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 추가소요재정 1조1975억..."가입자-공급자 사이 간극 컸다"

건보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건보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

[라포르시안] 2024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이 밤샘 협상 끝에 일단락됐다.

내년도 공급자단체 유형의 평균인상률은 1.98%(협상 결렬 유형은 건강보험공단 제시 인상안 기준)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수가인상에 따른 건강보험 추가 소요재정은 1조 1,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7억원이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병원급 1.9%, 치과 3.2%, 한의 3.6%, 보건기관 2.7%, 조산원 4.5%로 협상이 타결됐다. 의원급과 약국 유형은 협상이 결렬됐다.

약국의 경우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이 3.6% 인상을 요구했으나 건강보험공단 측은 1.7% 인상률을 제시했다. 의원급 유형에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은 1.6%로, 전년도 인상률 2.1%에도 못 미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의원과 약국 유형은 이달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률이 결정될 예정이다.

건보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수가협상을 마친 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올해 협상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소위원회 구성도 늦어졌고, 최초 밴딩 설정이나 기타 가입자와 공단 협상단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추가 협상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예년보다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의 간극이 컸던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장은 “가입자들은 고금리, 고물가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수가 인상이 보험료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수가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요구했고, 공급자 측에서는 최근 의료 관계법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 2년 연속 건강보험 재정흑자 등으로 수가 인상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급자단체는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실제 의료 물가지수 인상률 만큼의 수가 인상을 원했다”며 “공급자단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가 되고 수긍이 가는 면이 있지만, 최종 협상은 주어진 밴딩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과 의료계의 인프라 유지를 고려해 근거 기반의 밴딩 설정에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 제시하고 공급자와 가입자의 간극을 좁히면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약국과 의원 유형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돼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수가협상 과정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간 소통을 위한 최초의 공식적인 간담회를 가짐으로써 앞으로 수가제도 개선을 포함한 건강보험제도 개선에 있어서 가입자와 공급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수가 모형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단장은 “미국은 (환산지수가) 마이너스 값이 나오면 수가를 인하하도록 법에 명시했다”며 “그런데 마이너스 값이 나와도 수가를 인하하지 못하고 몇 년 동안 누적되다보니 수가를 25%까지 인하해야 하는 시점까지 도달했다. 결국 지킬 수 없는 법이라고 판단해 해당 법을 폐기하면서 더 이상 SGR 모형을 사용하지 않고, 대안적 지불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행위별수가제를 전부 없앨 수는 없지만 행위별수가제 이외의 다른 지불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를 공급자단체들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가입자와 공급자 간 간담회 자리에서 단순히 환산지수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의 범위를 벗어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공단은 가입자, 공급자,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에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앞으로 수가 제도를 포함한 지불제도 개편과 보건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