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자(녹색정의당 노동부대표,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라포르시안] 그는 볼 때마다 초록색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로고가 찍힌. 여름에는 얇은 셔츠나 반팔티를 입은 위에, 겨울에는 두꺼운 점퍼 위에 조끼를 입었다. 조끼를 입고 도로를 행진하는 무리의 맨 앞에서 걸었다. 행진을 멈춘 곳에서 그는 늘 맨 앞에 앉아 있었다. 조끼를 입은 채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 앞에서 목청을 높일 때도 많았다. 작년 12월에는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18일 동안 단식농성을 했다. 그가 있는 곳은 늘 보건의료 노동운동의 치열한 현장 한가운데였다. 조끼를 입은 그가 있는 곳이 곧 국내 산별노조 운동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현장과 다를 바 없었다.  

작년 말 세 번째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쳤다. 비로소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지난 2월 녹색정의당에 영입인사 2호로 입당해 4·10 총선에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그는 이제 노동조합 조끼 대신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녹색정의당 점퍼를 입을 때가 많다. 지난 2월 입당 환영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저는 보건의료노조에서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 해왔던 노동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살려서 진보정당인 녹색정의당에서 노동자 진보정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중략) 저는 녹색정의당 지지율 1%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하겠습니다. 4월 10일까지 매일 매일 한 걸음씩 노동현장과 국민의 마음을 얻어서 하루 0.2%씩 지지율을 높입시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절망할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란 시를 인용하며 이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현재 녹색정의당 지지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나순자 녹색정의당 노동부대표가 현장에서 문제의 답을 찾고 '지지율 3%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위기가 기회'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었나.

= 작년 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치면서 30년간 이어온 노동운동도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저녁이 있는 삶, 엄마가 있는 가정을 만들고 싶었다. 외부에서 여러 번의 출마 권유를 단호히 뿌리쳤다. 그런데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신임 위원장과 중앙집행부 위원들이 조직적으로 저를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도록 결의했다. 조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왜 그런 요청을 하는지 너무 잘 알기에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 거기에는 우리 병원노동자들의 간절한 꿈과 염원이 담겨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노조의 힘만으로는 힘든 정책 과제들을 국회에 가서 꼭 해결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현장의 간절한 꿈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내심 미완의 과제인 역사적인 9.2 노정합의 이행을 국회에서 완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최종 결심을 앞두고 여러 원로 선배님을 찾아뵙고 상담했다. 그 중 한 선배님 말씀이 어렵지만 진보의 가치를 지키면서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을 녹색정의당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분이 이틀을 혼자 곰곰이 고민했다고 하셔서 그 조언의 무게감이 더 남달랐다. 결국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 팔자에 쉬는 운명은 없나 보다 생각하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을 보면 당의 1순위 정책이나 총선 전략의 메시지가 보인다고 한다. 녹색정의당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선택한 의미는 뭐라고 보나. 

= 녹색정의당은 녹색과 노동이 만나 시대정신을 반영해 새롭게 만든 가치 중심 정당이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9.7%(270만표)를 득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 원인 중 하나가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 요즘 들어 녹색정의당이 노동현장과 멀어졌다는 그런 지적이 계속 있었던 것 같고, 당 내에서도 그런 지적을 새겨듣고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민주노총 주요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에서 3선 위원장을 하고, 노동만이 아니라 보건의료 쪽에서도 교섭과 투쟁 모든 면에서 구체적 성과를 얻으면서 노동현장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녹색정의당의 재활프로그램에서 9만 조합원으로 성장한 보건의료노조의 조직력과 확장성에도 주목한 것 같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 노동의제를 넘어 돈보다 생명을 기치로 활동해온 의료공공성운동의 성과에 주목한 것 같다. 즉, 저를 비례 1번으로 내세움으로서 진보정당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데 있어서 노동 대표성을 회복하고, 초고령사회를 맞아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건강과 돌봄문제도 같이 부각시키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을 고려해 제가 지금 비례대표 1번이면서 당내에서 노동부대표, 의료돌봄본부장,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다. 

- 출마 기자회견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거듭 강조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 중심 정당 건설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배출로 완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다른 의미인가.

