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입원환자 진료 중단..."인력부족으로 진료 불가능"
지역내 다른 병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 미칠 듯
소청과학회 "2~3차 수련병원, 최악 인력위기와 진료체계 붕괴 목전"

[라포르시안] 전국 수련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가 10%대라는 최악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전국 2, 3차 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최악의 인력위기와 진료 대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최근 가천대 길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소청과 입원환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길병원을 찾던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인천 지역 내 다른 대학병원으로 몰리면 다른 병원들 역시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 입원이 필요한 지역 소아청소년 환자가 입원실을 찾아 서울로 원정진료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길병원 소청과 손동우 과장은 지역 내 소청과의원 원장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입원 환자 진료 중단을 알렸다.

손 과장은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 지 수년이 흘러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차 전공의 한 명만 남는다”며 “12월부터 잠정적으로 2023년 2월 말까지 진료 인력 부족으로 소청과 병실 입원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손 과장은 “2023년 3월에 전문의 증원이 이뤄지거나, 그 사이라도 입원 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입원환자를 재개할 계획”이라며 “입원 진료는 불가능하나 외래 진료는 성심껏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 상황이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소청과의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 과장은 “소청과학회에서도 존립의 위기로 생각하고 정부와 국회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되기는 어려올 것 같다”라며 “전공의 수급이 안 되고 전임의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소청과 개원가) 원장이나 교수가 정년 등의 사유로 일을 놓게 되면 어린이들의 건강과 성장 발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인천 권역 소아질환의 치료 종결병원으로 역할하고자 노력해왔던 길병원이 잠정적이라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꾸짖어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저희도 답답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길병원 소청과 손동우 과장이 지역 내 소청과 개원가에 보낸 서신.
길병원 소청과 손동우 과장이 지역 내 소청과 개원가에 보낸 서신.

현재 길병원은 소청과 입원 병동을 폐쇄한 상태다. 길병원 소청과 교수는 총 7명으로, 이 중 1명은 해외연수 중이다. 나머지 6명 중 3명은 신생아클리닉에서 근무 중이다. 결국 나머지 3명이 외래와 입원환자까지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길병원 소청과 A교수는 라포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소청과 입원 병동을 닫고 기존에 있던 입원환자들은 전부 퇴원시켰다. 간호사들도 전부 다른 부서로 보냈다”며 “신생아중환자실만 운영 중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A교수는 “입원환자 진료 잠정 중단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다. 진료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라며 “입원진료가 필요한 환아들이 국제성모병원이나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으로 가게 될 텐데 그 병원들 역시 상황이 좋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A교수는 “국제성모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티오가 없고, 인천성모병원 소아응급실도 현재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며 “그 병원들도 한계에 이르게 되면 길병원과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고 환자들은 결국 서울로 가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소청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계속 지적해왔지만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며 “전공의 4년차들이 나가고 1~2년 지나면 입원실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료계에서도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입원 병동을 찾아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인천 B대학병원 관계자는 “길병원이 소아청소년 입원 환자들을 받지 않으면서 지역 내 다른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병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소아병상 수가 뻔하다보니 우리 병원과 다른 병원들도 곧 병상이 찰 것이다. 그렇게 되면 로딩이 걸리게 될테고 환자들이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길병원을 비난할 문제도 아니고 소청과 교수들에게 모든 걸 감내하라고 할 수도 없다. 어떻게 교수들이 24시간 진료만 할 수 있나”라며 “소청과는 외래 비중이 큰데 입원병동까지 커버하다보면 외래가 힘들어진다. 길병원이 굳이 병동을 닫고 외래를 놔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2023년도 전국 수련병원의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 199명중 지원자는 33명(지원율 16.6%)에 불과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등으로 지속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청과에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2022년 기준 서울 12.5%, 지방 20%에 달한다. 지방 거점진료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재 심화로 2023년에는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가 가능하게 된다.  했다고 경고했다. 

소청과학회는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청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진료와 응급진료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전국 2, 3차 전공의 수련병원의 최악의 인력위기와 진료체계의 붕괴 및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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