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악화 따른 사망자는 집계 안돼…의협, '폭염 건강위험 진단·대응 가이드라인' 마련

[라포르시안]  국내에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등의 건강영향이 실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14일 '폭염으로 인한 건강위험의 진단 및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한다고 밝혔다.

폭염 대응 가이드라인은 폭염기 진료실이나 응급실에서 열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호소하거나 이미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온열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및 사망자 대응법, 폭염시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 종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회원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알려진것 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원회는 먼저 폭염으로 인해 열사병, 열경련, 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보건 당국이 폭염에 매우 취약한 환자군인 만성질환자를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작을 주도한 홍윤철 군민건강위원회 환경건강분과 위원장(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뇌졸중 환자들은 폭염에 자칫 중증으로 이완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며 "실제 그런 사례가 국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피해는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여름 유럽을 휩쓴 폭염 때 사망자가 평소보다 약 7만명 가량 증가했는데, 사망자의 대부분은 만성질환자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국내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환자는 4명에 불과했다.

유럽과의 기후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사망자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는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통계만 내고 만성질환의 악화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숫자는 통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폭염 때 상태가 악화되고 사망률이 상승한다면서 정확한 통계를 통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에만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 보건당국은 폭염 때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 리스트를 작성해 만성질환자, 의료전문가 등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홍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자료가 없다. 그러나 이런 약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처방하고 있는 의약품"이라며 "그래서 가이드라인에 의약품 목록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폭염 발생시 의사들의 처방패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폭염 때에는 환자의 혈압, 콜레스테롤, 당 수치가 많이 변한다. 그에 맞춰 처방 패턴을 바꿔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폭염 대응 가이드라인은 의협 홈페이지(www.kma.org)와 의료정책연구소 홈페이지(www.healthup.info)에 게시될 예정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가 무더위를 앞두고 전국 540개 응급실이 마련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걀과. 6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 총 1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 143명 가운데 열탈진이 79명(55.2%)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열사병 40명(28.0%), 열경련 10명(7.0%)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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