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재단·이사장 상대로 병원장 임명 무효소송 제기돼
"재단 정관·병원 규정에 오류...존재하지 않는 의료원장이 추천"

강북삼성병원 전경.
강북삼성병원 전경.

[라포르시안] 강북삼성병원은 작년 7월 말 제9대 병원장으로 신경외과 신현철 교수를 임명했다. 전임 신호철 병원장이 2012년부터 병원은 이끌어온 이후 9년 만의 원장 교체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에 임명된 신현철 병원장 임명이 절차상 문제로 무효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강북삼성병원 소속 의사이자 강북삼성병원 총동문회 일원인 A씨는 지난달 24일 삼성의료재단과 육현표 이사장을 상대로 신현철 강북삼성병원장 임명 무효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A씨는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신현철 병원장의 임명에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의료재단 정관과 병원의 ‘의사직 임용 및 급여규정’에 병원장 임면(任免)에 대한 오류가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 신현철 병원장의 임명은 무효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병원장으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재단 정관 제22조(이사회의 의결사항) 제5조에서 명시한 의료원장의 임면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A씨는 소장에서 신현철 병원장 임명 의결에 대한 이사회가 개최됐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소장에 따르면 재단 임영빈 이사(현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는 2월 15일 A씨에게 “원장 임명은 전적으로 이사회에서 육현표 이사장 책임 하에 이뤄졌다”고 했으며, 육현표 이사장은 지난 3월 3일 A씨와의 통화에서 “원장 임명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육현표 이사장에게 내용증명으로 이사회에서 신현철 병원장을 임명한 근거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정관은 의료원장의 임면에 관한 사항이지 병원장 선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신임 병원장을 이사회에서 임명 의결한 것이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라포르시안이 입수한 당시 삼성의료재단 회신에서는 ‘과거 정관에서는 병원장 임면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8년 7월 9일 이사회에서 의료원장 임명은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하고 병원장은 이사장이 선임하도록 했다.   

따라서 병원장 선임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사항에 해당하지 않게 됐으며, 2008년 7월 이후 이사회 회의록에는 병원장 선임에 관한 심의·의결 기록이 없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A씨는 이 부분에서 두 가지를 문제로 지목했다. 첫 번째는 병원장을 의료원장 추천을 받아 이사장이 선임한다면, 2008년 정관 개정 이후 추천한 의료원장이 누구냐는 질문이다. 

A씨는 “2008년 7월 이후 취임한 한원곤 전 원장과 신호철 전 원장, 신현철 현 원장을 추천한 의료원장의 명단을 재단 측에 요구했으나 육현표 이사장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의료원장의 존재 여부다. 삼성의료원은 지난 1994년 이건희 전 회장이 설립했으나 2011년 폐지되고 산하 3개 병원이 독립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의료재단이,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 주체다.

의료원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원장은 의료원장의 추천을 받아 재단 이사장이 선임한다’는 규정 자체가 잘못됐으며, 의료원이 폐지된 2011년 이후 사문화됐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사장이 병원장을 임명함에 있어서 ‘병원장 추천권’이라는 통제권한을 행사하던 의료원장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기존 정관 제22조 제5호 ‘병원장 임면에 관한 사항’을 ‘의료원장의 임면에 관한 사항’으로 변경한 정당성이 사라졌다는 것.

A씨는 “강북삼성병원 외에 재단의 사업기관이 없고 별도로 의료원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없다”라며 “현 시점에서 재단이 유일한 사업기관인 병원 운영 책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정당성을 고려하면 병원장 임명은 여전히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병원장 임면을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하는 방향으로 정관이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료재단이 A씨의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문 일부.
삼성의료재단이 A씨의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문 일부.

그는 강북삼성병원의 ‘의사직 임용 및 급여규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의사직 임용 및 급여규정’ 제13조에서는 ‘원장은 재단 이사장이 선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규범인 정관이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에서 병원장 임면 권한을 ‘의사직 임용 및 급여규정’에 위임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해당 규정은 무효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는 “해당 병원 규정은 강북삼성병원장이 원내 내부 규율을 정하는 것으로, 재단 정관보다 하위규범”이라며 “상위규범인 정관에서 정한 이사회 권한에 해당하는 병원장 선임을 하위규범에서 규정할 수 있는 지 이해가 안 된다. 강북삼성병원장이 자신을 병원장으로 임명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그동안 재단과 병원 측에 정관과 규정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TF나 위원회 등의 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을 끊임없이 제안했다”라며 “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지금까지 아무 반응이 없어서 오로지 병원의 건강한 미래와 발전, 후배 및 후학들을 위한 생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의료재단 육현표 이사장은 소송과 관련한 재단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병원 측에 알아보라고만 답변했다.

육현표 이사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병원) 관련자가 소송을 했다.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것”라며 “자세한 사항은 병원 홍보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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