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른 무더위에 온열질환 등 건강피해 급증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따르면 폭염으로 연평균 211명 초과사망
"폭염에 따른 정확한 초과사망 분석과 감시체계가 필요"

[라포르시안]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등 중부내륙 곳곳에 예년보다 이른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때이른 무더위로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커지고 있다. 36~7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던 2018년과 맞먹는 건강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2025년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이달 8일 하루 동안 전국 516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238명(사망 1명 포함)에 달했다. 올해 5월 15일부터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여을 시작한 이래 이달 8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는 벌써 1228명(추정사망자 8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도 같은 기간에 온열질환감시체계(2024년 5월 20일~7월 9일)에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가 486(추정사망자 3명)과 비교하면 거의 3배에 육박한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파악된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추정사망자 34명 포함)으로, 전년도(2023년) 대비 31.4% 증가(2,818명→3,704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추정 사망자 수도 32명으로 2018년(48명)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했던 2018년의 경우 온열질환자 수가 4,526명에 사망자가 48명에 달했다. 올해도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2018년에 버금가는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된다.
온열질환뿐 아니라 폭염은 심혈관·호흡기질환자, 노약자 등 기저질환자에게 직접적인 생명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조용한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향후 여름철 평균기온이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폭염일수와 열대야 발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폭염의 건강영향은 열사병, 열탈진과 같은 온열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또한 심뇌혈관질환 등 기존에 앓고 있는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켜 초과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초과사망이 집중되고 있으며,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에는 일상적인 질병이 악화돼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폭염 발생시 고온으로 인한 호흡기나 심뇌혈관계 질환 악화로 초래되는 건강피해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현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져야 보다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대의대 환경의학연구소와 예방의학교실에서 작성한 '2006〜2018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당일 초과사망자수가 2016년에 349명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에 15명으로 가장 적게 산출됐다. 특히 2018년 폭염에 의한 초과사망자수는 790명으로 추정됐다.
2022년 질병청이 발간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19) 폭염으로 인한 전국 초과사망자 수를 추정한 결과 연평균 211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2018년에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8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인구분포가 높은 경기도, 서울지역에서 초과사망자 수가 각각 432, 384명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폭염발생이 잦은 대구지역에서 초과사망자 수가 313명으로 추산됐다.
지난 10년간, 폭염으로 인한 전국 초과 병원입원환자 수(온열질환, 심뇌혈관질환, 급성신장질환)를 추정한 결과, 연평균 1,076.9명의 초과 병원입원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에 폭염으로 인한 초과 병원입원환자는 4,655명으로 추산돼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폭염이 더 오래 지속되거나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폭염의 건강영향을 평가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추산을 동시에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감시체계를 통해일별 온열질환자 수를 실시간 보도하여 즉각적인 예방정책을 세우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연도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수 혹은 질환발생자수 추산은 국가의 장기적인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폭염을 공중보건 위기로 인식하고, 초과사망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 ‘기저질환이 악화돼 사망’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실제 폭염 관련 피해는 과소평가되는 경향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폭염에 따른 정확한 초과사망 분석과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후 변화와 건강 영향 연구가 단순 관련성을 분석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복합적 관련성, 나아가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복합적인 관련성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피해를 예방하는 대응 전략인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