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림원 주도로 28개 전문 학회서 '불필요 의료리스트' 개발
건보공단 "과잉진료나 검사 줄이는 ‘현명한 선택’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
윤정부 '건강보험 재정긴축' 맞물려 캠페인 활성화될 듯

[라포르시안]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 절감 기조에 따라서 과잉진료나 검사를 줄이는 등 올바른 의료이용을 돕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의료인 스스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불필요·과잉 의료행위로 인한 위해를 줄이기 위해 적정진료 목록을 작성·보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2년 미국 내과의사재단이 시작해 미국에선 80개 이상 전문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 호주, 영국 등 30개국 이상 국가에서 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캠페인을 최초 도입후 2020년 건강보험공단이 캠페인을 지원하면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의학한림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7년 대한영상의학회, 2020년 대한내과학회를 포함한 5개 학회의 '불필요 의료리스트' 개발을 시작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2023년 현재까지 28개 학회가 리스트 개발을 완료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불필요 의료리스트를 보면 앞서 2022년에는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 대한간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통증학회, 대한혈관외과학회 등 7개 전문의학회가 개발한 적정진료 권고안을 공개했다.

학회 별로 주요 권고안을 보면 응급의학회는 ▲ 세균에 의한 인후염, 혹은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한 단순 상기도 감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 ▲ 유효한 의사결정기준에 미해당 단순 외상성 통증환자에 경추 CT검사를 지양 ▲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소변 검사의 처방은 최소화 ▲ 임상 경과를 확인하거나 진단‧치료적인 목적 제외 불필요한 도뇨관 삽입 지양 ▲ 단순 복통 환자에서 임상적 검사를 위한 복부 엑스레이 처방 최소화 둥울 제시했다. 

신경과학회는 ▲ 허혈뇌졸중 환자에서 예방적 항경련제의 사용은 불권고 ▲ 편두통 환자에게 마약성, 바비탈 약제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음 ▲ 다른 효과적 항경련제가 있는 경우 가임기 여성에게 발프로산을 사용하지 않음 ▲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을 고려해 편두통 급성기치료제를 월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음 등을 불필요 의료리스트로 꼽았다. 

고혈압학회는 ▲ 여러 동반 질병이 있고 기대 여명이 제한된 노쇠 노인에서 적극적인 강압치료 피하기 ▲ 혈압강하와 심혈관위험도 감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요법 권고해주기 ▲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진료실 혈압수치 만으로 혈압조절 상태 평가하지 않기 ▲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에서 혈압이 오르는 경우 혈압이 상승하는 상황·조건이 있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변경하는 일은 피하기 등을 제시했다. 

영상의학회가 채택한 불필요한 의료리스트에는 ▲복통이 없는 환자에서 통상적으로 일반 (plain) 복부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소아의 경우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될 때 초음파검사에서 CT를 권고하기 전에는 CT를 시행하지 않는다 ▲같은 부위에 CT검사가 예정되어 있을 경우 일반촬영을 동시에 처방하지 않는다 ▲단순한 두통이 있을 경우 영상검사를 하지 않는다 ▲경한 발목 염좌가 있는 어른의 경우 발목 X선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등이 담겼다.  

최근에는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핵의학회 등 6개 학회가 불필요한 의료리스트 개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2023'에서 공개한 노인병학회 리스트를 보면 ▲노인에게는 가능하면 5가지 이상의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다 ▲노인에게는 약물 부작용 확인 없이 처방하지 않는다 ▲노인의 불면증, 섬망에 대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첫 번째 선택으로 하지 않는다 ▲노인의 소변검사에서 세균이 검출되더라도 요로감염 증상이 없으면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는다 ▲노인의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검진은 기대여명이 낮거나 검사 및 치료의 위험성에 비해 필요성이 낮으면 하지 않는다 ▲노쇠하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진 노인의 당뇨병 치료 시에 당화혈색소 목표를 엄격하게 잡지 않는다 등을 포함했다. 

비만학회가 개발한 리스트에는 ▲체중편견/체중낙인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지 않는다 ▲생활습관 관리없이 약물치료 단독으로 권하지 않는다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인정되지 않는 병용요법을 권고하지 않는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체중감량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행다이어트(식이요법)는 시행하지 않는다 ▲미용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등이 담겼다.

전문 학회별 리스트 개발과 함께 의학한림원은 2022년도 정책개발위원회 사업으로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 개발' 사업을 진행해 했다. 이를 통해서 '권고하지 않는 암 건강검진'과 '권고하지 않는 일반 건강검진' 리스트를 개발했다. 

의학한림원이 개발하는 '권고하지 않는 암 건강검진' 리스트에는 ▲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폐암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서 암 건강검진 목적의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췌장암 건강검진 목적의 종양표지자, 초음파, 또는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등을 포함했다. 

이 리스트에서 주목할 대목은 암 검진에서 '종료연령'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주요 암 질환별로 국가건강검진에 대한 검사 시작연령을 정해놓고 있지만 '몇 세까지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종료연령은 명확히 정해진 게 없다.  

암 질환 선별검사는 사망 감소라는 이득이 발생하기까지 대개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는 기대여명이 이보다 적은 경우 이득보다는 검사와 치료 합병증 등 위해 가능성이 더 크다. 통계청이 작성한 '2020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남성 80.5세, 여성 86.5세)이다. 하지만 2019년 국가 암 검진 수검 대상자 중 75세 이상 연령층 가운데 38%(101만2,215명)가 검진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기대여명을 고려한 암 검진 종료연령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의학한림원은 권고문에서 "고령의 수검자에서 암 선별검사의 이득과 위해의 크기는 건강한 중장년 성인과 다를 수 있다"며 "암 질환은 사망 감소라는 선별검사의 가장 중요한 이득이 발생하기까지는 대개 10년 이상이 걸리며, 기대 여명이 이보다 적으면 이득은 확실치 않았지만 검사와 치료의 합병증 등의 위해는 커질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이들 암에 대한 선별검사 목적의 검진은 시행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권고하지 않는 일반 건강검진 리스트로 ▲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 증상이 없는 노인에서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서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등을 제시했다. 

의학한림원은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환자와 의사의 대화로부터 시작한다"며 "여기에는 '이 검사 또는 치료가 정말 필요한지, 어떤 위험(부작용)이 있는지, 더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는지, 검사나 치료 없이 관찰하는 것은 어떤지, 진료비용은 얼마인지' 등 5가지 질문을 근간으로 의사와 환자가 서로 존중 속에서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적정진료를 실시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공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공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공단도 의료공급자와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필요하고 과다한 의료이용에 따른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고자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보험자로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직결된다는 인식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잉 진료나 검사를 줄이는 등 올바른 의료이용을 돕는 ‘현명한 선택’이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과다의료이용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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