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최근 5년간 누적 흑자 2조원 넘어
6개월 이상 체류시 의무가입 시행으로 보험료 수입 확대
윤석열 정부, 외부인 피부양자 기준 강화 추진..."외국인 차별 정책"

[라포르시안]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명의도용을 막는, 국민 법감정에 맞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피부양자 등록 요건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관련 공약이 나오는 이유는 '외국인은 건강보험료 혜택만 받고 보험료 부담은 하지 않은 채 출국하는 먹튀'라는 인식이 작용했다. 외국인이 값비싼 진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면서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적인 생각이 강하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기준을 개선하고 건보 자격도용 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그 배우자와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이 대상이 된다. 피부양자 기준은 내국인나 외국인 직장가입자 모두 동일하다. 

그런데 정부는 외국인 직장가입자에 한해서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같이 살지 않고 주로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올린 뒤 국내에서 의료혜택을 누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을 국내 입국 후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꺼낸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하는 것 없이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전제가 틀렸다. 

작년 국정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에 제출한 '국내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및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외국인한테서 거둬들인 보험료 재정수지가 약 1조 5,595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보면 2017년 2,478억원, 2018년 2,251억원, 2019년 3,651억원, 2020년 5,715억원 등으로 커지고 있다. 

작년에도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5,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공단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전체 외국인이 낸 보험료는 1조5793억원으로, 이들에게 요양급여로 지급된 금액은 1조668억원을 기록하며 5,12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누적 흑자만 2조원을 넘는 셈이다. <관련 기사: 외국인이 건보재정 위협한다는 허상...이주노동자에게 건강보험이란?> 

표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
표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흑자가 커지는 이유는 자격기준 강화가 크게 작용했다. 건보공단은 2019년 7월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재외국민 포함)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지역가입자로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의무가입에 따른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국내에 소득 및 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내국인 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 보험료(2019년 기준 월 11만3,050원)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내국인 등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부과액(2021년 기준 9만7,221원)보다 많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의무가입이 시행되면서 외국인 지역가입자한테서 거둔 보험료는 2018년 1,149억원에서 2019년 2,623억원, 2020년 4,491억원, 2021년 4,648억원으로 증가했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재정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외국인은 가입 자격기준과 피부양자 기준 강화 등의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 먹튀'라는 오명도 덧씌워진 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내국인 등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부과액(2021년 기준 9만7,221원)보다 많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시 거주기간 연장과 당연가입제 도입 등 일련의 정책변화는 건보재정을 확충하고, 역선택과 같은 부작용 및 의료사각지대발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보험료 부과·징수 등과 관련해서 소득과 재산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해 오고 있고, 체납시 완납 전까지는 보험급여를 전혀 실시하지 않는 등 내국인과 비교해 불이익이 심화한 점은 저소득층 외국인 등의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건강권 보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정부가 기업과 부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면서 서민과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기업주들의 정부답게 국고 지원과 부자, 기업주들의 부담 확대는 한사코 거부하고 있으면서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 같은 인종 차별적 대책을 재정 개혁 방안이라고 내 놓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재정 순기여자다. 정부가 이미 내국인과 차별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감소하는 보험료 수입은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 보장성을 후퇴시키거나 외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희생양 삼아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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