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김상기 편집부국장]  '내시경 포셉'이라는 의료기기가 있다. 가느다란 관 끝에 집게처럼 생긴게 달려 있다.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 같은걸 하면서 종양으로 의심되는 부위가 나오면 해당 병변부위 조직을 떼어 낼 때 이용한다. 생조직을 떼어내기 때문에 생검(biopsy)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의료기기에서 생검을 할 때 1회용 내시경 포셉을 사용한다. 1회용이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많은 의료기관에서 1회용인 이 의료기기를 여러 차례 재사용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재사용은 잘못이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한 번만 사용해야 하는 내시경 포셉을 수차례 재사용함으로써 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들이 감염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맞는 지적이다. 1회용 내시경 포셉을 소독을 하고 멸균 처리를 하더라도 자칫 세균 번식이 되고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재사용시 환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분명히 있다. 의료기관도 이런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도 한 번 사용 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비용 때문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위내시경을 이용한 생검시술을 할 때 받는 보험수가는 8,620원이다. 반면 1회용 내시경 포셉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중국산이 2만3,000원 수준이고 조금 더 비싼 독일산과 미국산은 3만원대 가까이 한다. 1회용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포셉도 있다. 가격은 1회용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재상용 포셉을 쓸 경우 고압증기 멸균기를 둬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 번 멸균소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등으로 병원들이 꺼린다.

내시경 포셉의 구입가격보다 보험수가가 3배 이상 낮다. 병원에서 1회용 내시경 포셉을 원칙대로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할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환자에게 1회용 내시경 포셉 비용만 별도로 받을 수도 없다. 이미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돼 있는 항목을 별도 비급여로 본인부담시킬 경우 불법 임의비급여가 돼 제재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1회용 내시경 포셉의 재사용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1회용 수술포도 재사용 문제가 있다. 환자의 신체 중 수술 부위만을 노출 시키기 위해서 멸균된 수술용 포를 덮는다. 최근 들어 병원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1회용 수술포 사용이 늘고 있다. 1회용 수술포는 팩당 2만원~7만원 정도 하는데 수술 종류에 따라 한 번에 각 사이즈별 수술포를 모두 다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도로 비용보전을 받지 못한다. 입원료 및 수술료에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수술기구 중에는 이렇게 별도로 적정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게 적지 않다. 병원감염 예방을 강조하면서도 이런 일회용 수술기구에 대한 보험수가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순된 건강보험 급여기준이다.

요즘 외과 분야의 수술에서는 '다빈치'라는 로봇을 이용하는 게 대세다. 로봇수술의 대명사로 통하는 다빈치는 어지간한 대학병원이면 도입했을 만큼 보급률이 높아졌다. 로봇수술은 비싸다. 수술비용이 적게는 500만원 안팎에서 어지간하면 1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로봇수술 비용이 비싼 이유는 수입산 장비인데다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비가 들고, 특히 수술기구 등 소모품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빈치를 이용해 로봇수술을 하려면 수술 종류에 따라 적절한 수술기구를 로봇 팔에 장착해야 한다. 로봇 팔에 장착하는 수술기구 역시 사용횟수가 제한돼 있다. 문제는 1회용 내시경 포셉처럼 의료진이 판단해 임의로 재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술기구마다 내장돼 있는 칩 때문이다. 이 칩을 통해 각 수술기구마다 사용할 수 있는 횟수를 제어하고, 정해진 사용횟수를 넘기면 더는 기구가 작동하지 않도록 인식한다. 이 때문에 다른 1회용 의료기기처럼 병원에서도 재사용 할 수 없고, 사용횟수를 넘긴 수술기구는 새로 구입해야 한다. 수술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이 실시한 로봇수술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에서 일반 개복수술과 비교해 로봇수술이 출혈이 적고 재원일수가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종류의 수술에서 로봇수술 비용이 개복수술보다  2~3배 이상 비쌀 만큼 효과적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의 일환으로 로봇수술에 대해서도 향후 2~3년 내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로봇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수술비을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비용부담이 낮아져 로봇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는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로봇수술을 하는 병원은 줄어들지 모른다. 비싼 유지보수비와 정해진 횟수를 사용한 후 버려야 하는 수술기구 구입비 부담 등을 고려해서 보험수가가 책정되지는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최근 1회용 내시경 포셉 재사용 문제가 제기되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1회용 포셉을 재사용하는 것은 의료윤리와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할 때까지 사용을 중단하자고 관련 학회에 요청했다. 몇 년 뒤에는 대학병원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정해진 사용횟수를 넘긴 로봇 수술기구를 조작해 재사용하는 건 의료윤리와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다. 정당한 보험수가를 지불할 때까지 로봇 팔을 멈추자"고 호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해 본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 1회용 내시경 포셉의 경우처럼 병원의 감염관리 및 예방에는 반드시 비용부담이 따르고, 그 비용부담이 수가에 적절하게 반영될 때 병원의 감염관리가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란 점을. 병원감염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추가 부담 및 사회경제적 간접비용과 감염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가를 보장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의 비용편익이 더 클지.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