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건보료 부과체계 탓 민원 폭주…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자 본연의 업무 충실해야

[라포르시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가 개설한 지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었다.

건보공단은 2006년 4월 서울 고객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7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근무하는 상담사만 1,500여 명에 달한다.

공단은 지난 14일 고객센터 개소 9주년을 맞아 본부 대강당에서 ‘유공 상담사 포상 및 우수 협력사 감사패 수여’ 등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현재 전국 7개 센터 1,500여 명의 상담사가 연간 3,600만 건에 이르는 전화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직규모와 처리건수는 공공기관 중 최대"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엄청난 규모의 민원전화 건수 및 상담유형에 대해 신규직원 200시간, 연간 120시간의 보수교육 등 효과적이고 향상된 품질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의 업무숙지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4년 연속 '고객센터 ARS 서비스 운용실태 평가 우수기관', '고객서비스 품질 우수콜센터(KS-QI)', 3년 연속 '한국 콜센터 품질(KS-CQI) 우수 콜센터'로 선정돼 공공기관 최고 고객센터로 자리매김했다"고 홍보했다.

공단 고객센터가 양질의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건강보험에 관한 엄청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조직규모와 처리건수는 공공기관 중 최대'라고 자랑할 일은 절대 아닌 것 같다.

당연히 고객센터로 왜 저렇게 엄청난 건수의 민원이 폭주하는 지 그 이유부터 살펴보고,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 전화민원 총 발생 건수는 5,500만 건으로, 이 중에서 7개 고객센터가 3,600만건을 처리했다.

작년 기준으로 고객센터 상담사 1인당 하루평균 전화민원 처리 건수는 103건이며, 올해 3월말 현재 119건에 달한다.

전화 외에도 방문, 팩스 민원 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공단에 제기되는 민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도대체 건보공단에는 왜 이렇게 많은 민원이 쏟아지는 걸까.

건강보험 관련 민원 중 절반 이상은 보험료 부과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민원업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해 동안 발생한 건강보험 관련 민원은 7759만9,000건에 달했고, 그 중에서 자격, 부과, 징수 등 보험료 관련 민원이 82%를 차지했다.

보험료 부과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단일보험자 체계에서 다원화된 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하다보니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건보공단 역시 보험료 부과와 관련한 민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단의 '보험료 부과체계개선단' 전용배 단장은 지난해 8월 발행된 '건강보험 웹진' 인터뷰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부과 기준은 보험료 부담의 불공정성을 야기해 5,700만 건이 넘는 민원으로 나타나고 있어 무엇보다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개선안 마련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지난 1월 말 소득중심의 단일한 부과체계를 골자로 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표를 하루 앞두고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개선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부과체계 개편 중단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됐다.

지금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단일화 할 경우 공단 고객센터로 쏟아지는 연간 수천만 건의 민원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 측에서도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일원화가 이뤄지면 관련 민원이 감소해 민원처리에 소요됐던 행정인력을 보험자의 고유업무 쪽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조직규모와 처리건수는 공공기관 중 최대'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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