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대 의협회장 선거서 높은 득표율로 당선
"의사에게 칼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적 타격 줄 선거 캠페인 진행"
"윤 대통령에겐 한 번 더 기회 주는 게 어떤가 싶다"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에 임현택 후보가 당선됐다. 임현택 당선인은 총 투표수 3만 3,084표 중 65.43%인 2만 1,646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 임현택 당선인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 5연임했으며, 의협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아 비대위 활동 등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공모·방조한 혐의로 복지부가 고발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임 당선인은 의료계 내에서 대표적인 강성으로 꼽힌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의대생 휴학,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의대교수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강성 의협회장’ 등장에 의료계를 비롯해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지난 27일 의협회관에서 임현택 당선인과 기자회견을 갖고 현 사태에 대한 입장과 향후 회무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제42대 의협 회장으로 당선됐다. 회원들이 당선인을 회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평상 시 의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면 영광스러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어려운 환경이고 난국이다. 의협에서 가장 중요한 회원에 속하는 전공의들을 비롯해 진료전달체계 상에서 중환자와 희귀질환을 담당하는 의대 교수까지 병원을 나왔거나 나오려고 하고 있다. 예비회원인 의대생들도 학교에서 떠나 휴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회장 당선을 기쁘게만 생각할 순 없다. 상당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책임감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은 의협 역사상 유례없는 투표율과 압도적인 지지율로 나를 의협회장에 당선시켰다. 정부가 무지막지하고 비상식적으로, 진료현장에서 긍지와 보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일하던 의사들을 모욕하고, 꿈을 산산조각낸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하라는 회원들의 명령으로 생각한다. 임기 초기 회무에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회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회장을 잘 뽑았다는 소리가 바로 나올 수 있게 압도적 성과를 보여줄 것이다.

-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 중 가장 먼저 이행할 공약이라면.

=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우려할 정도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단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독소조항들로 가득차 있다. 일단 이에 대해 가장 먼저 분명한 해결책 내놓을 생각이다. 사실 회장으로서 압도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첫 시험대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다.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결과를 낼 생각이다.

일년에 한 번 열리는 대의원회 정기대의원총회를 보면 매년 집행부에 대한 수임사항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수임사항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잘 이야기해보자며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고, 이듬해 똑같은 수임사항이 정총에 올라온다. 이래서는 해결이 안 된다. 진료현장에서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그동안의 접근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회원들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임기 내에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비롯해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나에게 많이 부탁하는 것이 법적 문제와 관공서와의 문제다. 어떻게 해결할 지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진료와 병원 경영에만 주력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법률 관계나 관공서의 부당한 주장에 대한 대처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차기 집행부에서 상당히 실력있는 분들을 법제이사로 많이 위촉하고 의협의 대회원 법률 서비스를 로펌 수준으로 여러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 다른 의협회장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중에서 차기 집행부 회무에 반영할 공약이 있나.

= 결선 투표 개표 직후 박인숙 후보를 만나 도와달라고 진심으로 말씀드렸다. 박인숙 후보의 말씀 중 의협이 국회 법안 진행 상황과 통과 이후 우려되는 점, 의료악법을 저지하거나 보건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지지하고 통과시키는 방법 등에 대해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의협이 국회 및 법안의 전체적 그림을 조망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래서 박인숙 후보가 차기 집행부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삼고초려해서라도 박인숙 후보의 귀한 능력을 전체 의사들을 위해 베풀어달라고 부탁드릴 것이다.

- 현재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이 완료된 상태에서 의대정원 원점 재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의대 정원이 학교별 배정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원점 재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은 정부 여당의 망상이다. 교육현장인 학교와 병원에서 절대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서남의대와 같은 작은 규모의 의대를 늘릴 때도 교수요원이 구해지지 않아 파행에 파행을 겪었고, 결국 서남의대 퇴출 원인도 의학교육의 수준이 미달됐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에 대해 교수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의협 회무에 반영하겠다.

- 내달 10일 국회의원 총선이 치러진다.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이번 총선을 대하는 의협의 입장이 중요할 것 같다.

= 의협이 그동안 보수에 가까운 지향점을 가졌다고 해서 국민의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반대편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개혁신당에서 순천향대 천안병원 임상부교수 출신인 이주영 후보가 비례 1번으로 나왔다. 이주영 후보에 대해서는 의협에서 전적으로 지원해 반드시 당선시킬 생각이다.

의협 총선 캠페인의 주안점은 어떤 후보가 의료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의사들의 긍지와 보람과 미래, 그리고 희망을 다시 살려줄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의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서 정책을 추진할 후보, 국민건강에 가장 도움이 될 후보들을 중점적으로 지지할 생각이다. 다만 의사를 핍박하고 저열한 네거티브를 통해 당선을 바라는 후보들은 철저하게 당선권에서 배제시키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대해 궤멸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겠다.

- 차기 집행부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 지난주 의협 비대위에서 회장 당선인이 나온 후 비대위 체계를 재정립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해당 회의에서 의협회장 후보로 나왔던 분들은 더 이상 (비대위를) 안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비대위가 처음에 구성된 것 자체가 각 선거캠프 후보가 분과위원장을 맡고 분과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이들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김택우 비대위원장과의 관계는 상의 후 결론이 나는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임 당선인이 의정 대화의 전제로 복지부 장관과 차관 파면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인사 사항을 답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도 이제 새로운 진용을 갖췄으니 함께 대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산산조각 낸 사람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절차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정리해고 당해야 할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적당한지 근본적 물음이 있다. 집에 갈 사람과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떤가 싶다. 기회를 충분히 줬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

- 회장 당선 직후 의사 총파업을 언급했다. 계획하고 있는 바가 있나.

= 의사 총파업의 전제 조건은 전공의, 의대생,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민·형사상의 고소·고발 등 불이익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모든 의사 직역을 동원해서 가장 강력한 수단을 써서 의사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또 한가지, 정부한테 일방적으로 두드려맞는 총파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회 신고하고, 모여서 띠를 두르고 연대사와 구호만 외치는 투쟁을 지양할 때가 됐다. 보람도 느끼고, 참여하고 싶은 투쟁을 생각하고 있으며 법적 검토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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