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오우(리드 시노팜 엑시비션 경리)

[라포르시안] 중국의 개혁개방부터 의료 개혁에 이르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내수시장을 키우고 자국 의료기기업체들의 세계시장 진출 통로를 제공했던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CMEF)가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중국 상해에서 개최되는 춘계전시회와 지역을 순회하는 추계전시회가 열리는 CMEF는 중국을 대표하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로 자국 의료기기산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견인해왔다. 특히 전시 면적과 방문객 수는 중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에 걸맞게 압도적이다.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2019년 개최된 CMEF 춘계전시회에는 전시 면적 22만㎡에 22개국 약 4200개 업체가 참가하고 100개국 12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CMEF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고 외국 기업들의 참가와 해외 바이어 방문이 불가능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2020년부터 3년간 CMEF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라포르시안은 지난 26일 폐막한 제38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3) 현장에서 CMEF 주최사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리차오우 리드 시노팜 엑시비션(Reed Sinopharm Exhibitions) 경리
리차오우 리드 시노팜 엑시비션(Reed Sinopharm Exhibitions) 경리

리드 시노팜 엑시비션(Reed Sinopharm Exhibitions)사의 리차오우 경리(經理, 우리나라 기업의 부서장급 직급)는 “CMEF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과 2022년 한 번만 열렸으며, 2021년에는 춘·추계전시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됐다”며 “작년에는전시회 첫날 관람객이 코로나 양성 환자로 확진돼 나머지 전시 일정이 모두 취소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의 참가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CMEF 개최가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 의료기기 내수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의료기기제조업체는 ▲2019년 1만8723개 ▲2020년 2만8500개 ▲2021년 3만1000개 ▲2022년 3만3788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국 업체와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대리점 또는 현지법인만 참가하더라도 전시회 개최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리차오우 경리는 특히 오는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상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New Tech·Smart Future’를 주제로 열리는 CMEF Spring 2023에서 융복합 혁신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은 앞서 2015년 5월 8일 발표한 ‘중국제조 2025’(中國製造 2025·Made in China 2025)를 통해 10대 전략산업 중 마지막 10번째로 ‘의료기기’를 선정해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혁신 의료기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진단·건강검진 등 다양한 의료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CMEF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2016년부터 전시회 메인 캐치프레이즈를 ‘의료디지털화’로 정하는 한편 2017년 춘계전시회부터 ‘인공지능 건강전’을 열어 ▲AI ▲의료로봇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바일 헬스 ▲생체신호 모니터링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선보였다.

2019년 개최된 CMEF 춘계전시회에는 전시 면적 22만㎡에 22개국 약 4200개 업체가 참가하고 100개국 12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2019년 개최된 CMEF 춘계전시회에는 전시 면적 22만㎡에 22개국 약 4200개 업체가 참가하고 100개국 12만 명에 달하는 방문객·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리차오우 경리는 “중국에서는 AI·의료로봇·체외진단의료기기(IVD)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의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IVD 분야는 기술이나 제품 설계 측면에서 중국보다 한발 앞서 있다. 한국 기업들이 CMEF를 통해 우수한 제품을 소개하고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항공편 운항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은 만큼 올해 CMEF 춘계전시회에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들의 참가와 해외 바이어 방문이 이뤄질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더욱이 중국의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이 최근 재개됐기 때문에 ‘한국관’ 참여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참고로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2002년 CMEF에 ‘국가관을 꾸려 참가했다.

리차오우 경리는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시장 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사항일 정도로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항공편 운항 횟수가 적고 비용 자체도 비싸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의 CMEF 참가에 제약이 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CMEF 추계전시회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들에게 CMEF는 중국 시장 수출 통로이자 각국 바이어들을 만나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