= 당연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실 노동운동이 추구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개념도 이제 수정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이후 20년 이상 진보정당 운동을 하면서 노동자가 우리 사회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정치세력화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 중심의 사회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은 이루는 사회, 연대와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건의료노조가 실제로 보건의료제도 등에서 정책 개입을 하는 것처럼 다른 산별노조에서도 산업별로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펴도록 정책 개입을 해야하는데 윤석열정부에서는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정부는 노조혐오에 매몰돼 노동조합하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시점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한 정치세력화를 넘어 ‘정치·사회세력화’로 확장하는 데 있다고 본다. 즉, 정치 제도권 진입을 넘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보다 의미있는 노동정치, 진보정치, 사회개혁운동을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생각한다. 보수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 중심의 독자적 진보정당 건설과 함께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은 그것이 최종목표가 아니라 시작점일 뿐이다. 나아가 국회 안팎에서 내용적으로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의 삶과 노동이 균형을 잡고, 사회연대와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향해 만드는 진보정치 노동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녹색정의당은 무상의료를 처음으로 추진했던 민주노동당의 정신을 계승하는 진보정당을 표방한다. ‘민주노동당 무상의료운동 시즌2’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선언은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나. 

=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운동은 당시 시대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필요한 것을 의제화했다. 당시에는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집안에 암환자로 생기면 가정경제가 파산이 날 정도였다. 그레서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으로 시작해서 건강보험하나로운동, 보호자없는 병원만들기, 공공의료확충 등의 운동을 노조와 진보정당이 함께 진행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서면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대해서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공공’이라는 단어가 대부분의 정책에서 사라졌다. 건강보험 보장성도 후퇴하고 있다. 대신 혁신의료기술이나 비대면 진료 등 의료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초고령사회에 돌봄은 간병살인, 간병파산 등 사회적 문제로 두되고 있다. 어려울 때는 공공을 찾지만 정부의 정책은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돈벌이 대상으로 내몰리면 불평등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불평등, 돌봄불평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초고령사회에 국민 누구나 건강하고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돌봄복지국가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무상의료운동 시즌2’로 이야기 한 것이다.          

-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의대 증원을 논의하고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 녹색정의당은 강경한 의정대치도 문제지만 의정만의 대화와 합의도 반대한다. 의대정원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의사에게만  맡겨둘 수 없고, 정부한테 맡길 수도 없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2월 의사 집단진료거부사태 해법으로 제안한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대표들은 직접적 반응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각계각층으로부터 호응이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계에서 보건의료노조와 건보노조가 화답했고, 많은 의료전문가들이 의정대화로는 부족하다면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해법에 지지의견을 밝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에서는 중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면서 국민이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제안하고 나섰다. 의료파국이 임박한 만큼 이제는 의협과 정부가 벼랑끝 대치만 하지 말고 우리가 제안하는 국민참여공론화위와 각계각층의 중재안 중심으로 해법 모색에 당장 나서야 임박한 의료파국을 막을 수 있다.

- 녹색정의당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공의료 확충 없는 의대 증원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선가.

= 얼마나 의대 정원을 증원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증원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 의료개혁은 선후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의 시장중심, 민간중심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의대정원만 늘린다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대책에는 늘어난 의사인력이 흔히 돈벌이가 좋은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로 가지 않고 필수의료, 지역의료로 가도록 만드는 방안이 없다. 그래서 지역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료 확충을 함께 가야한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의대 증원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설정한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현대식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 시기에 지역주민을 지키고, 민간병원이 못하는 지역사회돌봄, 장애인, 재활, 노인돌봄, 어린이, 산전산후 모자돌봄을 책임진  공공병원을 더 많이 확충해야한다. 의사들이 집단진료거부를 하더라도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는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의사들이 배출되면 스스로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좋은 공공병원이 전국 각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도 중증·응급환자 중심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 일면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만 의료현장은 환자안전과 노동자 고용 측면에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 노조에서 활동에서 현장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대로 얼마나 버틸지 우려스럽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꾸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법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PA 간호사를 현재 300-400명 수준에서 추가로 100여명 이상 대폭 채용하면서 무원칙하게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빅5병원 중 한 곳에서는 공보의 10명이 지원인력으로 왔는데 마취통증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과 전문의 3명 정도에 나머지는 인턴 경험도 없는 의사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실제적인 도움이 거의 안 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정부는 보여주기식의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수술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병원노동자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환자가 줄어들면서 병원들이 비상경영 선포 속에 병동폐쇄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부서에 인력이 배치되고, 일방적인 무급휴가에 내몰리고 있다. 벌써 임금동결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땜질처방으로 파국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까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정말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 지방소멸은 당면한 사회문제로, 지역 쇠락과 의료인프라 붕괴는 상호작용하며 악순환 관계에 있다. 지역 공공의료 확충이 지방소멸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나.  

