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기기기업 UIH, 한국법인 통해 국내 시장 진출 박차
배규성 UIHK 대표 "G·P·S 의존도 높은 의료기기시장 판도 바꿀 것"

매년 봄·가을 열리는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CMEF)는 중국 의료기기시장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견인해왔다.
매년 봄·가을 열리는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CMEF)는 중국 의료기기시장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견인해왔다.

[라포르시안] 매년 봄·가을 열리는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CMEF).

중국 의료기기산업의 태동은 CMEF 모태인 ‘전국의료기기판매공급대회’가 처음 열린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1978년 12월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이듬해 1979년 1월 중·미(中·美) 수교를 체결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중국 의료기기산업 발전은 개혁개방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자국 의료기기시장의 양적 성장 기반을 다진 전국의료기기판매공급대회가 그 시발점이자 원동력이 됐다.

전국의료기기판매공급대회는 이후 1990년 5월 ‘전국의료기기전시회’를 거쳐 2003년 지금의 CMEF로 공식명칭이 바뀌며 진화를 거듭해왔다.

기자는 2010년부터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까지 중국 주최사로부터 초청을 받아 10년간 CMEF 현장을 누빌 수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CMEF 또한 10년을 거치면서 중국 의료기기산업 현주소와 글로벌 의료기기 트렌드를 보여주며 전 세계 바이어가 찾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2015년 CMEF를 잊을 수 없다. 과장을 보태자면 CMEF는 2015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중국 의료기기업체 ‘United Imaging Healthcare’(UIH)는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을 무대로 GE·PHILIPS·SIEMENS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제81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9) UIH 부스 모습
중국 의료기기업체 ‘United Imaging Healthcare’(UIH)는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을 무대로 GE·PHILIPS·SIEMENS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제81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19) UIH 부스 모습

2015년은 다름 아닌 중국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인 ‘United Imaging Healthcare’(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이하 UIH)가 CMEF에 처음 등장한 해이다.

당시 UIH 부스에서 접한 CT·MRI 등 진단영상장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운 ‘Made In China’라는 오명이 붙었던 중국산 의료기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글로벌 ‘빅3’로 통하는 GE, PHILIPS, SIEMENS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제품 디자인·내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헬스케어 혁신을 선도해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UIH 기업 철학은 깊은 울림마저 전해졌다.

UIH의 등장은 중국이 저부가가치 양적 성장에 의존한 ‘의료기기 대국’에서 고부가가치의 질적 발전으로 체질을 개선한 ‘의료기기 강국’으로의 변곡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어느덧 ‘Made In China에서 Made by China’로 부상한 중국 의료기기시장 중심에는 UIH가 자리 잡고 있다.

GE·PHILIPS·SIEMENS와 각축전…한국시장 도전장

UIH는 2019년 2월 한국법인 ‘United Imaging Healthcare Korea’(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코리아·이하 UIHK)를 설립하며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배규성 UIHK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법인 설립은 2019년 2월 1일 마쳤고, 지난해 5월 CT(2종)·MRI(2종) 총 4개 제품이 식약처 수입품목허가를 받았다”며 “본격적인 영업마케팅은 2020년 6월부터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UIH가 자국에서야 국제적 기업인 GE·PHILIPS·SIEMENS(G·P·S)와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인지도 낮은 낯선 중국 의료기기업체에 불과한 실정.

세계시장을 무대로 G·P·S와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태생적 지향점으로 설립된 중국 United Imaging Healthcare는 어떤 회사일까.

UIH는 중국 상해시·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각각 2011년·2013년 본사를 설립했으며, 모바일 X-ray(DR)·CT·MRI·PET-MR·PET-CT·방사선암치료기 등 진단영상장비 94개 제품을 미국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런칭했다.

