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라포르시안]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은 국회가 추진 중인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응급실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대한 온라인 긴급설문 중간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207명의 응급의학의사회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14일 오전 10시 기준 809명이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권역센터와 지역센터의 전문의 2인 이상 의무 배치에 대해 93%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응급실 수용거부 금지 조항에는 99%가 반대했고, 수용곤란고지 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응급실 근무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16%였으며, 84%는 그만두겠다고 응답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은 과거의 ‘응급실 환자던지기’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무책임한 조치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병원 간 연락 없이 환자를 데려왔기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이런 방식은 데려온 환자뿐 아니라 치료받던 환자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가능한 의료기관으로의 신속한 전원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며 “중증소아, 중증외상, 산모 등은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 없이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실시간 응급진료능력 취합 방식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금까지 비슷한 사업이 지난 20년간 최소 10번 이상 반복됐지만 모두 실패했고 수백억의 예산이 낭비됐다”며 “또다시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면 먼저 기존 사업 설계 책임자 문책과 낭비된 예산의 국고 환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실 수용성 확대를 위해 119 응급처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119 이송 환자의 절반이 경증환자로, 도덕적 해이 해소와 응급처치 질 향상을 위해 119 유료화와 이송 환자 책임·의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응급의학의사회 측의 설명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학과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인 국회의원과 소방이 응급의료를 논의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전시행정”이라며 “정치권과 소방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국민 앞에서 응급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 시도는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법안 추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