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응급의료포털에 응급실 후속진료 제한 메시지 늘어
복지부 "군의관·공보의 등 대체인력 배치...후속진료 가능한 의료인력 공유"
의료계 "배후진료 역량 저하로 응급환자 수용 불가...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

[라포르시안] 전공의 인력공백 장기화로 모든 의료현장이 비상 상황이다. 특히 응급실은 의료인력 공백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남은 전문의들은 응급실 야간 당직 등 업무 부담이 커졌고, 인력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피로 누적으로 신체·정신적으로 소진 상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응급실 배후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인력 역량도 붕괴 위기다. 다양한 질환 때문에 내원하는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의료자원도 필요로 한다.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시술 등의 최종치료는 응급실 의료자원만으로 불가능하며, 적절한 최종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배후진료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이송된 환자가 CT 검사를 통해 뇌출혈이 확인됐는데 당장 외과 수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다면 전원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로 왔을 때 검사와 응급처치만으로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배후 진료로 심혈관조영술과 스텐트 삽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실제로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에 이송된 응급환자가 전문의 부재로 수용을 거부당하고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소방청에서 받은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119구급대로 환자가 이송됐으나 병원 측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경우는 총 4227건으로 집계됐다. 재이송 사유로는 1771건(41.9%)이 ‘전문의 부재’ 때문이었다. 이어 ‘기타’ 1121건(26.5%), ‘병상 부족’ 635건(15%), ‘1차 응급처치’ 476건(11.3%) 등의 순이었다. 

올해 1~6월에도 119구급대로 환자가 이송됐으나 병원이 받아주지 않아 재이송된 사례는 총 2645건이었다. 재이송 원인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문의 부재’가 1081건(40.86%)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한 이후 응급수술이나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의 협진이 필요한 데 이를 담당할 수 있는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부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의료계는 앞서부터 응급의료체계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로 배후진료과 또는 최종진료과 의사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응급의료포털 종합상황판에 올라온 한 지방 대학병원의 응급실 메시지.
응급의료포털 종합상황판에 올라온 한 지방 대학병원의 응급실 메시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응급의료포털' 사이트에 뜬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메시지를 보면 응급의료 현장에서 배후진료 역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응급실 가용병상은 남아 있지만 상당수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불가', '수용불가' 메시지를 띄웠다. 특히 성형외과, 정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배후진료 관련한 인력부재 메시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안과, 이비인후과 - 평일 야간, 주말, 공휴일- 응급수술 및 진료, 전원 수용 불가'라는 메시지를 표출했다. 

건국대병원은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일부 중증소와환자 수용 곤란, 성형외과 및 정형외과 단순봉합 불가, 등의 진료불가능 메시지를 올렸다. 

서울대병원은 안과적 응급수술이나 진료를 정규 진료시간 외에는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서울아산병원은 정형외과 응급수술 및 입원 불가, 둣 RNT 관련 진료불가, 성형외과 단순봉합 진료 불가 메시지를 띄었다

강북삼성병원은 응급실에서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는 진료불가이며, 피부과, 영상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정규시간 외 진료불가 메시지를 띄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성형외과 단순 봉합진료와 소아신경외과, 성인과 소아 외상환자 수용 불가 메시지가 표출돼 있다. 

지방의 대학병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구지역 등의 대학병원에서는 응급실 관련 성형외과, 피부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질환에 걸쳐 배후진료가 불가하거나 제한적이라는 메시지가 표출돼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배후진료 역량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후속 진료 역량 관련해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과 지역응급의료센터의 27개 종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8월 다섯째 주 평균 102개소로 평시 109개소에 비해 7개소 감소했다"며 "이는 환자의 신속한 이송·전원을 위해 소방과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것이며, 전반적인 진료 역량을 직접 반영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응급의료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후속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등 대체인력을 조속히 배치하고, 지역별로 응급 또는 후속 진료가 가능한 의료 인력을 공유하고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를 통해 지역의 응급의료 수요를 적시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현장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응급실 배후진료 역량 부족이 심화되면서 응급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무책임한 일방적 정책강행에 따른 의료와 교육농단이 6개월이 넘어가며 전국의 응급실들이 굉음을 내고 무너지고 있다”며 “사력을 다해 버텨오던 응급의학 전문의와 배후에서 수술과 치료를 담당하던 소위 필수과 전문의들이 한계를 넘어가면서 건강에 이상을 보이며 현장에서 쓰러져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의 최종치료 능력의 저하로 수용이 불가해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길에서 죽어가고 있고, 3차병원이 해야 할 일을 떠맡은 2차병원들도 이제는 한계를 초과하고 있다”며 “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현장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위기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가 개회한 ‘응급의료 비상사태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응급의학회 이성우 정책이사는 “응급의학과는 전공의가 응급진료에 차지하는 비율이 대개 50% 이상이었다. 그 인력이 빠지니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며 "중증 응급환자는 초기 적정하고 신속한 응급치료와 함께 최종치료가 제공돼야 하는데 배후 협진과들도 인력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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