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 진료권별 '병상수급관리계획' 확정...5월부터 시행
인구수 등 고려해 '공급가능·조정·제한' 지역으로 분류
서울 동북권 등 병상 신증설 제한돼

[라포르시안] 병상의 과잉공급이 공급자 유발 수요 개연성으로 의료이용의 과잉을 부추기고, 의료자원의 낭비와 국민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쟁적 분원 설립은 지역 내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까지 무분별하게 흡수해 의료자원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은 가뜩이나 취약한 지역 의료자원 유출을 가속화하고,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높았다. 지역의 인구소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이 경쟁적으로 분원설립에 나서면서 지역 의료인력을 깔때기처럼 빨아들이고, 이는 지역 병의원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역의 의료인프라 붕괴는 인구 유출을 더 부추기고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관련 기사: '지역의료 붕괴 → 지방소멸' 재촉하는 수도권 대형병원 몸집 부풀리기>
이런 상황이 누적된 가운데 정부가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설정하고, 각 진료권별로 병상수급관리를 시행한다. 병상이 공급과잉 상태인 진료권은 병상 신증설을 제한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2023년 8월 발표한 '제3기(’23~’27) 병상수급 기본시책'의 후속조치로 17개 시도가 수립한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안)을 병상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확정하고 5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상은 전국적으로 과잉 공급 및 지역 간 불균형 공급으로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고 의료비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병상 자원이 서울·경기도 지역에 쏠려 수도권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 간 의료이용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다.
300병상 이상 규모의 대형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중소병원(300병상 미만)은 지방 중소도시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국가 차원의 합리적인 병상수급관리를 위해 2023년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고, 기본시책의 후속조치로 각 지역의 구체적 목표 병상 수 및 관리 방향을 담은 병상수급관리계획을 지자체와 함께 마련했다.
병상관리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한 17개 시도 병상수급관리계획을 보면 병상수급관리의 기본단위로 전국 70개 진료권 설정 진료권별 병상수급 분석에 따라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등 3가지 지역으로 분류해 목표 병상수 설정 및 병상 관리 방향을 설정했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필수·공공의료 병상 신·증설은 탄력적 예외를 인정한다.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에서는 지역 내 인구수, 이동시간, 의료 이용률, 시도 의료 공급계획을 고려해 병상관리의 기본단위로 진료권을 전국 70개로 분류했다.
일부 시도에서는 생활권 등을 고려한 진료권 조정 의견을 제시했으나 당초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과 같이 70개 중진료권을 유지하고, 향후 제4기(’28~’32) 병상수급기본시책 수립 시 인구 및 생활권 변동, 지자체 도시개발계획 등을 감안한 추가 연구를 통해 진료권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70개 중진료권 구분 기준은 ▲(인구규모) 지역 내 일정수준 이상 의료수요 존재(약 15만 이상) ▲(이동시간) 의료접근성과 골든타임 담보(약 60분 이내) ▲(의료 이용률) 현재 의료이용 행태 고려(약 30% 이상) ▲(시·도 계획) 의료공급 계획, 건강 형평성 등이다.
70개 진료권별 병상 수요공급 분석(’27년 기준)에 따라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지역을 분류하고, 목표 병상 수 및 병상 관리 방향을 설정했다.
공급 제한 조정지역은 병상 수요 대비 병상 공급이 과잉인 지역으로, 일반병상 기준 63개, 요양병상 기준 38개 지역이 해당된다. 해당 지역은 2027년 기준 병상 공급 예측값 또는 2023년의 기존 병상 수 중 하나를 선택해 목표 병상 수를 설정하고, 그 이하로 병상 신증설을 제한해야 한다.
공급 가능지역은 병상 수요 대비 병상 공급이 부족한 지역으로, 일반병상 기준 7개, 요양병상 기준 32개 지역이 해당된다. 해당 지역은 2027년 수요 예측값의 최소치로 설정한 목표 병상 수까지 신증설이 가능하다.
병상이 과잉 공급된 지역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의 신증설이 제한되지만,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분야인 ▲중증외상 ▲중환자실 ▲응급의료 ▲산모분만 ▲소아진료 ▲심뇌혈관 ▲감염병 병상 등 필수·공공 분야의 병상 신증설은 탄력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단, 예외적으로 허가된 필수·공공 병상도 중장기적으로 전체 병상수 통계에 포함해 일반병상 수를 조정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한다.

서울시를 보면 성동구와 동대문구, 강북구 등 서울 동북권은 인구수·유출입 기준으로 모두 병상 공급과잉 지역으로 분류돼 오는 2027년까지 병상 신증설이 제한된다.
나머지 서울 도심권과 서남권, 동남권은 공급조정 지역으로 분류돼 원칙상 병상 공급이 제한되지만 기능 전환 등으로 병상자원의 적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다만 서울 4개 진료권에서 요양병상은 모두 부족한 상태로 '공급가능'으로 분류돼 신증설이 가능하다.
병상관리위원회를 거쳐 심의확정된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 내용은 이달 9일부터 각 시·도 누리집에 공개되고, 각 지자체의 행정예고(20일)를 거쳐 5월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와 시·도는 병상수급관리제도가 의료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병상 변동 추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해 계획을 조정·보완할 계획이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지역 병상수급관리계획 시행을 통해 지역의 의료현황을 고려한 병상 목표치가 처음 제시되고, 2027년까지의 병상 공급 기준이 설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병상 자원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간 의료이용 격차를 해소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