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출입기자단,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 개최
“젊은 의사들 의견 반영 위한 의협 내 시스템 구축 필요”

[라포르시안]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대부분은 현재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자체적이고 개별적인 행동에 대해 의협을 포함한 선배 의사들과의 신뢰가 깨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차기 의협 집행부 내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에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의협출입기자단은 지난 15일 오후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제42대 의협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합동설명회에는 경찰 조사로 일정상 불가피하게 불참한 기호 3번 임현택 후보를 제외한, 기호 1번 박명하 후보, 기호 2번 주수호 후보, 기호 4번 박인숙 후보, 기호 5번 정운용 후보 등 4인이 참석했다.

합동설명회는 자기소개 후 공동질의와 후보자 개별질의 및 플로어 질의에 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기호 1번 박명하 후보는 “의협회장 당선자는 비대위를 비롯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저항 운동을 이끌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정부와의 협상도 마무리를 해야 한다”며 “5월 1일부터는 의협회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당선 후 회무 시작까지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고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나는 반장에서부터 회장까지 직책을 맡으면서 모두 성과를 낸 검증된 후보이자, 의협을 바로세우기 위한, 제대로 된, 예측 가능하고 검증된 의협회장 후보”라며 “말로 만이 아닌 행동하는 회장, 성과를 만드는 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2번 주수호 후보는 “평생 속죄하고 살아야 할 과거 때문에 조금 논란이 있었다. 사전에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들은 회원들께 죄송하다”며 “이런 부분까지도 회원들이 회장선거에서 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내 과거가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 나를 선택하지 않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주수호의 파워와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나를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기호 4번 박인숙 후보는 “국민이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며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견뎌야 한다. 지금 무너지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의사들이 앞장 서서 진정한 의미의 의료 개혁을 제대로 이뤄내야 한다”며 “지금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 혁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내가 회장이 된다면 모든 책임은 제가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호 5번 정운용 후보는 “내가 가진 장점은 첫째 정책 역량, 두 번째 소통 능력, 세 번째는 다양한 투쟁 경험”이라며 “특히, 의사들이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부분에서 중대한 약점들을 노출해 왔는데 이런 점에서 내가 가진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후보는 “과거 전공의 대표를 하면서 파업에 참여했고, 사회 개혁을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도 했다”며 “이런 다양한 투쟁 경험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싸우면서 협상하는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 후보자별 공통 질의가 진행됐다. 첫 질문은 ‘현재 전공의들은 의협과 별개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데, 사실상 의협과 선배 의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으로 보인다. 복안이 있는가’였다.

주수호 후보는 “지난 2020년도 투쟁 과정에서 당시 집행부가 전공의들의 의견과 배치돼 투쟁 종료 선언을 하면서 신뢰가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공의들과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대위 첫 회의에서 내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통과된 것이 ‘우리의 중요한 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주 후보는 “의협회장이나 투쟁체의 대표보다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체 회원들, 특히 젊은 의사들의 의견들을 잘 수렴해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숙 후보는 “4년 전에도 올해도 의사 대표는 책임지지 않고 젊은 의사들은 방패막이로 사용했지만, 다행히 전공의들의 신뢰는 끊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대통령의 반인권적 탄압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작된 개별 사직이기 때문에 따로 투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목표는 똑같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과 신뢰 회복을 위해 집행부 내에 젊은 의사들을 많이 넣는 구조개혁을 하겠다. 젊은 의사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운용 후보는 “현재 전공의들은 선배 세대와는 사고 방식도 행동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기본이고, 이에 기초해서 의사협회 등 조직에 남녀가 동등하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런 이유로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젊은 의사들의 지분을 더 늘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명하 후보는 전공의들이 의협 집행부와 선배 의사에 대한 신뢰가 깨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후 전공의들의 정의롭고 개별적 사직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협의회와 단결된 모습으로 잘 소통하고 있다”며 “그들은 선배 의사들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공의들이 의햡과 별개로 투쟁에 나서면서 신뢰가 깨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비대위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앞으로 집행부의 젊은 의사 참여 확대 및 젊은의사협의체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효과적 대관 방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운용 후보는 “그동안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대체로 의료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거나 천박한 경우가 많았고, 관료들은 의료에 대해 아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이른바 영혼이 없었다”며 “의협이 대표단체가 아니라는 관료의 말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의사들의 보수적 견해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보수적 논리를 전개하면서 폭이 넓지 못하거나,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보수화를 추구한다면 문제가 된다”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활동이 보수적이라 하더라도 폭을 더 넓히고 엄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명하 후보는 “의협이 대표 단체로 인정 못하게끔 외부에 비쳐지는 것은 의협의 책임도 일부 있다”며 “교수, 봉직의, 개원가, 전공의 등 모든 직역이 의협으로 단합될 수 있는 시스템과 소통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역과 특정 개원의사회가 의협을 통해서 정부와 접촉하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의협의 리더십을 갖추겠다”며 “무엇보다 여야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대외 협력 파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캐비닛을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는 “의협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대정부 협상력 및 투쟁력은 모든 직역의 회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이번 회장 선거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가장 높은 투표율과 득표율로 회장이 당선되는 순간 의료계 리더십이 확보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그렇게 확보된 리더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당선이 되면 의료계 단체장들을 만나서 간곡하게 부탁도 하고 어떤 때는 압력도 넣음으로써 의협을 바이패싱해서 절대로 정부와 정치권과 상대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숙 후보는 “정부는 이미 대한민국 의사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정부가 의협을 대표단체로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비굴한 마음으로 관계를 정립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 정당을 추진해 정부와 동등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통질문 이후 후보자별 개별 질의가 이어졌다.

