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 이상 급여제한자도 5294명에 달해...국감 때마다 지적 반복돼

[라포르시안] 월 5만 원도 채 안 되는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못 낸 생계형 체납자가 71만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건보료 체납자들은 대부분 소득 자체가 없거나 매우 적어서 월 5만원 이하 보험료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6개월 이상 건보료가 체납될 경우 보험 혜택을 제대로 못 받을 뿐 아니라 재산이 가압류되거나 통장 거래가 중단되기도 한다.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은 대표적인 위기가구 위험 징후로, 장기체납 세대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또 제기됐다. 이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건보료를 체납한 세대 수는 올 7월 현재 93만 1000세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월 5만원 이하 보험료를 밀린 생계형 체납은 71만 세대로 전체 체납 세대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체납 세대는 매년 증가 추세이다. 2021년 68만 5000세대에서 2022년에는 70만 8000세대로 늘었다. 올해에는 이미 작년보다 더 많은 71만 세대로 집계됐다. 저소득층 세대의 체납 보험료는 8,995억원으로 전체 장기 체납액 1조 5,031억원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생계형 체납 71만 세대 가운데 75%인 53만 2000세대는 연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 소득 100만원 초과 300만원 이하 세대는 7만 4000세대, 3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는 4만 5000세대, 5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5만 5000세대였다. 1000만원 초과는 3000세대에 불과했다.
생계형 체납자 중 8만 2,720명은 건강보험 급여 제한으로 병·의원이나 약국에 가도 사실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간 별로는 6개월 미만 건강보험 제한 인원이 2만 6,599명, 6개월 이상~1년 6개월 미만은 1만 5,534명, 1년 6개월 이상~2년 6개월 미만 1만 6,849명, 2년 6개월 이상~3년 6개월 미만 1만 8,444명이었다. 5,294명은 3년 6개월 이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강보험료가 1년 6개월 체납됐다. 건보료가 체납되더라도 의료기관 이용에는 제한이 없지만 나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제공한 보험급여만큼 체납자에게 환수를 하기 때문에 의료비 전액을 체납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 체납자는 물론 생계형 체납자의 상당 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전혜숙 의원은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료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며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벼랑 끝 위기에 있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