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9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소청과, 전공의 등 인력부족에 입원·응급진료 등 중단 잇따라

[라포르시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기피가 심각한 가운데 필수의료 지원대책 일환으로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내년 1월부터 3년간 실시한다. 중증소아 진료 인프라 붕괴를 방지하고 지역별로 충분한 소아 전문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지역별 공급 차이가 커 국가 지원이 필요한 전문 진료 분야에서 전문진료센터를 지정해 시설비와 장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 14조(공공전문진료센터의 지정)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 호흡기, 노인, 류마티스 및 퇴행성 관절염 등 4개 분야에서 지정하고 있다. 

어린이 공공진료센터는 2016년 1기 센터로 7개를 지정했고, 2020년에 추가로 2기를 지정해 현재 10개소가 지정·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인구 감소로 진료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중증소아 질환에 대해 획기적인 지원으로 진료 인프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후보상 시범사업은 운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제시된 '공공정책수가' 이행을 위한 일환이다. 소아 전문진료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산방식이 아닌 일괄 사후보상 방식이라는 새로운 지불제도를 적용한다. 

정부는 2017년부터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를 지정해 입원 1일당 입원료외 4만 4000원∼5만 7000원을 추가 지원해왔다. 그러나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수요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진료량을 기반으로 보상하는 현행 행위별 지불제도로는 중증 소아 분야를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복지부는 지역별로 안정적인 중증 소아 진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원방식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4주간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한 결과 전체 10개 어린이 공공전문 진료센터 중 총 9개 기관이 사업에 신청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강원대병원 등이다.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시범사업 참여기관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시범사업 참여기관

선정된 의료기관은 양질의 어린이 진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소아 전문의, 간호사 등 필수인력을 확충하고 중증소아 단기입원, 재택의료 서비스, 소아 호스피스 등 센터별 특성에 맞는 중점사업을 수행한다. 

복지부는 인력 확보 수준, 중증 소아 진료 성과, 사업계획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해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적 운영 손실을 최대한 보상할 계획이다. 

각 기관에서 제출한 회계자료를 분석해 의료적 손실에 대한 기준지원금 산정, 성과평가결과에 따라 달성수준에 따른 차등 보상하는 방식이다. 사후 보상은 평가 결과에 따라 발생적자 중 60~80%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 기간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년이다.

한편 최근 실시한 전국 수련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10%대라는 최악의 지원율을 기록하며 인력부족에 따른 진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6.6% 등 지속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소청과에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서울 12.5%, 지방 20%에 달한다. 지방 거점진료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재 심화로 2023년에는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가 가능하게 된다.

전공의 등 인력 부족으로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가운데 75%가 내년부터 진료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과학회가 지난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96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5%가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축소 대상은 ▲응급진료 폐쇄 및 축소(61%) ▲입원 축소(12.5%) ▲중환자실 축소(5%) 순으로 답변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가천대 길병원이 소청과 입원진료를 중단한데 이어 수도권 일부 수련병원 소청과에서도 주말 응급진료를 중단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소청과학회는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과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중증도 중심의 2, 3차 진료 수가 및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 및 지원 장려 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의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학회는 "저수가로 인한 2, 3차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 적자와 전문인력 감소 및 병상 축소 운영 방지를 위한 기본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저출산위기를 이겨낸 선진국 사례에서도 필수진료 수가 정상화로 위기를 극복했고,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병상과 전문인력 부족 사태에서도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으로 병상 증설과 의료인력의 유입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