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회, 수련과정 3년으로 단축 논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정착이 관건

[라포르시안] 사상 초유의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경험한 대한내과학회가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동기 대한내과학회 총무이사(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사진)는 추계학술대회 기간인 지난 24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의학회에 전공의 수련기간을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줄여달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문의 자격을 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단축하고, 세부전문의 과정은 2년을 유지하는 '3-2' 제도 도입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를 통해 내과 전문의 과정을 '일반전문의(3년)'와 '세부전문의(2년)' 과정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 학회의 구상이다.

의학회도 내과학회의 건의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전문과목의 의견을 취합해 복지부에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선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가 의학회의 건의를 수용할 경우 26개 전문과목의 전문의 수련기간은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수련과정 단축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된 상황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련과정 단축을 먼저 추진할 경우 중소 수련병원이 인력 공백에 따른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과학회는 현재 대한의사협회 등과 함께 내과 3개 병원, 외과 1개 병원에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동기 총무이사는 "호스피탈리스트는 우수한 내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환자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앞으로 복지부와 제도 도입을 놓고 협의를 벌이기로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공의 과정에 정식 코스로 윤리교육을 집어넣고, 전문의 시험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총무이사는 "지금의 젊은 의사들은 패배나 절망을 맛보지 못한 엘리트들이지만 이들이 일하는 현장은 생사를 다투는 곳이다. 의료적 대화뿐 아니라 인간적 대화가 가능해야 한데 그런 소양은 부족하다"면서 "그래서 윤리교육을 강화해 전문의 시험에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과정에 초음파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국 수련병원 가운데 약 5% 정도만 초음파 교육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내과학회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초음파가 거의 모든 질환의 확진 도구로 자리잡은 만큼 내과 전공의 과정에서 초음파 교육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학회의 판단이다.

이동기 총무이사는 "내과 기피 현상이 앞으로 3~5년만 지속되면 대한민국 의료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수가 현실화와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자칫 내과 의사가 없어 CPR(심폐소생술)할 의사도 없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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