딜러십 계약을 체결한 국가는 24개국이며 ▲중동(아랍에미리트) ▲동유럽(폴란드)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모로코) ▲동남아(말레이시아 태국) ▲동북아(한국 일본) ▲CIS(독립국가연합·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오세아니아(호주)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홍콩·브라질·영국법인 설립까지 마치면 사실상 5대륙 전부를 커버하는 글로벌 의료기기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배규성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코리아(UIHK) 대표이사 사장
배규성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코리아(UIHK) 대표이사 사장

배규성 대표는 “지난해 UIH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19년 대비 매출이 285% 급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중국에 대한 반감과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모바일 DR·CT의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이러한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모바일 DR 수요가 많았고, 또 중국의 의료기기 대외원조사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폴란드는 CT 50대를 한 번에 도입했고, 또 다른 국가는 모바일 DR 300대를 한꺼번에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들이 UIH 장비를 선택한 이유는 G·P·S와 비교해 동급사양에서도 가격은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CT·MRI시장은 GE·PHILIPS·SIEMENS가 장악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UIH가 등장하기 전에는 3급 병원(한국 상급종합병원에 해당) 대부분이 G·P·S 장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UIH가 CMEF에 첫 선을 보인 2015년 이후 약 6년이 지난 현재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배 대표에 따르면, 중국 내 CT시장 점유율은 UIH가 SIEMENS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UIH가 지난해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CMEF Autumn 2020’에서 공개한 동물임상용 MRI ‘uMR 9.4T’
UIH가 지난해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CMEF Autumn 2020’에서 공개한 동물임상용 MRI ‘uMR 9.4T’

또 1.5T·3.0T MRI는 각각 2·3위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인 GE와 SIEMENS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이밖에 PET-CT는 UIH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채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UIH PET-CT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기존 아날로그 타입을 대체하는 새로운 디지털 PET-CT 수요에 부응하면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G·P·S 선점시장 공략·중국산 편견 극복 ‘과제’

자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매년 매출목표를 2배 이상 잡을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중국 의료기기업체 United Imaging Healthcare(UIH).

과연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시장진입이 가능할까. 현실적인 세 가지 이유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첫째 UIH는 동급사양 대비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GE, PHILIPS, SIEMENS(G·P·S)가 병원·영상의학과 전문의들과 구축한 탄탄하고 견고한 네트워크를 비집고 시장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장비 브랜드를 보고 선택할 뿐 가격은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둘째 ‘Made in China’에 대한 병원과 의사들의 선입견 내지 편견을 극복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셋째 UIH 장비들의 고객서비스(A/S)에 대한 사용자 신뢰성을 얻는 것도 요원한 일. CT·MRI 등 진단영상장비는 문제가 생겨 가동이 멈출 경우 병원 손해가 크기 때문에 A/S 대응의 즉시성 적시성이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이 비교적 원활한 부품 수급과 즉각적인 A/S 응대가 가능한 G·P·S 장비를 선호하는 이유다. 배규성 대표 또한 한국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이 궁금했다.

중국 상해시 지아딩구에 위치한 United Imaging Healthcare(UIH) 본사 CT·MRI 생산 공장 모습
중국 상해시 지아딩구에 위치한 United Imaging Healthcare(UIH) 본사 CT·MRI 생산 공장 모습

배 대표는 “중소병의원과 상급종합병원 공략을 위한 각각의 접근 전략을 수립했다. 200병상 이하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소병의원은 3.0T MRI와 80·128·160채널 CT 공급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UIH 3.0T MRI는 uCS processing 엔진을 탑재해 MRI 영상 RAW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존 압축센싱(Compressed Sensing) 단독 사용이 아닌 상황에 따른 Parallel Imaging 또는 Partial-Fourier·Compressed Sensing 등 지능화된 이미지 알고리즘을 조합·적용해 전체적인 MRI 검사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병원 검사 효율성과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3.0T MRI가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이제는 중소병의원에서도 1.5T 보다는 3.0T에 대한 선호도와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UIH 3.0T MRI는 빠른 검사시간, 고해상도 이미지, 높은 병변 감별률 등 차별화된 강점으로 중소병의원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급종합병원 영상의학과 학술·임상연구 지원

배규성 대표는 상급종합병원시장 접근 방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 G·P·S 장비를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품 자체가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적용한 것도 있지만 학술·연구논문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 G·P·S와 크게 차별화되는 메리트가 없다면 한국시장 진입은 요원할 것”이라고 냉철하게 진단했다.

