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대응 1단계 발령 직후 재난거점병원서 DMAT 출동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세월호 참사 겪으면 재난의료시스템 개선 이뤄져
"재난응급의료, 시설장비 노후·유관기관과 업무협조 부족 등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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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1. 10월 29일 밤 10시 15분,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이태원 일대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됐다.
#2. 이 신고가 접수된 이후 5분 사이에 압사 사고 관련한 수십 건의 신고가 쏟아졌다.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10분쯤 지난 뒤 구급차량 4대가 출동했다.
#3. 그러나 이태원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계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날 밤 10시 43분께 소방대응 1단계(1개 소방서의 전 소방력으로 대응)를 발령했다. 2분 뒤인 10시 45분경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 요청이 이뤄졌다.
#4. 곧이어 15분쯤 뒤인 이날 밤 11시에는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이하 DMAT)을 비롯해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학교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9개 재난거점병원에서 재난의료지원팀을 출동했다.
#5. 보건복지부는 10월 30일 오전 2시 40분 기준으로 서울·경기 내 14개 재난거점병원 전체 14개병원에서 총 15개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출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155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중 인명피해로는 최대 규모이다.
이번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 사고 피해자 구호조치에 나선 대응인력 중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 재난거점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의 DMAT이 있었다. 재난거점병원은 대형 재난사고 발생시 다수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고, 현장으로 의료지원팀 파견이 가능하도록 예비병상․전문인력․재난지원물품 등이 준비된 의료기관을 말한다. 현재 전국 38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재난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재난거점병원은 재난 및 다수사상자 발생 시 현장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운영한다. DMAT은 각 재난거점병원별로 3개팀 이상으로 구성된다. 1개 팀은 의사 1명 이상, 간호사·응급구조사 2명 이상, 행정요원 1명 이상 등으로 짜인다.
재난거점병원은 해당 권역 안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시 DMAT이 10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상시 편성해 놓고 있다. <관련 기사: 복지부, 재난 현장 응급의료 모의훈련 실시>
DMAT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이 구조한 환자들을 중증도에 따라 처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장에서 꼭 시행해야 하는 응급처치를 수행한다. 또 인근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병상정보를 확인해 환자가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선정해 이송하는 것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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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이 개최한 '전국 재난의료 종합훈련대회' 모습. |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도 119 구급대와 함께 DMAT이 출동해 현장 의료지원과 이송을 맡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재난거점병원과 DMAT이 재난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재난의료 대응시스템이 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 이후까지도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직적인 현장 응급의료체계가 부재했다. 구호 현장에서 중증도 분류는 미흡했고, 인근 병원과 소통 없는 체계적이지 못한 이송이 이뤄졌다.
그러다가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같은 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으면서 재난의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에는 현장에 응급의료소 설치가 너무 늦어졌고, 환자 중증도 분류 조치 미흡과 그에 따른 마구잡이식 환자 이송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관련 기사: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후 환자후송체계 문제 없었나?
2개월 뒤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에도 현장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통제시스템 부재로 여러 곳에서 파견나온 의료지원 인력이 뒤엉켜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재난의료 전문가들 “세월호 현장서 좌절·무력감 느꼈다”, 응급의학회 “세월호 참사 후 3년, 재난의료체계 여전히 부실” >
당시 대한재난의학회 등은 성명을 내고 "세월호 참사 동안 현장 의료지원을 나선 응급의학, 재난의학, 응급구조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는 현장에서의 무질서와 무력감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모든 희생자들이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 현실에서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며 효율적인 재난구조 활동을 위해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정부조직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일련의 안타까운 대형 재난사고를 겪고나서야 뒤늦게 국가재난의료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되고 실행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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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015년 3월 재난거점병원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라서 재난현장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중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재난거점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을 최대 41개소로 확대하고, 시설·장비를 연차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재난 상황접수 및 신속대응 가능한 상황실을 설치하고, 365일 대응체계 가동을 위한 전담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주관으로 지역별 재난의료 전문인력 양성 추진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서 재난거점병원의 DMAT이 조직화돼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재난의료 대응체계에 개선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재난의료인력 양성 제도화와 관련 법령 개선, 응급의료 연계체계 등에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김정언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정현수 연세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 대응체계 구축현황'이라는 논문에서 "2014년부터 지난 4~5년간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DMAT를 중심으로 한 훈련과 교육, 시설, 장비의 보완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의료인력 도착시간 지연 문제, 시설장비 노후, 민간의료인인 DMAT에 대한 법적 보장 근거 부족, 유관기관과 업무협조 부족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