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강화 없는 땜질식 대책으론 '응급실 뺑뺑이' 못 멈춰"

[라포르시안] 최근 부산 도심에서 경련 증세를 보이던 고등학생이 1시간 가까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응급실 이후 단계인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노련)은 19일 성명을 내고 "응급실 배후진료 불능으로 또다시 응급환자 사망이라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의료노련은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경련 증세를 보이던 고등학생이 무려 1시간 가까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또다시 발생했"며 "대형병원들조차 배후진료 불능을 이유로 중증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필수의료와 응급의료체계 전반이 이미 붕괴 위험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료노련은 "정부는 각종 평가와 지정을 통해 응급의료체계를 관리하고 있지만, 응급의료센터만 제대로 작동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판"이라며 "응급실의 기능은 단순히 환자를 받아 응급처치를 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후진료과가 24시간 365일 진료와 입원을 이어갈 수 있어야 온전히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은 급성질환이나 통증, 출혈 등의 증상을 겪는 응급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공간이다. 응급처치 후 최종치료를 위해선 응급의학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 의료자원이 필수적이다.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시술 등의 최종치료는 응급실 의료자원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점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응급실 뺑뺑이’를 구급차의 응급실 진입 문제로만 인식해선 해결될 수 없으며, 배후진료과의 상시 진료 체계 부재와 응급실 내 전문과 처치 인력 부족 등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응급의료센터만 정비하는 땜질식 처방으론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진료과의 상시 운영이 핵심이라고 의료노련은 주장했다.
의료노련은 "응급의료와 그 배후진료 체계 전반을 개선하는 근본적 대책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응급의료센터 지정 및 운영 평가에서 배후진료 역량을 필수 기준으로 포함하고, 지역 간 배후진료 역량 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지역의사제 법제화가 추진되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제도 도입과 함께 지역 교육·수련체계 강화, 의료인력 양성 확대, 진료과별 인력 수급 개선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며 "중증·응급환자 진료역량을 결정하는 배후진료 인프라 확충에 대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만이 아니라 국가예산을 직접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