이어 “중국산 의료기기 편견을 깨고 G·P·S와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며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학술연구 지원이 가능한 혁신적인 ‘5.0T MRI’가 상급종합병원 공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UIH는 지난해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CMEF Autumn 2020’에서 전 세계 최초로 보어(Bore) 지름이 75cm인 3.0T MRI ‘uMR Omega’를 선보였다.
UIH는 지난해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CMEF Autumn 2020’에서 전 세계 최초로 보어(Bore) 지름이 75cm인 3.0T MRI ‘uMR Omega’를 선보였다.

중국과학기술부 등 국책과제로 개발된 전 세계 최초 5.0T Whole Body MRI(제품명 'uMR Jupiter')는 현재 미국 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오는 2022년 승인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시장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품목 허가를 거쳐 내년 출시가 전망된다.

UIH 5.0T MRI는 1.5T와 비교해 진일보한 고해상도 영상을 기반으로 병변 볼륨을 더 작은 사이즈로 잘게 잘라 정밀한 진단과 함께 영상 왜곡과 인공물(Artifact)을 크게 줄여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기존 3.0T MRI 룸에 별도 설비 작업이나 추가 공간 없이도 구축이 가능해 병원 입장에서도 비용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배규성 대표는 “5.0T MRI는 3.0T와 차별화되는 탁월한 기능과 고해상도 영상을 구현하는 퍼포먼스는 물론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학술·임상연구를 지원해 상급종합병원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주목할 점은 UIH 본사가 5.0T MRI의 최종 완성을 목표로 내년 초부터 중국을 포함한 5개국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컨설팅 그룹’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 그룹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UIH는 해당 컨설팅 그룹이 제시한 장비 사용성에 대한 세부 의견을 반영해 5.0T MRI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제품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컨설팅 그룹 참여는 UIH가 국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임상 및 연구역량과 병원 의료수준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UIH 한국법인은 이를 기반으로 상급종합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학술·임상연구를 전폭 지원함으로써 UIH 장비에 대한 의구심 해소와 인지도 확대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규성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코리아(UIHK)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함종문 이사, 배규성 대표이사, 유재원 과장, 문정재 부장
배규성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코리아(UIHK) 대표이사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함종문 이사, 배규성 대표이사, 유재원 과장, 문정재 부장

배 대표는 UIH 장비에 대한 A/S 우려 또한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단 24시간 원격서비스로 관리돼 이상 징후가 생기면 중국 본사 및 한국 엔지니어들이 오류 알람을 받게 돼있고, 만약 병원에서 장비 문제가 발생하면 서울·경기권의 경우 UIHK 엔지니어와 대리점 등 약 10명의 인력이 2~3시간 내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부품 수급과 관련해서도 중국과 한국은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 거의 동시간대이자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항공이나 해상운송으로 원활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UIH 장비는 중국 의료기관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촬영이 이뤄지는 가혹한 사용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장비 내구성을 검증받았다”며 “오히려 잔고장이 없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영업마케팅을 시작한 UIHK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명진단영상의학과의원은 UIH 3.0T MRI ‘uMR780’을 도입해 지난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UIHK는 명진단영상의학과의원에 이어 두 번째 레퍼런스로 오는 7월 경기북부지역에서 개원하는 650병상 종합병원과 1.5T 및 3.0T MRI와 128채널 CT 등 총 3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배규성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uMR780을 도입한 명진단영상의학과의원에서는 장비 사용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7월 개원하는 종합병원에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비가 사용되면 UIH CT·MRI의 짧은 스캔 타임과 고해상도 영상 퍼포먼스 등 앞선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UIHK는 앞으로 중소병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을 겨냥한 각각의 영업마케팅 전략과 진단영상장비로 한국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배 대표는 “상급종합병원시장은 GE·PHILIPS·SIEMENS와 견줘 경쟁력이 있는 3.0T 및 5.0T MRI·640채널 CT·PET-CT를 내세워 첫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UIHK는 United Imaging Healthcare의 고사양 진단영상장비가 수준 높은 한국의 영상의학 분야 임상연구 협업과 학술지원을 할 수 있도록 병원 및 영상의학과 의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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