박명하 후보에게는 ‘지난해 10월 임현택 후보님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 집행부가 복지부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이면합의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같은 의혹 제기가 의료계 내분을 조장하고, 협상에 차질을 빚어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한 해명은’이라는 질의가 나왔다.

박 후보는 “당시 의협 집행부가 복지부와 의대정원 확대에 이면합의를 했다는 것을 발언한 것은 임현택 후보였고, 내가 이면합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며 “의료계 내분을 조장하고 협상에 차질을 빚어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절대 인정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나는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당시 집행부는 의료현안협의체가 필수의료와 전공의 처우 개선 등 긴급한 의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9.4 의정합의에 따른 의정협의체로 인식해서 원격의료와 의대정원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원격의료는 시범사업 형식으로 진행됐고, 의대정원 문제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의료현안협의체가 아닌 9.4 의정합의에 따른 새 의정협의체를 요청했던 것이고, 새로운 구성원과 함께 난국을 타개해 나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에게는 ‘의대정원 증원 반대 과정에서 ‘의사가 있어야 환자가 있다’거나, ‘정부는 감히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의대정원 증원과 의사 직역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의협과 점점 괴리되고 있는데, 당선될 경우 이를 어떻게 풀어가겠나’고 물었다.

주 후보는 “의사들이 아무리 홍보를 잘해도 현재 대한민국에선 의사들이 모든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집단이 될 수 없다”며 “의사가 국민에게 홍보를 잘하면 국민들이 의사 편이 될 것이라는 건 허황된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조심해서 말했어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는 “회원들은 (의대정원 증원 반대)광고를 해봐야 국민 반감만 사는 것 아니냐, 왜 더 세련되고 국민 눈높이에서 광고를 못하냐고 하는데, 우리가 홍보를 하는 첫 번째 목적은 국민이 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의사들의 힘을 더 뭉쳐서 우리의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낼 필요는 있지만, 빌미를 줄 수 있는 단어 사용이나 잘못된 어휘 선택은 자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숙 후보는 ‘과거 의협 집행부의 집회나 시위에 대해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비판을 해왔는데, 최근 의대정원 증원 반대 집회에는 여러 차례 참석했다. 선거를 의식한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의에 대해 “나는 평생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이번에는 너무나 중요한 상황이라 한 명의 의사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참석했다고, 과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집회에는 안 간 것”이라며 “아젠다에 집회에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는 것일 뿐, 안 간다고 했다가 가는 이유로 이율배반적이라고 하는 것은 섭섭하다”고 말했다.

정운용 후보에겐 ‘의협을 권익단체를 넘어 민주적 전문가 단체로 변화시키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의사회원 권익과 공약이 상충할 경우의 입장을 물었다.

정운용 후보는 “좁은 이익에 매몰된 권익 투쟁은 한계가 있는 만큼, 시야를 더 크게 넓혀서 권익을 지켜야 한다”며 “내가 주장한 공약은 의료개혁이다. 그렇게 해야 의사의 권익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권익과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그 속에서 의사의 권익도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며 “원론적이고 이상주의 같은 소리지만 지금이야말로 이런 부분이 더 적극적으로 제기돼야 하는 시기다. 이런 이유로 내 공약과 회원 권익은 서로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자 개별질의 후 이어진 플로어질의에선 주수호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주수호 후보는 “사죄의 말씀은 그만 드리겠다”며 “현재 정부와 의료계와의 갈등 구조 속에서 개인의 범죄 이력을 알 수 있는 곳은 본인 외에는 수사기관 밖에 없다. 왜 이런 시점에서 나의 과거 잘못된 이력이 나왔는지에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협의 정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주 후보는 “의협 정관을 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실형 종료 5년이 경과해야지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돼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당시 법무법인들과 상의를 했는데 답변은 일관됐다. 정관이 상당히 미비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실형으로 징역을 받았던 사람보다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람에게 피선거권 제한이 더 많은 것은 위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 후보는 “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으면 이후 6년 6개월이 지났으니까 피선거권 제한은 이미 끝난 것이고, 집행유예 3년으로 보면 피선거권 제한 기간이 좀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며 “담당 로펌에선 만일 피선거권이 제한되면 선거 무효 소송까지 본인들이 하겠다고 했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에 대한 질의응답이 끝나고 의협 중앙선관위 고광송 위원장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고광송 위원장은 “의료계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42대 의협회장 선거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당선된 회장이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게끔 모든 회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모든 회원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꼭 참여해서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데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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