= 그렇다. 지역 공공의료 확충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중요한 대안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선배 활동가 중에서 은퇴하고 지방에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병원 걱정을 꼽았다.  따라서 지방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운동처럼 지역에도 70개 중진료권에 500병상 규모로 현대식 공공병원을 세운다면 지방소멸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고속도로 건설 관련한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를 보면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드는 사업비는 1km당 30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다. 또 공공병원 신축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자료를 보면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1,500억~2,500억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속도로와 단순 비교하면 4~7km 정도 까는 데 드는 사업비로 300~500병상 규모 공공병원을 세울 수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에 그 정도의 예산을 투여하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이번에 의대 정원을 확대해서 늘어난 의사인력이 지역 공공의료 현장에서 근무를 하면 지역 필수의료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 마련을 촉구하며 2023년 12월 4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나순자 위원장을 비롯한 28명이 집단 단식농성을 벌였다. 집단 단식농성 18일째인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정부예산안에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예산 1,000억 원이 통과되면서 농성을 끝냈다.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 예산 마련을 촉구하며 2023년 12월 4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나순자 위원장을 비롯한 28명이 집단 단식농성을 벌였다. 집단 단식농성 18일째인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정부예산안에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예산 1,000억 원이 통과되면서 농성을 끝냈다. 

- 공공의료 확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해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되지 않는 '오래된 미래'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쯤 우리의 '현재'가 될 수 있다고 보나. 

= ‘오래된 미래’가 ‘지금 여기서 당장’ 실현되기를 늘 소원한다. 저는 늘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기 때 공공의료 중요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큰지지 속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담은 2021년 ‘9.2 노정합의’를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 간에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들어서면서 공공의료 확충이 멈춰섰다. 그러나 지금이 또다른 기회라고 본다. 의대 정원 확대가 쟁점이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원확대와 함께 공공의료 확충 의제도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좋은공공병원 만들기운동본부, 녹색정의당 등 많은 단위가 함께 연대해서 움직이면 ‘오래된 미래’가 머지않아 ‘우리의 현재’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 덧붙여 정치가 공공의료 강화를 '오래된 미래'가 아닌 ‘다가올 현재’로 실현할 수 있는 힘이 되려면. 

= 보건의료노조에서 공공의료 확충 투쟁을 하면서 많은 한계를 느꼈다.보건복지부 공공의료 담당국장조차도 부처 내부에서 공공의료 사업 비중이 낮다고 심정을 토로할 정도로 외치는 구호만큼 현실은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체 의료공급체계에서 90%가 넘은 민간병원이 의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지간한 힘이 작용해도 민간병원-민간보험체계를 흔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회를 가보면 많은 의원들이 공공의료 확충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국회의원이 수십 수백 가지 의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보니 공공의료 확충 의제에만 집중하기 힘든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22대 국회에 들어간다면 공공의료 확충을 핵심 과제로 두고 사업을 펼칠까 한다. 국회에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착한적자 보전을 위해 국고지원 확대와 적극적인 예산배정 ▲공공병원 신설시 예타 면제 ▲공공의대 신설 ▲공공의료 기금 조성 등에 있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일을 지역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일하는 시민사회 및 지자체와 함께 큰 흐름을 만들어 나가면 분명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 국내 최대 산별노조 중 하나인 보건의료노조의 위원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다. 오랜 기간 역동적인 활동을 해낼 수 있었던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 

= ‘힘’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긴 한데, 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나 스스로 놀라게 된다. 결국 그런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함께 했던 간부들과 조합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어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임기 중 주요 성과를 돌아보면 2009년 보호자없는 병원 사업을 우리 노조가 본격적으로 시작해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계획까지 만들어 내면서 가족 간병문제 해결의 물꼬를 틔었다. 보건의료노동자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한 것과 2019년 제주영리병원저지투쟁, 2021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9.2 노정합의, 2022년 산별노조 정책역량강화를 위한 정책대회 개최, 2023년 간호사대 환자비율 1:5 제도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의사인력 확충을 내걸고 윤석열 정부에 맞선 산별 총파업투쟁을 한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런 큰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이 단지 조합원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민건강권 실현을 위해 평등의료를 위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되고, 노동조합 활동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지금까지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던 것 같다. 

- 22대 국회에 들어간다면.

= 출마 기자회견 때 밝혔지만 건강돌봄정치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노동정치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 구체적인 사업 중심으로 말하면 ▲9.2 노정합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법,예산 확보,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에서 산별교섭 제도화, 노란봉투법 다시 살리기,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 적용 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을 조직된 정규직노조에 떠넘기면서 노조혐오와 반조직노동을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화시킨다.  

무엇보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현장과 결합한 의회정치를 통해 이런 일들을 실현해보고 싶다. 노동현장에서는 정의당이 그동안 현장과는 멀어지고 의회정치에만 매몰되었다는 질타가 많았다. 그래서 저는 사람 중심의 의료돌봄정치와 노동정치를 위해 국회 들어가더라도 원내 정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의료와 돌봄, 노동 현장을 찾고, 현장 그분들을 만나서 어려움을 듣고 해법도 같이 찾아가겠다.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로 국회에 들어가면 현장과 함께 활동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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