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회장, 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라포르시안] 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의협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 강원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거치며 의료계의 투쟁과 변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의협 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저지 투쟁의 최전방에 섰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까지 환자를 진료할 수 없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그에게 4월 15일부터 7월 14일까지 3개월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자체가 위법부당하고 이를 근거로 한 행정처분 역시 위법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협 비대위가 해체되고 의사 면허정지 처분이 끝난 지금 그는 강원도의사회장이자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으로, 그리고 동네 의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아직도 참담하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김택우 회장을 만나 의협 비대위를 이끌었던 경험과 의료 사태를 풀어가기 위한 의료계의 방향성, 그리고 강원도의사회장으로서의 회무 추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함께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의료혼란 상황에서 첫 행정처분 사례였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 의대정원 증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계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타당성과 논리, 객관적 자료가 부실한 정부의 일방적 발표 이후, 전공의들은 사직했고, 의대생들은 일제히 휴학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의협 비대위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을 동원, 겁박하는 모습에서 참담함을 느꼈다. 지난 2월 15일 집회에서 ‘13만 대한민국 의사가 동시에 면허가 취소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가 승리한다’고 발언한 것을 정부가 문제 삼았다. 대단히 황당하다. 일방적인 정부 발표후,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모든 권력을 동원해 의료계를 겁박하는 검찰 공화국에 맞서기 위해선 강력한 발언이 필요했던 시점이라 판단한다.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만료돼, 지난달 15일부터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 3개월 면허정지뿐만 아니라 비대위원장 활동으로 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약 5개월간 공백이 발생한 상태다. 당분간 생업에 전념할 생각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회장과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의 역할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또한, 경찰조사가 완료되지 못한 상황과 추후 예상되는 검찰기소 및 재판 과정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겠지만 소신에 따른 결과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

- 임현택 의협 집행부에 조언한다면.

= 임현택 집행부는 과거 집행부와 달리 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한 집행부다. 투쟁의 방향성과 진행은 집행부의 몫으로,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회무에 임해주길 바란다. 의대 정원 증원이나 간호법 및 비대면 진료도 얼마만큼 그 진정성을 가지고 계획을 제시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회무를 진행해야 한다. 소통하는 회무와 정책적인 역량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전체적 그림에서 현재 집행부는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하고 소통 강화도 필요하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강화해야 한다. 결국은 진정성과 관련된 플랜 제시가 중요하리라 본다.

의협 산하 올바른의료를위한특별위원회가 활동을 멈췄다. 올특위 구성 과정과 진행 과정중에 발생한 문제로 중단된 경험을 토대로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결정과정에 신중을 기해야 될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 제안 과 토대 구축 마련에 중점을 두기를 바란다. 특히 언론 홍보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안하더라도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정책은 생명을 잃는다.

- 의대 증원 사태 이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 임현택 집행부에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 높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임현택 회장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 박단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공의, 의대생이 의협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의협이 진정성과 제대로 된 플랜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요구사항들이 있다. 요구사항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라 본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회무 참여와 정책 참여의 장을 폭넓게 오픈하기 위한 배려를 보여주길 바란다.

-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31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비대위 구성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점은.

= 비대위 구성보다는 협회 회무를 비상 체제로 전환해,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만약 비대위를 조직하게 된다면 선결 요건 중 하나가 실행력이 담보된 시도의사회의 핵심 구성원의 참여이다. 빠른 전파력, 조직력, 실행력을 위한 일사불란한 체계가 필요하기에, 협회장에게 주어진 권한이양과 협회조직 예산 등 모든 역량을 비대위가 관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협회와 비대위의 명확한 관계 설정 확립이 선행돼야 비대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투쟁 방식의 새로운 변화와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언론홍보미디어팀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소 등을 활용해 정책대안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의사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사회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 정치력 강화라는 의미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선행 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방식에 따른 다양성을 찾아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정치 역량 강화를 위해서 회원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 엉뚱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정치 역량 강화가 뭐냐는 화두를 내가 먼저 던지고 싶다. 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서 달라지는 세상인데 우리가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할 지는 대략적인 답은 나와 있다. 이제 우리의 힘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 강원도의사회장으로 주력할 회무는 무엇인가.

= 강원특별자치도 의사회장으로 다시 한번 신임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시 한번 회장을 맡게 되면서 주력할 부분은 회원과의 소통과 단합이다. 소통과 단합은 지금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낮은 자세로 회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회원들이 의사회에 소속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단합에도 힘을 쓰겠다. 지역행사를 활성화하고, 대면 소통을 통한 회무를 해 나가겠다. 회원들이 의사회에 소속돼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지역행사, 동아리 활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의료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직접 맞대고 소통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의사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을 통해 역량 강화와 의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고취시키겠다. 이외에 강원특별자치도의사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 강원도는 필수의료 지원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도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실질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현실적 해법이 도출되고 있는지 실효성이 궁금하다.

= 도의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강원도지사와 간담회 후 진행한 사안이다. 현재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기피과 지원 문제 등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예산 편성, 집행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추후 수련병원 및 지역 의사회가 건의한 내용들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 교육부의 ‘전국 의대 졸업생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강원도 내 의대 졸업생 대상자 1,014명 중 강원도에 취업한 의대생은 214명으로, 21.1%에 불과하다. 강원지역에서 배출된 의대 졸업생 10명 중 2명만 도내에 남는 셈입니다. 강원지역 배출 의료인의 도내 근무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 강원특별자치도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강제할 수 없기에, 강원지역 배출 의료인의 도내 근무 확대를 위해선 그들이 지역에 남도록 재정적 지원과 근무 여건 개선, 정착 환경개선을 위한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 의사 회원과 전공의, 의대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불합리한 정책을 만든 정부를 향해 국민의 일원이자 의료계의 미래 주역 세대가 대책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소중한 미래를 던진 상황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결단을 존중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과거 세대가 정부 정책에 대해 가슴앓이로 병을 키웠다면 MZ세대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스스로 헤쳐 나가는 지혜와 용기를 더 키우길 바란다. 힘든 과정을 스스로 타파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의료계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에 밑거름과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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