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상(대한건선학회 국제협력이사, 고려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

[라포르시안]  손발바닥 농포증은 매우 희귀하고 치료가 까다로우며 손·발바닥이라는 부위 특성 상 일상생활에서 환자 부담이 큰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기존 치료제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장기 치료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은 산정특례 적용 및 의료비 경감 등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돼 있어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한건선학회는 지난해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 신청서를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했으나, 심사에서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라포르시안은 대한건선학회 국제협력이사이자 자가면역 피부질환 분야 전문가인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백유상 교수를 만나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듣고,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개선할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손발바닥 농포증은 어떤 질환이고,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가락과 발가락, 손발바닥에 반복적으로 무균성의 농포와 염증, 각질이 동반되는 만성염증성 질환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되어 발병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며 주로 피부 면역 체계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만 명 정도가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진료를 받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지만, 실제 환자 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 해외 유병률은 약 0.05%에서 0.1% 수준으로, 발병률이 낮은 희귀한 질환에 속한다.

-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는 일상·사회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나.

= 외국에서는 피부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환자가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드물다. 환자들이 자신의 고충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편인데, 한국의 경우 비감염성 피부질환이라도 환자 스스로 크게 부담을 느끼고 숨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보이는 곳에 생기는 문제, 만지는 행위가 불편해지는 문제가 생기면 모든 생활에 영향을 받는다. 걷고, 만지는 데 문제가 생기면서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기분이 저하되고, 생산성이 떨어져 힘들고 괴로워한다.

- 손발바닥 농포증을 적기에 치료하지 않았을 때 우려되는 점은.

= 면역체계 이상과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손발톱, 관절, 정신에까지 영향을 준다. 대표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에 관절염이 동반될 수 있고, 가슴에 골염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또한 우울증, 당뇨와 같은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적기에 치료하면 동반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데, 이는 사회·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 신체적 증상 완화와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의 목표는 완치인가.  

= 손발바닥 농포증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는 장기간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질병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데 맞춰져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이 치료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생활습관 조절이 필요하다. 금연해야 하고, 보습에도 신경 써야 한다.

-  치료 옵션은 어떻게 된나.

건선과 비슷한 방법으로 치료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간다. 바르는 연고나 광선 치료 또는 먹는 약이 먼저 처방된다. 연고는 주로 스테로이드나 비타민D 제제가 주로 쓰이고, 먹는 약은 면역억제제나 아시트레틴 같은 약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런 약제들을 사용하고도 효과가 부족할 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먹는 약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해서 장기적으로 투약하기 어렵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특성 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데, 먹는 약이 가진 부작용으로 인해 분명히 한계가 있다. 먹는 약 중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 및 골절, 부신기능 억제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면역억제제 중에서는 위장관계 부작용 또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일으키는 약물도 있다. 또한 아시트레틴은 임부 또는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치료 초기부터 비용 부담이 큰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제제 중에서도 손발바닥 농포증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면서 건강보험 급여가 지원되는 치료제가 있지만, 환자가 특정 조건에 부합해야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손발바닥 농포증은 평생 증상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장기적으로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가중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환자들의 저항이 큰 편이며, 비용 때문에 치료를 자가 중단하여 증상을 키워버리는 경우도 많아 매우 안타깝다.

- 손발바닥 농포증에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는 임상시험에서 대상 환자 10명 중 8명 가량이 PPPASI 50 이상에 도달함으로써 지속적인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와 한계점은.

= 생물학적 제제가 건선에서 보이는 효과만큼은 아니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이 건선보다 조금 더 복합적인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효과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지속할 수록 일반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치료 효과에 만족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효과에 만족하면서도 치료를 지속할수록 비용이 증가하니 부담스러워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환자도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질병 특성 때문에 경제 활동이 어렵고, 그러다 또 적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셈이다. 희귀하면서 난치성인 손발바닥 농포증의 치료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정특례로 인정받아 본인부담금이 상급의료기관 기준 현행 60% 수준에서 약 10%까지 경감되길 바란다.

- 대한건선학회가 지난해 질병관리청에 손발바닥 농포증의 희귀질환 지정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 질병청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는 7가지 미지정 사유 중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질환’으로 파악된다. 효과적 치료법인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군은 적고, 더구나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군은 더 적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본인부담금이 낮게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환자가 겪는 부담을 ‘본인부담금’만으로 따져서는 곤란하다. 본인부담금으로 커버되지 않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삶의 질 변화도 크다는 점이 고려되길 바란다. ‘통계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소외되었던 환자의 삶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 평가에 반영되길 바란다.

- 대한건선학회는 올해 손발바닥 농포증의 희귀질환 지정 재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이번 재지정 신청서에 기존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참고해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산정특례 인정 기준을 지정해 줄 것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건보 적용 기준은 경증에서부터 중증까지 모든 환자에게 일괄 적용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질병이 지속됐고, 3개월 동안 고식적인 광선 치료나 먹는 약 치료를 했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중증도를 보이는 경우에 한정해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에 효과도 경험하지 못하고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등 사실상 치료 옵션이 많지 않아 질병부담이 매우 큰 환자들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부터 라도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정책적 지원 외에 질병에 대한 인식개선도 중요하다. 손발바닥 농포증과 같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 환자들은 앓고 있는 병 때문에 하루하루 삶의 질이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이다. 고통받는 환자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대우가 개선되길 바란다. 대한건선학회는 희귀질환 지정 재신청 이후에도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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