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 담당)

[라포르시안] 필자는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Dubai World Trade Center)·두바이 하버(Dubai Harbour)에서 열린 ‘두바이 정보통신 박람회’(GITEX Global 2024·이하 GITEX)에 다녀왔다. 

GITEX는 전 세계 스타트업·투자자·기술 혁신가 등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 기술 박람회로 올해의 경우 180곳이 넘는 국가에서 18만7000명 이상 참관객과 약 6000개 전시업체가 참가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5G 연결성 ▲핀테크 ▲디지털 결제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는데, 블록체인을 하나의 큰 주제로 다룬 점이 특징적이었다.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룬 참관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마치 정보통신기술(ICT)과 혁신에 관심이 있거나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전 세계 정부·기업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부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던 반면 두바이 하버의 경우 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GITEX는 그야말로 투자사가 투자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또 투자받은 기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투자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세계 경제의 선순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특히 콘퍼런스의 메인은 중국과 인도 기업이 차지했다. 대부분 큰 전시 부스는 화웨이와 같은 중국 대기업들이 자리 잡았다.

물론 많은 인도 기업도 큰 부스를 꾸렸지만 다소 생소하고 낯설었다. 다만 박람회 참관객의 50% 이상은 인도인들처럼 여겨졌다. 필자가 박람회 개최 전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통해 미팅을 요청해 온 곳 역시 대부분 인도 기업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UAE 1위 통신사업자 이앤(e&) 그룹의 엄청나게 큰 규모의 부스였다. 대체로 중동 기업은 부스 규모 자체가 크고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는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GITEX 현장에서 주로 헬스케어 관련 전시 부스를 주의 깊게 둘러봤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부스에서는 국내 공간정보 솔루션 기업 ‘아이지아이에스(IGIS)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병원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병원에 가는 길과 병원 내 길 찾기에 도움을 주는 그래픽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아이지아이에스의 드론과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을 통합하면 손쉽게 길 안내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향후 기대가 많이 되는 기술로 여겨졌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 환자 안전 관리 시스템을 공급하는 ‘블루버드’(BLUEBIRD) 부스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필자가 GITEX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ICT와 혁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CES와 HIMSS는 어느 정도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 완성도를 갖춘 기업이 참가하는 반면 GITEX의 경우 스타트업 일지라도 혁신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고 기술·성장 잠재력만 보여줄 수 있다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 유치가 가능한 기회와 무대를 제공했다.      

이러한 현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한국 참가기업 수를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만 3곳의 한국관이 있었다. 특히 기술의 다양성과 적용 산업도 다양한, 즉 비록 동일 기술일지라도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도전적 모습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젊은 인재들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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