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텁플(David Stupple) DS Digital Health Consultant 대표

[라포르시안] 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 한국지사(지사장 김지혜)는 지난 11일부터 양일간 아난티 앳 부산 빌라쥬에서 ‘HIMSS 코리아 CXO 최고경영자 서밋’(HIMSS Korea CXO Executive Summit)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고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약 23개 의료기관 CXO를 대상으로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AI)·데이터 활용과 사이버 보안 등 전략 계획 수립 방안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교육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참가자 간 협업과 학습을 촉진하는 병원 디지털 전환 전문가와 HIMSS 관계자가 프레젠테이션·패널 토론을 이끌며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C-level 위치에서 전체 조직의 디지털 헬스 성숙도를 향상시키는 실무적인 접근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라포르시안은 이번 서밋에서 환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관되고 통합된 방식으로 진단·치료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Continuity of Care’(이하 컨티뉴이티 케어)를 주제로 발표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디지털 헬스케어 컨설턴트 데이비드 찰스 스텁플(David Charles Stupple)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과거 호주 비영리 의료기관 칼배리 헬스케어(Calvary Health Care) 재직 시절 시드니 지역 책임자로 디지털 전환 및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구현을 주도하고 재택 병원(Hospital in Home)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또한 의료기관이 환자 중심의 지속적이고 통합된 치료·돌봄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있는지 디지털 헬스 성숙도를 평가하는 HIMSS ‘Continuity of Care Maturity Model’(CCMM)을 수행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 전략 컨설팅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텁플은 2023년 6월 본인이 설립한 디지털 헬스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 본인에 대한 간략한 이력 소개를 부탁한다. 

= 디지털 헬스 컨설팅 회사 ‘DS Digital Health Consultant’를 통해 호주 내 73개 사립 병원을 비롯해 정신건강 클리닉·수술센터를 보유한 램지 헬스케어(Ramsay Health Care)와 3곳의 사설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케어24/7(Care24/7)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전 칼배리 헬스케어에서는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전략 수립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 수행 ▲사이버 보안·인프라·경영 시스템(HR·재무·조달)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렉터를 역임했다.

데이비드 스텁플(David Stupple) DS Digital Health Consultant 대표
데이비드 스텁플(David Stupple) DS Digital Health Consultant 대표

세부적으로는 디지털·ICT 팀을 이끌어 가상 진료 서비스(Virtual Care) ‘My Home Hospital’과 ‘재택 코로나19 케어’(COVID Care in the Home)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생태계 구축을 주도했다. 더불어 디지털 임상 기록(Digital Clinical Record) 도입과 신규 사립 병원 건설·운영에 필요한 디지털 기획·실행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30년에 가까운 IT 및 디지털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디지털 전환 전략 프로그램과 일상적인 ICT 기반·운영(Business as Usual)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관리해 온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컨티뉴이티 케어를 “일련의 분절된 의료서비스 경험이 환자에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관되고 상호 연결된 것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그들의 건강 요구와 선호에 부합하는 정도를 의미한다”고 규정한다. 칼배리 헬스케어에서 HIMSS CCMM 평가 수행 책임자이자 디지털 헬스 컨설턴트로서 컨티뉴이티 케어를 정의한다면. 

= ‘연속성 있는 치료’, 즉 컨티뉴이티 케어란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자, 재택·지역사회 기반 유기적인 진료 환경, 노인 돌봄·커뮤니티 케어 시스템 전반에 걸쳐 환자의 임상적 요구와 개인 선호에 맞춰 원활하고 조정된 방식으로 진단·치료와 사후 관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상호운용이 가능한 디지털 헬스 도구들이 환자의 핵심 건강 정보를 어디에서든지 따라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호주 의료 시스템은 아직 단편화·분절돼 있지만 컨티뉴이티 케어를 위한 점점 더 연결된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컨티뉴이티 케어는 공공·민간병원·지역사회 기반 서비스가 혼합된 구조 안에서 시의적절한 환자 데이터 공유, 임상 인계, 환자 중심 계획 수립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 컨티뉴이티 케어는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의료기관 전문화로 인한 진료 단절, 중복 검사·약물 부작용 위험, 불필요한 병원 방문, 의료비용 급증 등 여러 과제 해결을 위한 열쇠 중 하나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호주 등에서 컨티뉴이티 케어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 컨티뉴이티 케어 도입은 지속 가능하고 고품질이며 환자 중심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호주와 같이 유사한 인구 및 의료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은 변화하는 국민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연속성 있는 치료와 돌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특히 컨티뉴이티 케어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호주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당뇨·심혈관질환·정신건강 문제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발적 진료가 아닌 지속적이고 통합적으로 조율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고령 인구에 대한 진료와 돌봄 또한 중요하다. 고령 환자들은 여러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의 및 진료 환경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만약 진료·돌봄의 연속성이 없다면 정보 단절, 약물 오류, 입원 재발 등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컨티뉴이티 케어는 중복 검사 및 의료사고 방지에도 기여한다. 만약 환자의 진료 정보 흐름이 끊기면 ▲불필요한 검사 ▲진단 누락 ▲약물 상호작용 등 위험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컨티뉴이티 케어를 통한 지속적인 정보 연계는 진료 안전성·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밖에 원격진료 및 지역사회 중심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응급실·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의료자원이 제한된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하다. 컨티뉴이티 케어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임상 결과를 개선하고 합병증을 줄여 비용 효율성과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모두를 강화한다. 

