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제도개선 토론회 열려
효과적인 신약 보장성 혜택, 성인 환자로 제한돼.
"생물학적제제, 소아청소년 환자에도 급여 적용해야"

[라포르시안]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두 아이와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다”, “꿈이 많던 아이가 언제부터 죽고 싶다고만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세균덩어리라고 놀림을 당하면 부모로서 참담하다. 듀피젠트가 소아청소년에게도 급여가 돼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소아청소년 환자 보호자들의 실제 하소연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체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아토피연합회가 후원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정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주제발표를 통해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생물학적 제제의 급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혜원 교수는 혁신 신약의 등장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신약에 급여가 적용됐지만, 성인환자에게 한정돼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

김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를 비롯해 올루미언트와 린버크와 같은 치료제들이 출시되면서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증상이 75% 이상 좋아지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생물학적 제제의 환자 만족도는 기존의 전신면역억제제와 다른 약에 비해서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1월 듀피젠트가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성인 환자들은 본인부담률 10%로 약재를 투여받을 수 있게 됐다”라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소아청소년에게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에서의 생물학적 제제 비용효과성은 성인보다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영국과 호주에서는 성인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물론 청소년 역시 선제적으로 성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급여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아의 경우 급여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전신치료제에 노출될 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전신치료제 실패 여부와 무관하게 소아 환자에게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중증 소아, 청소년,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듀피젠트의 비용효과성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보다 약 20% 높은 약가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비용효과적이었다”라며 “특히 소아청소년 집단에서 성인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중증 아토피 피부염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사각지대, 소아청소년 환자들’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안지영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소아 환자는 70% 정도가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20%는 질병 때문에 학교를 결석하고, 86%는 일상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50%는 불행하거나 우울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수면 장애를 경험하는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 비율은 47~80%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1년 중 162일이나 수면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사회적 고립도 심각한 문제로 지목했다.

안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주의결핍 과다행동장애, 자폐. 행실장애 등 정신질환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라며 “아토피 피부염으로 학창시절 따돌림 등의 소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 환자의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실현한 비율도 높다고 보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 및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소아청소년에서 적극적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가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부작용 없이 좋은 효과를 기대하며 쓸 수 있는 약이라는 것은 의사들이 다 알고 있다”라며 “치료 전후 효과를 확인한 환자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이 약을 꼭 써야겠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창시절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신약 치료 받았다면..."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중증아토피연합회 최정현 부대표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영희 의료비지원실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가 참석했다.

올해 20대 후반인 최정현 중증아토피연합회 부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증상이 심해졌고. 온몸에서 각질과 피가 나오니까 여름에도 긴팔을 입어야 했다. 겉모습 때문에 친구들과도 멀어졌다”라며 “성인이 돼서도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고 나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신약 치료를 받았다면 현재 내 모습이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일상생활이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아이들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필요한 치료를 경제적 부담없이 받을 수 있도록 급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생물학저 제제에 대한 조속한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현재 듀피젠트 용량이 300mg인데 소아청소년은 200mg을 2회 맞는 용법으로 권장을 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 해당 제약사가 200ml 제품을 등재 신청해서 평가를 하고 있다”라며 “심평원 평가 단계에서 통과되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칠텐데, 이후 건강보험공단에서 최종 약가 인하 등의 협상을 하게 되면 소아청소년도 쓸 수 있는 시기가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창현 과장은 “린버트 서방정도 청소년에서 쓸 수 있도록 식약처 허가가 돼 있다. 이를 급여권에서 먼저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영희 건보공단 의료비지원실장은 “향후 듀피젠트 급여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공단은 절차에 따라서 전문가 자문과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해서 등록 기준을 검토할 것”이라며 “중증 아토피 피부염 소아 청소년 환자의 건강 향상과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심사평가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은 “소아청소년을 위한 듀피젠트 200ml의 급여 적용이 검토 중이고, 화이자제약의 시빈코도 지난 4월 급여등재를 신청했다"며 "다음달에는 위원회를 거치지 않을까라고 예상한다. 위원회가 끝나고 타결이 되면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는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신약 급여 적용 뿐 아니라 산정특례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현재 중증 아토피 산정특례 등록 기준은 성인의 급여 기준과 똑같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성인 아토피 피부염 신약에 보험을 적용 받으려면 3개월 간 전신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전신면역억제제를 써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아의 산정특례 기준은 성인과 달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유럽 피부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아 환자는 아직 피부 장벽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았으며, 소아는 체중 대비 체표면적의 비율이 높아 성인과 비교해 전신치료제로 인한 영향이 높을 수 있다”며 “만일 성인의 경우와 같이 산정특례 조건이 정해진다면 아이들에게 뻔히 부작요이 우려되는 약제를 일부러 사용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토론을 마친 후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소아청소년 환자 보호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16살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석자는 “아이가 학교에서 '세균덩어리'라고 놀림을 당할 때 부모로서 참담하다”라며 “남편도 듀피젠트를 맞고 있는데 이 주사를 자신 대신에 아이에게 맞추면 안되냐고 묻더라. 아이가 겪는 고통을 알기 때문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바랄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는 “아이에게 중증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지 3년이 됐다. 어제밤에도 아이가 죽고 싶다고 말을 했다. 원래 꿈도 많고 미래에 욕심도 많은 아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죽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며 "전신면역억제제의 처방만으로도 호전이 없으면 듀피젠트를 급여로 쓰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2와 23살 두 자녀가 모두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다는 어머니는 자신을 소개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다. 아이들도 너무 힘들지만 나 자신도 20년 동안 잠을 2시간마다 한번씩 깨야했다. 아이들이 자다가 간지러워서 깨면 긁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큰 아이는 대학교 3학년 때문에 듀피젠트를 맞았다. 맞은 그날부터 진물이 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그 오랜 세월동안 고생한 것을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둘째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듀피젠트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생각하니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조만간 급여가 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전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는 “베스트인 약을 퍼스트로 쓸 수 있어야 한다”라며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신약 급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