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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 이후 온다는 뉴노멀 시대, 수상쩍기 그지없다

기사승인 2020.04.29  11: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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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온다고 호들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un + contact, 비대면) 문화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을 맞이해야 한다고. 이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저성장, 저금리, 고규제' 경제 환경을 대변하는 경제용어로 출몰했다. 경제불황이 새로운 일상이며, 그 상태가 굳어졌음을 강조하기 위해 끄집어낸 용어다. 수상쩍기 그지없다.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제시한 개념이 신종 감염병 팬더믹 상황을 맞아 '이때다!'하고 튀어나오는 게. 일단은 감염병 방역의 개념에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비대면 수단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수단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산업이다. 당장 원격의료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자는 정책이 논의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에 당장은 비대면 문화 확산이란 뉴노멀 시대 예고는 큰 거부감 없이 사회 전반에 스며든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게 또 마뜩잖은 데가 많다. '아파도 직장에 나온다'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로 바꿀 수 있도록 근무 형태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제는 어떤가. 과연 뉴노멀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굳이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아프면 쉴 수 있는 노동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했다. 노동자의 '쉴 권리'를 존중하는 환경은 뉴노멀이 아니라 '올드노멀'이다. 다만 이제까지 그걸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도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태 방치해 왔을 뿐이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비대면 문화 확산에 준비하기 위해서 기술 혁신과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하면 의심은 확증으로 굳어진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시장의 전략은 집요하게 등을 떠민다. 바이오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집중적으로 육성하자는 정책 방향이 더해지면 뉴노멀이 가고자 하는 길이 드러난다. 앞선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줄기차게 주장하는 4차 산업혁명과 규제 개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을 위해 제조업의 연장근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노동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접하면 기가 막힌다.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질병휴가나 상병수당도 보장하지 않는 노동환경인데 국가경제 운운하며 연장근로 허용, 노동유용성 제고를 앞세운 뉴노멀 시대는 아찔하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비대면 진료 활성화가 뉴노멀이란 깃발 아래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핵심은 원격진료다. 앞서부터 산업계를 중심으로 원격의료 도입 주장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그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미진했고, 국내 의료체계에 교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시적으로 의료기관 방문에 따른 병원 내 감염 예방 차원에서 전화상담과 처방을 허용했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활용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비대면 진료 도입은 방역 수단의 하나로 검토하는 게 옳다. 우선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한편으론 뉴노멀 시대를 말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진가를 발휘한 공공의료와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증하자 병상을 모두 비우고 격리치료를 도맡으며 존재 이유를 드러냈다. 의사 판단 등 급여기준에 따라 실시한 코로나19 진단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확진 환자가 큰 비용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공의료와 건강보험제도는 감염병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였다. 반면 영리병원 중심의 미국 의료시스템이 감염병 재난 대응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낱낱이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등의 건강피해가 가장 큰 인구집단은 흑인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백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과 비싼 병원 진료비 때문에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흑인의 피해가 컸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뉴노멀인가 아닌가.

바이러스 감염 앞에선 누구나 평등하다. 하지만 성별, 인종별, 소득수준별, 생활환경별로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나 치료받을 기회는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력한 감염병 유행 앞에선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감염병 대유행 사태를 맞아 무너지는 기존 질서는 효율성과 수익성만 따지는 시장의 논리일 뿐이다. 굳이 코로나 이후 맞이할 뉴노멀 시대라고 부르자면 보건의료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쳐 공공성과 형평성을 회복하는 거다. 알맹이는 산업 육성이고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뉴노멀 시대는 모두의 적이 될 수 있다.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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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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