급량을 줄이고 반대로 수요가 많으면 늘리는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량포장 의약품 공급 안내 시스템은 약의 총량을 조절하는 개념인데, 현장에서는 수급이 되냐 안 되냐로 어려워하고 있다. 총량에 대한 접근이 아닌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근본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판매용 감기약에 비해 조제용 감기약의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약국에서 조제용 감기약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제약사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의 단가 때문”이라며 “일반 판매용 감기약의 단가가 조제용에 비해 3배 정도 비싸다. 제약사로서는 당연히 조제용보다 일반 판매용 감기약의 생산과 공급에 힘을 더 실을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조제용 감기약이 부족한 일부 약국에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판매용 감기약을 뜯어서 조제에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제법 들리고 있다”라며 “제약사가 일반 판매용 감기약의 비중을 줄이고 조제용을 늘리는 것이 해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역시 감기약 총량에 대해서는 충분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식약처는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주간 감기약 생산·수입량, 출하량, 재고량으로부터 산출된 각각의 치료 가능 환자 수는 지난 1주간 코로나19 주간 확진자 수와 비교했을 때 공급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식약처가 밝힌 감기약 수급현황에는 조제용과 일판 판매용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았다.

식약처가 지난 8일 공개한 감기약 수급 동향.
식약처가 지난 8일 공개한 감기약 수급 동향.

그러나 보건당국이 일반판매용에 비해 조제용 감기약 부족한 현상에 대해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의약계의 시선이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의사협회 등 의약단체에 공문을 보내 호흡기나 발열 완화를 위한 처방 시 필요한 의약품만큼 처방토록 주문했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는 시럽제, 현탁액 등의 부족이 예상된다면서 소아·청소년 등에 처방할 때는 정제 처방이 가능할 경우 시럽제 등을 대신해 정제를 처방하라고 주문했다. 

복지부가 의약사 단체에 보낸 공문 일부.
복지부가 의약사 단체에 보낸 공문 일부.

약사회 관계자는 “결국 해법은 감기약 총량의 조절이 아닌, 현재 공급 가능한 범위에서 조제용과 일판 판매용을 조정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제약사는 일반 판매용보다 저렴한 조제용의 공급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식약처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제약사가 스스로 조제용과 일판 판매용 감기약 생산과 공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계도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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