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2월호서 '공공의대 찬반양론' 담아
"국립의전원은 지역 공공의대와 다른 정책"
"공공의대 설립보다 공공병원 역할 재정립·병상총량제 도입 등 선행돼야"

[라포르시안] "양질의 필수의료 제공 및 공공보건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

"의사 수가 증가하는 비율을 보면 2010~2020년 기준 OECD 국가의 경우 연평균 1.4%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연평균 2.4% 증가한다. 의사 수가 충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대한의학회가 최근 발간한 E-뉴스레터 12월호에서 ‘공공의대 찬반양론’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글을 담았다. 먼저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란 글을 통해 지역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하 국립의전원) 설립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 글에서 지역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지역의사제 정책이 의제화 되면서 이러한 정책과 관련성이 크지 않은 국립의전원 설립법안으로 논란이 옮겨가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공공병원 전망 시계제로...공공의대든 외국의사 수입이든 결단 필요">    

임 교수는 "국립의전원은 현재의 의과대학 선발 정원을 늘려 설립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대학 비리와 질 낮은 교육 문제로 폐교된 서남의대 선발 정원을 이어받아 국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별로 상관이 없다"며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만큼을 활용한 국립의전원 설립으로 국가의 공공보건의료 핵심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고자 함은 매우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립의전원 설립 논의 과정에서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면허를 담보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함께 논의되면서 국립의전원 설립 취지가 왜곡되고 수많은 억측이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국립의전원은 설립 취지와 목적이 지역 공공의대 설립과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원인이 양적 부족에 기인한 것인지, 분포의 왜곡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국립의전원 설립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등장했다"며 "(국립의전원은) 정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배출된 의사 인력이 취약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 의무사무관부터 국가중앙병원 전문인력에 이르기까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인재 등용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점에서 취약지 인력부족 문제 해결 방안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재활원, 보훈병원 등 국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국립병원을 활용해 임상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정책의 컨트럴 타워에서 정책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질적 문제가 발생할 리 만무하다"며 "오히려 추가적인 부속병원 설립 없이 질 높은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배출되는 의사 인력의 상당수가 사회가 필요한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전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존 대학체제에서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틀이 아닌 국가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을 직접 선발, 양성, 배출, 관리하는 의사 인력 양성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질의 필수의료 제공 및 공공보건의료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국립의전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의사 부족 허덕이는 국공립병원...'고강도 업무 → 퇴사 → 노동력 쥐어짜기'> 

임 교수는 "기존 의대 교육목표와 졸업역량 측면을 고려할 때에 기존 대학 체계로는 공공보건의료의 가치와 미션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불가능하다"며 "공공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을 기준으로 볼 때에 기존 국립의대 졸업자와 사립의대 졸업자 간 차이가 없고, 대부분의 전문인력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 시장 수요가 많은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주도할 만한 역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독자적인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재활원 등 정부가 설립한 국립병원이 국가중앙병원으로 역할을 위해서도 국립의전원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만약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 과정에서 원래의 취지에 벗어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실제 설립 과정 전반에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 참여를 전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사회 구성부터 의학교육과정의 구축 전반에 걸쳐서 의협과 의학교육학계의 참여가 전제된다면 이러저러한 우려의 불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의 글에 이어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공공(公共)’이라 쓰고 공멸(共滅)이라고 읽는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서 지역 공공의대 설립 논의 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이 글에서 공공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의사인력 확대보다 공공의료기관 역할 재정립과 지역별로 병상 총량제 도입, 지방 환자 이송체계 개편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서 하기 힘든 감염병 대비 인프라를 만들고 소외계층을 위한 진료에 매진해서 공공의 의료를 담당해야 하는데, 현재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과 진료 경쟁을 하고 있어서 차별화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이 공백을 민간의료기관이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는데 이제는 민간의료기관에서 하는 공공의료 역할을 줄이고, 공공의료기관이 진정한 공공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문 실장은 또 "중증환자를 지방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병상 총량제를 실시하고 거점의료기관을 육성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며 "고속철도를 타면 수도권 병원에서 당일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에 공공의대와 공공의료기관을 많이 세운다고 해서 국민들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도록 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실장은 "정부부처나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할 때, 수많은 직원들이 그만두는 건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같은 이유로) 공공의대가 있는 지역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려는 수련의사만 남아있게 된다. 의사를 강제로 묶어두는 것이 아닌 여러 유인책을 개발해서 자발적으로 지방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안전하고 빠르게 이송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도록 지방 환자에 대한 이송 체계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문 실장은 "의사 수가 증가하는 비율을 보면 2010~2020년 기준 OECD 국가의 경우 연평균 1.4%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연평균 2.4% 증가한다. 의사 수가 충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성급하게 결정하고 진행할 경우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현재의 의료시스템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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