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 경험자 연간 288만명, 사망자 2.8만명 달해
0~44세 연령층서 사망원인 1위 차지...손상 진료비 5조 넘어
내년 1월 24일부터 '손상예방법' 시행...국가차원 손상관리체계 마련

[라포르시안] 질병을 제외한 폭력이나 안전사고, 자해·자살, 중독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인 '손상'은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 중 하나다. 감염병이나 암 등의 중증질환과 함께 우리나라 사망원인주요인으로 꼽힐 정도다. 

손상 환자는 연간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3만여명에 달할 정도다. 특히 0세~44세까지 연령에서 손상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할만큼 손상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질병관리청은 각종 손상 위험요인에 대한 대상별 맞춤형 손상예방관리대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자 국내 손상 통계자료를 분석해 '손상 발생 현황 : 손상 팩트북(INJURY FACTBOOK) 2024'를 발간했다. 

손상 팩트북은 손상으로 인한 사망, 입원, 응급실 내원 환자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손상 발생 규모, 위험요인, 취약대상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시했다.

팩트북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손상 경험자는 연간 288만 명, 입원환자는 114만 명, 사망자는 2.8만 명(2023년 기준)으로 조사됐다. 손상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은 각각 전년 대비 19.5%, 4.2% 증가했다.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증가했기 대문으로 풀이된다. 

손상으로 응급실(23개)에 내원한 환자도 2023년 20만3,285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손상에 의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4.4명으로 전체 사망원인의 7.9%(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했다. 0세~44세까지는 손상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여 손상으로 인한 건강 위해가 사망의 주요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손상으로 인한 입원, 응급실 내원 원인 중 추락·낙상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입원의 경우 추락·낙상으로 인한 손상이 49.7%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운수사고(22.1%), 부딪힘(11.1%)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내원은 추락·낙상(37.8%), 부딪힘(19.4%), 운수사고(13.1%) 순이었다.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75세 이상의 경우 추락·낙상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가 71.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0-14세의 경우에도 추락·낙상이 43.5%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19 구급대에 의해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된 중증외상 환자 중 추락·낙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0.5%로, 이 중 61.3%가 사망하고, 생존환자 중 72.8%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 고령환자의 경우 중증외상 발생(38.6%)은 낮았지만, 70.1%가 사망하고 85.8%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증외상 발생의 주요 기전인 운수사고(발생원인 1위)의 장애율과 치명률이 각각 78.1%, 65.9%임을 고려할 때 추락·낙상 손상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표 출처: 질병관리청
표 출처: 질병관리청

2023년 기준 손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 중 비의도적인 손상은 91.1%, 자해·자살은 4.9%, 폭력·타살은 3.6%였다. 전체 응급실 내원환자 중 자해·자살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2.4%에서 2023년 4.9%로 8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손상 사망에서도 고의적 자해(자살)에 의한 사망이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6.5명에서 27.3명으로 늘었다.

자해·자살로 입원 또는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손상기전을 분석한 결과, 중독으로 인한 손상 발생이 가장 높은 것(입원 79.3%, 응급실 61.9%)으로 나타났다. 특히 15-24세의 중독 손상환자 중 88.7%가 자해·자살 목적이었는데, 이 중 여성의 비율이 79.5%로 남성(20.5%)보다 약 3.9배 더 높았다. 이는 젊은 여성층이 시도하는 자해·자살에 대한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0-14세는 비의도적인 사고에 의한 경우가 72.1%를 차지햐 어린이 중독사고에 대한 예방교육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팩트북에서는 최근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참여병원을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 및 직업손상을 주제로 간이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담았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손상환자는 총 1,258명으로, 15-24세가 40.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손상환자의 대부분(86.3%)은 전동킥보드를 이용했고, 전기자전거로 인한 손상환자는 10.2%였다.

개인형 이동장치 손상환자 중 헬멧 미착용자(75.0%)가 착용자(11.2%)보다 6.7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손상은 헬멧 등 안전 보호구 착용만으로도 큰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이와 관련한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는 ‘개인형 이동장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수칙’을 개발하고 있고, 2025년도에 국가손상정보포털 및 SNS 등을 통해 전국에 배포할 예정이다.

직업손상으로 인한 손상환자는 총 907명으로, 55-64세가 30.7%로 가장 많았다. 주로 제조업(33.4%)과 건설업(29.2%) 분야에서 많이 발생했다. 직업손상 환자의 13.2%는 최근 1년간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17.6%는 손상 당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손상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생애주기별·분야별 특성을 고려하여 효과적인 손상예방관리대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상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가 크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손상 예방과 관리 대책은 미흡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손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상은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도 초래한다. 

질병청이 작년 12월 발간한 '제13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손상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21년 5.3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손상의 정의가 모호하고 손상예방사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국가 차원의 예방·관리체계 추진에는 한계가 있었다.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

다행히 올해 1월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손상예방법)'이 새로 제정돼 내년 1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손상예방법 시행으로 국가적 차원의 손상관리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상예방법은 손상의 정의를 ‘질병을 제외한 각종 사고, 재해 또는 중독 등 외부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 또는 그 후유증’이라고 규정했다. 손상관리는 ‘손상을 초래하는 위험요인을 보건의료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감시·통제함으로써 손상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법은 질병관리청을 손상 관련 주관 부처로 하고 질병청장이 손상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각종 사업 시행, 손상관리종합계획 수립, 국가손상관리위원회 운영, 중앙·지역 손상관리센터 설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손상 관리를 위한 사업을 시행 및 지원해야 하고, 의료기관은 이에 적극 협조할 의무를 갖는다. 손상조사통계사업에 관한 조항에는 의료인·의료기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기관들의 자료제출의무가 규정돼 있다. 

손상관리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앙·지역손상관리센터 설치 규정도 포함돼 있다. 손상예방법에 따르면 질병청에 ‘중앙손상관리센터’ 1개소를 설치하고, 17개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시·도지사가 각각 ‘지역손상관리센터’를 설치해 손상관리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중앙손상관리센터는 손상 발생 위험요인이나 손상 예방 및 관리 기술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손상 관련

정보와 통계를 수집·분석·제공한다. 손상관리 전문인력의 양성과 손상예방 관련 교육·홍보를 진행한다. 지역손상관리센터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들에 집중해 관할 구역 내에서 손상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감시·통제하며,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손상원인조사를 지원하고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담당하게 된다. 

중앙 및 지역손상관리센터는 의료기관, 국·공립 연구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에 위탁하여 설치 및 운영될 계획이다. 

이밖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상관리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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