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인진료비 41조 넘어...병원중심 의료체계 개편 시급
소청과의원 급여비 감소...분만기관도 계속 줄어
"이대로 가면 전국 모든 지역이 분만취약지 될 수도"

[라포르시안]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의 그늘이 의료공급체계 전반에 걸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되는 노인진료비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저출산 심화로 분만건수와 분만기관은 지속해 감소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의 전체 진료비도 줄어드는 추세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흔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또렷한 수치로 새겨졌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총 5,141만 명으로, 건강보험 진료비(급여비+법정본인부담금)는 95조 4,376억 원에 달했다. 이 중에서 공단이 부담한 급여비는 71조 5,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대상자 1인당 연간 납부한 보험료는 135만2,083원이며, 1인당 연간 급여비로 149만2,698원이 지급돼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 혜택이 더 컸다. 

통계연보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노인진료비의 가파른 증가세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3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2%를 차지했다. 

표 출처: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표 출처: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노인인구 증가는 노인진료비 증가로 이어져 2021년 노인진료비는 41조 3,829억 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1.5배 증가했다. 건강보험 진료비 총 95조원 중에서 노인진료비가 차치하는 43%에 달하고 있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08만 5,000원으로 전체 1인당 연평균 진료비(185만 7,000원)에 비해 2.7배 높았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14.6%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고령화가 본격화하면 향후 건강보험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은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인구에 진입하는 오는 2030년에는 노인진료비가 약 9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병원 중심 의료체계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30년 이후에는 국가의 모든 의료자원과 재정을 노인 병원 입원비나 요양 수발비용, 병원 뒷바라지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표 출처: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표 출처: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노인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저출산 영향으로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이는 수치도 있다. 

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 요양급여비용 증감률을 보면 대부분 표시과목에서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나홀로 감소세를 보였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2021년 급여비는 총 5,134억원으로, 2020년 5,216억에 비해 1.57%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1년도 연간 급여비(6,822억원)와 비교하면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2.80% 감소세를 기록한 셈이다.    

소아청소년과 급여비가 감소한 이유는 저출산이 계속 이어지면서 18세 이하 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정모니터링시스템 'e-나라지표'에 따르면 18세 이하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7.2%로 1965년 51.3%에 비해 34.1%p 낮아졌다. 

산부인과에서도 분만건수가 계속 줄면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연보를 보면 2021년 분만건수는 총 26만 1,641건으로 전년 대비 4.26% 감소했다. 특히 분만기관수는 487개소로 전년 대비 5.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으로 분만 실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국에 218개 뿐이다. 의원급 분만기관은 2020년 238개소에서 2021년에는 218개로 20개가 줄었다. 이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분만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분만기관이 감소하는 가운데 사회 진출 시기와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산모는 증가하고 있다. 고령산모의 증가는 모성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만기관 감소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전국 모든 지역이 분만취약지가 되기 전에 출산 의료인프라 지원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저출산 극복과 분만인프라 확충을 위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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