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재정 지출 우선순위 인식 전환 필요성 강조
"밴딩 설정 시 임금·물가 등 사회적 인상요인 적용해야"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는 2024년도 수가협상과 관련해, SGR 모형은 미리 정해진 밴딩의 합리화 수단에 불과해 기존 밴딩 설정 방식을 벗어나 재정 지출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24일 밝혔다.

‘밴딩’이란 수가협상을 위한 보험재정 지출 규모로,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에서 정한 밴딩이 수가협상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의협에 따르면 지금까지 건보공단은 밴딩의 근거로 SGR 모형을 이용했으며, 이 모형은 밴딩 이외에도 각 단체의 포션과 순위까지 정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의협은 “보험자(공단) 입장에서 용도에 따른 지출규모를 미리 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간 재정상태의 흑자, 적자 상황에 상관없이 밴딩은 2% 전후에 불과했고, 이 수준으로 수가를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밴딩이라는 절대적 기준치를 미리 정하고, 이 한계선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고착화 됐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각 의약단체는 개별 수가협상 이전 미리 밴딩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협상에 앞서 밴딩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SGR 모형이 밴딩 이외에도 단체별 포션과 순위까지 정하는 절대적 근거가 되다 보니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더라도 유형별 순위를 바꾸지 못하는 유연성 부족 등의 한계로 작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밴딩 구조의 개선 방향으로 밴딩 설정 시 물가 등 사회적 인상요인을 기준점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금이나 물가인상률 등 기본적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인상요인을 밴딩 산출 시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전체 지출규모(밴딩)을 미리 정한 후 각 유형으로 분배하는 톱다운 방식에서 유형별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최종 밴딩을 정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하면 미리 정해진 밴딩을 계약기간 동안 공급자 측에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협상’을 한다는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며 “밴딩 내 각 단체의 순가 미리 정해져 협상의 유연성과 여지가 없어지는 고질적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밴딩 규모의 한계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보험수가 용도의 재정지출은 2% 전후로 제한해야 한다는 한계가 설정돼 있다는 것이 의협 측의 설명이다. 

의협은 “애초 보험수가가 원가의 절반 수준에서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원가 미만의 수준임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정작 수가인상에는 인색하다”며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임에도 유독 의료분야에 강요하고 있는 사회적 인식과 국민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와 같이 24조 흑자를 보이는 재정상황이라면 그간 2%대에 머물렀던 밴딩 규모를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가 인상을 건보재정 지출의 우선 순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은 보험 재정이 적자일 때는 고통분담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의료계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해 왔고, 흑자일 때는 보험수가보다 보장성 강화, 필수의료분야 투입 등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유로 수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토로했다.

의협은 “보험재정이 흑자라는 것은 보험료 수입이 증가한 것 이외에 지출이 감소했다는 것이고, 이는 그만큼 의료기관으로 유입돼야 하는 비용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정된 재원을 가입자에게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이제라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고,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적정 수가 책정에 건보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가보상과 재투자를 담보하는 합리적 밴딩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협은 “과거 원가 미만인 보험수가를 만회할 수 있었던 비보험 영역과 보험영역 내에서 진료량과 진료시간대를 늘리는 박리다매 방식은 이미 그 효과가 사라진 영역”이라며 “건강보험수가 부족분을 상쇄할 수 있는 과거 기전이 모두 사라지고, 건강보험제도권 내 수익구조에만 의존하게 된 상황에서 건강보험 수가는 의료기관의 생존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절대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의 특수성으로 인해 최소한의 수익률만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원가+α(최소이윤) 중 ‘+α’가 수가협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이 ‘+α’는 다시 신의료기술과 의료장비 도입 등 의료서비스 발전에 재투자될 수 있는 동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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