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미 의원, '의료인력 정원준수법' 입법 추진...의협 등 반대의견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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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보건의료노조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 시민사회단체 공동으로 법정 의료인력 정원준수를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인력과 정원 기준을 법률로 명시하고 위반 시 벌칙 사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이 의료인 및 보건의료 인력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가를 대폭 상향하거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책정 권한을 개설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간호조무사협회는 보건의료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수가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 비례대표)는 지난 10일 의료기관 내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의 정원 기준 등을 명시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은미 의원은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인력 기준 마련은 의료기관의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환자 안전과 보건의료인력 등의 처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의 정원은 의료법에 따라 명확히 규정돼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그 벌칙에 관한 사항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 등의 정원 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개설자의 위반사항을 공표토록 하고, 정원 기준 산정에 있어 간호사의 경우 실제 근무조별 간호사 당 환자 비율 기준을 적용토록 명시했다.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운영자가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력 등의 적정인력과 정원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인력 채용에 대한 책임을 민간 의료기관이 지게 해선 안 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채택해 국가가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의료기관 개설자는 제한된 예산(수익) 범위 내에서 인력 채용 등 의료기관 운영을 수행해야 한다”며 “현재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구하고 싶어도 인력 부족 등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현장의 실태를 볼 때, 그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먼저 국가 차원의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등 의료인 등의 충분한 채용이 가능할 수준으로 수가를 대폭 상향하거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책정 권한을 개설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에 ‘보건의료인력’을 추가하는 것은 법 체계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에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사항은 제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처벌과 관련해선 “개정안은 의료인력 정원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사무장병원’ 개설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인력 정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구체적인 사정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개정안에 따른 입법 목적 등에 부합하는 조치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력 정원 기준 미달에 대한 형사처벌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의 입법 목적,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력 정원 기준 미달이 사무장병원을 개설하는 것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관점에서 본다면, 심히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 등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간무협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정원을 제시하고 이를 처벌하기 보다는 적정 인력에 대한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무협 관계자는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의료법에 규정된 인력이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밖에 없는 상태에서 보건의료인력 정원을 의료법에 담겠다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라며 “의료법 대상이 아닌 인력의 정원 기준을 정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는 정원 규정이 별도로 없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의료기관 내 간호조무사 정원을 조사할 것인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간호조무사는 개정안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무협은 의료기관내 보건의료인력 정원을 정하는 것보다 직종별 인력 기준을 만들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료기관이 의료인과 보건의료인력 정원을 지키게 하고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것만 제시하고 있다”며 “법안에 앞서 보건의료 직종별 인력 기준을 만들고, 의료기관과 경영자가 이를 지킬 수 있는 수가 보상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점이 선결되지 않은 채 규정과 처벌만 담는 법안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