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생존자 100만 넘었지만 발생·사망율 낮추기에만 초점…"건강관리 정책 개발해야"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완치된 환자를 포함한 '암 유병자'가 100만명이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암관리 정책은 암사망률과 암발생률 감소 위주로 추진되고 있어 치료를 마친 암 생존자들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암발생자는 20만2,053명(남 10만3,014명, 여 9만9,039명)으로 10년 전인 2000년(10만1,772명)과 비교하면 2배 정도 증가했다.주목할 점은 신규 암환자의 증가뿐 아니라 암 생존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암생존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돼 최근 5년(2006~2010년)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4.1%로, 2001~2005년 5년 생존율 53.7% 대비 10.4%p 증가했다. 

최초 암 진단 이후 암환자 10명 중 6명이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전국단위 암통계가 처음 집계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암을 진단받고 2011년 1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암유병자는 총 96만654명으로 집계됐다.

암생존자 위한 국가적 관리정책 미흡해이처럼 암 생존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암관리정책은 발생률과 사망율을 낮추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 역시 늘어난 암생존자들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암생존자들은 완치가 됐어도 암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며 “때문에 암생존자 관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뿐 아니라 암생존자들의 암 조기검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암생존자의 암 조기검진도 추가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다만 암환자의 특성에 맞춰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게 시행할 것인가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으로 암생존자를 위한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명 교수는 “국립암센터는 이미 10년전부터 암생존자들을 위한 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암병원 암정보교육센터장 박상민 교수는 "암생존자들이 늘면서 치료 이후 장기적  건강관리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라며 “암생존자들은 암 재발이나 전이뿐 아니라 다른 부위에 2차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2차암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들의 장기건강관리를 위해 국가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전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유방암이나 대장암, 전립선암 등은 치료 후 체중이 느는 경우 많은데 체중이 증가하면 암의 예후나 경과에 좋지 않다”며 “항암치료 후 뼈나 심혈관계의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암 치료 후 정기적인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며 “암생존자 건강증진을 담당하는 전문가 그룹이 모여 위원회 구성하고 프로그램 프로토콜(Protocol)을 만들어 전문가 교육을 비롯해 대국민 교육과 홍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암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함께 치료와 관리를 위한 협력진료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서울대암병원 폐암센터)

복지부 “암생존자 관리 위한 정책적 그림 못그리고 있어”

우리나라의 암관리정책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암환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1996년 '제1기 암정복 10개년 계획'(1996년~2005년)을 마련했다. 지난 2000년 복지부 내에 암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암관리과가 신설됐으며, 2001년 국립암센터 설립, 2003년 암관리법 제정 등 국가 암관리 체계가 하나둘 구축됐다.

지금은 2006년 수립된 '제2기 암 정복 10개년 계획'(2006년~2015년)에 따라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국가 암 관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제2기 암정복 계획을 통해 ▲암환자·암완치자의 재발방지를 위한 이차암 예방 ▲2차암 조기검진 프로그램개발 ▲재활·증상완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 시점에서 암생존자를 위한 구체적 정책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암생존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관리는 필요하다”며 “그러나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것은 성급하다”고 일축했다.

지난 27일 암생존율 증가 발표도 방향성에 대한 의미라기 보다는 암생존자 관리가 필요하다는 화두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암생존율 발표는 암생존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을 하겠다는 응답을 준 것”이라며 "앞으로 암생존자 관리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고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스템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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