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복지부에 설립 제안 검토…의료계 "불필요한 규제 추가" 부정적 의견 높아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고도의 의사윤리 실천을 요구하고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를 의사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내부 자정선언에 나선다. 특히 그 일환으로 정부와 협의해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전담하는 독립된 공적기구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0일 의협에 따르면 의사윤리 자정선언과 함께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전담하는 독립된 공적기구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의사면허 관리기구 신설은 그동안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돼 왔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의협은 이번에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전담하는 독립된 공적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제안하고, 이를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료인과 시민·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의사면허국을 운영하고 있다. 의협 역시 이러한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 의사면허 관리기구 신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아 실제로 이러한 방안이 추진될 경우 논란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면허 관리기구를 반대하는 한 의사는 “지금도 충분히 의료법, 민법, 형법 등을 비롯해 의협 자체의 내규 및 윤리강령 등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여기다 또 다른 규제를 더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개원가 입장에서도 의협이 자체 징계권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별도의 기구를 통해 의료계 밖에서 의사를 징계하겠다는 의협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의 윤리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의협 윤리위원회 구성에 의료계 외부 인사를 포함하고 있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하고 있다”며 “의사면허 관리는 의료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자체 징계권은 윤리위가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의사면허 독립기구 신설을 추진할 경우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가 자체 정화를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라며 “이를 두고 의료계 외부에서 의사면허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재 가지고 있는 규제에 또 다른 규제만 얹는 ‘옥상옥(屋上屋)’일 뿐이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사회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홍성수 회장은 “의료계 자체의 자율적 징계는 공정하게 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독립기구를 제대로만 운영한다면 의사들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의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취지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사단체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에서 설립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역시 의료계 내부의 반발로 인해 실효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른사회 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의사를 제재하는데 시민과 법조인이 참여할 경우 의료계 내부적으로 엄청난 반발이 따를 것"이라며 "포괄수가제 시행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 등 정부와 의료계의 마찰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실익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의사면허 관리기구 설립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한 의사는 “일반 국민들보다 법조인의 도덕적 기준이 높게 요구된다”며 “의사들 또한 그 이상의 기준을 스스로 요구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의사에 대한 존경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의사 면허 관리권을 가지면 PA 문제, 전공의 수련 문제 의료계 현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보건의료인 면허국' 신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의사출신의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의사면허 관리 전담기구 신설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면허관리기구는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 치과의사 등 보건의료와 관련된 면허 전반에 걸쳐 추진해야 한다”며 “나라의 큰 기관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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