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학회, 수련병원 대상 조사 결과...응급진료·입원 진료 축소 예정
내년에 근무할 전공의가 전무한 수련병원도 32% 달해
대전협 "대학병원서 전문의 확충 가능하도록 수가 가산·국고지원 필수"

[라포르시안] 최근 실시한 전국 수련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가 20%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지원율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부터 전국 수련병원에서 소청과 진료 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가운데 75%가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진료 축소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회장 나영호 경희대병원 교수)에 따르면 학회가 지난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96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5%가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축소 대상은 ▲응급진료 폐쇄 및 축소(61%) ▲입원 축소(12.5%) ▲중환자실 축소(5%) 순으로 답변 비중이 높았다. 

수련병원들이 소청과 진료 축소에 나서는 이유는 수년 동안 전공의를 뽑지 못하자 교수들이 2년 넘게 당직을 서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마저도 한계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학회 조사 결과 내년도에 근무할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32%에 달했다. 소청과 총 정원 대비 전공의 근무 비율은 39%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소청과 의료인력 위기를 개선할 응급 대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조만간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회에 따르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등으로 지속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지방과 수도권까지 거점 수련병원의 응급진료 및 입원 진료 축소에 나설 수밖에 없다.  

소청과학회는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청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진료와 응급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전국 2, 3차 전공의 수련병원의 최악의 인력위기와 진료체계 붕괴 및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청과학회 차원에서 수년 전부터 인력부족과 진료체계 위기를 우려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례 해결 방안에 대한 건의와 대책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회가 소청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과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해 제시한 방안은 ▲중증도 중심의 2, 3차 진료 수가 및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 및 지원 장려 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의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등이다.  

학회는 "저수가로 인한 2, 3차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 적자와 전문인력 감소 및 병상 축소 운영 방지를 위한 기본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저출산위기를 이겨낸 선진국 사례에서도 필수진료 수가 정상화로 위기를 극복했고, 국내 신생아집중치료실의 병상과 전문인력 부족 사태에서도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으로 병상 증설과 의료인력의 유입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청과 진료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채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소청과 전공의 미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이 전문의 인력을 채요할 수 있도록 수가 가산과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지속되는 저출산에 따른 의료 수요 감소, 소청과 전문의 채용에 소극적인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의료분쟁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대전협은 설명했다. 

대전협은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하려 하지 않는 건 인건비에 비해 소아 진료를 유지했을 때 병원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소아 진료비는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서 대부분 커버되며, 오랜 시간 낮은 보험수가로 정체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문의 채용만이 현재의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전문의 채용을 위한 보험수가 가산 및 획기적인 국고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전문의 채용 국고보조, 수가 인상, 정책수가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서 상급종합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