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료 수요 급증에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의료자원 분배 문제 커져
전체 진료비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 44% 넘어
고령화 따른 만성질환 증가로 약품비 증가세 가팔라
암생존자 260만명 육박...고령층서 호발하는 암종 증가세

[라포르시안] 최근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 1,286명)의 20.0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에 이르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7년 만이다. 사회·경제 전 분야에 걸쳐 저출산과 함께 가파른 인구 고령화로 밀려올 충격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제도는 고령화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 수요 급증과 진료비 부담 확대, 의료자원 부족 문제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는 노인 연령층의 만성질환 유병률 확대와 그에 따른 진료비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간한 '2023 건강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는 110조 8,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건강보험 적용인구의 17.9%인 노인(65세 이상) 인구 922만명이 차지하는 진료비가 48조 9,011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1%에 달했다.  

노인 연령층에서는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아 이에 따른 진료비와 약품비 부담이 젊은 층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4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27만5,183명으로 전체 사망의 78.1%를 차지했다. 

작년 10대 사망원인 중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으로 대부분 2022년 대비 순위가 증가했다. 

특히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크게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0조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4.5%를 차지했다. 연도별 만성질환 진료비를 보면 2020년 71조 원, 2021년 78조 원(9.24%↑), 2022년 83조 원(6.80%↑), 2023년 90조 원(9.19%↑)으로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진료비 중 순환계통 질환으로 인한 비용이 13조 4천억 원으로 만성질환별 진료비 전체의 14.9%를 차지했다. 이어 근골격계질환이 12.9%, 악성신생물(암)이 11.2%로 진료비 비율이 높았다. 만성질환 중 단일 질환으로는 본태성(원발성) 고혈압에 의한 진료비가 4.4조 원으로 가장 높았고, 2형 당뇨병이 3.1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고령화로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약품비에서 고지혈증, 치매치료제 등 고령화 관련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2023년 급여의약품 지출현황 분석 결과, 총 약품비 26조 1,966억원 중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58.1%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환자의 약품비가 6조 6000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25.2%)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70대(5조2000억원), 50대(4조4000억원), 80대(3조1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출 상위 효능군 별로는 동맥경화용제(고지혈증치료제)가 2조 8,490억원으로 지출 규모가 제일 컸다. 이어 항악성종양제(2조7,336억원), 혈압강하제(2조원), 소화성궤양용제(1조3,904억원), 당뇨병용제(1조3,667억원) 순이었다. 

인구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고지혈증 치료제가 최근 들어 매해 지출 1순위를 차지하고, 이를 포함한 만성질환(고혈압, 당뇨병 및 고지혈증) 치료제가 상위를 점유했다. 

성분군 별로도 지출 상위 효능군 1위인 동맥경화용제에 해당하는 고지혈증 치료제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 복합제가 1위로 6,058억원 지출됐다. 이어 콜린 알포세레이트(뇌기능 개선제, 5,630억원), 아토르바스타틴(고지혈증약, 5,587억원), 클로피도그렐(항혈전제, 4,179억원), 로수바스타틴(고지혈증약, 3,37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콜린 제제는 최근 5년간 지출액이 104.3%(’18년 2,756억원 → ’23년 5,630억원)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에 따라 치매 인구가 지속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3’에 따르면 2024년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인구 고령화로 암 생존자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암등록통계사업을 통해 수집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5명 중 2명(37.7%), 여자는 3명 중 1명(34.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며, 이어서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선암, 간암 순이었다. 전년 대비 전립선암(1,744명), 췌장암(590명), 유방암(354명), 폐암(102명) 등 주로 고령층에 호발하는 암종에서 발생자 수가 증가했다.

2021년 이후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고령층에서 호발하는 암종의 발생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기준 암유병자(1999년 이후 암확진을 받아 2023년 1월 1일 기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는 약 258만 8,079명으로, 전년(243만 4,089명) 대비 15만 3,990명 증가했다.  

암유병자 중 65세 이상 연령층은 130만 2,668명으로 전체 유병자의 50.3%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 7명당 1명이 암유병자(14.5%)인 셈이다. 

복지부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암 발생자 수 및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종이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인 암 관리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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