- 호주에서 컨티뉴이티 케어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호주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필요성이 크게 부각하면서 현재의 단편화된 의료 체계에 대한 통합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디지털 헬스 도구의 발전이 정보 연계를 가능케 만들었으며, 정부의 보건의료 개혁 및 자금 지원 정책이 환자 중심의 연속 진료 모델을 촉진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단절된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취약 계층을 위한 컨티뉴이티 케어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진료시스템 및 임상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었고, 원격의료·가상 진료가 빠르게 확산해 디지털 기반의 컨티뉴이티 케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 호주에서 컨티뉴이티 케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다면. 

=대표적인 사례로 ‘My Home Hospital’이 있다. 해당 서비스는 남호주 보건부(SA Health)와 민간 서비스 제공자가 파트너십을 맺어 환자가 자택에서도 병원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이는 진료 연속성, 개인화,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현대적인 진료 모델에 부합한다. 원격 모니터링과 대면 진료를 병행하는 My Home Hospital은 의료진, 간호사, 재활 치료사, 병리 및 약제 서비스 등이 이뤄지며 공휴일 포함 주 7일 운영된다. 특히 90% 이상 환자가 만족도를 나타낸 것은 물론 공공 병원의 병상수요 완화와 효율적인 진료·의료서비스 제공 성과를 입증했다. 

- ▲EMR(전자의무기록) ▲PHR(개인건강기록) ▲HIE(의료정보교환) ▲AI·빅데이터 ▲원격 모니터링 ▲가상 진료 등은 컨티뉴이티 케어 구현에 어떻게 활용되나.   

=호주의 보건의료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EMR 통합은 입원·외래·지역사회 진료 환경 전반에서 임상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접근을 가능케 했다. 가령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부(NSW Health) ‘eMR’ ▲남호주 보건부(SA Health) ‘Sunrise EMR’ ▲퀸즐랜드(QLD) ‘ieMR’ 통합은 환자의 진료 인계·이송 때 정보 손실을 줄이고 연계 진료를 실현했다.

또한 AI 기술은 약물 상호작용 경고, 추적 필요 알림, 치료계획 누락 탐지 등을 통해 오류·누락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주 국가 차원의 PHR ‘My Health Record’는 환자의 ▲진료 요약 ▲처방 ▲검사 결과 ▲예방접종 이력 ▲GP(General Practitioner·1차 진료 의사) 요약 정보 등을 담고 있으며, 의료서비스 이용자·제공자 모두가 접근 가능하다. 

물론 해당 정보는 진료 기관을 옮겨도 환자와 함께 이동한다. 특히 호주 디지털헬스청(ADHA)은 EMR, 개원가 소프트웨어, 노인 요양 플랫폼, 원격진료 시스템 간 HIE 및 상호운용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한 메시징 및 차세대 의료 데이터 상호운용성 국제표준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에 기반한 데이터 교환은 GP와 병원 간 진료 문서 전송을 가능케 하고 진료 연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격 모니터링·가상 진료는 가상 응급실·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진료를 가정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웨어러블·스마트 디바이스·블루투스 기반 건강 기기는 실시간 환자 상태를 추적함으로써 임상의사가 조기 악화 징후를 포착하고 환자의 병원 방문 없이도 치료적 개입이 가능하다.

- 정부와 보건당국은 의료기관, 재가 간호,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전반에 걸쳐 컨티뉴이티 케어 실현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나. 

= 컨티뉴이티 케어는 특정 프로그램의 기능이 아닌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 안에서 상호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기관 통합 EMR ▲노인 요양 ▲1차 진료 ▲지역사회 서비스 간 상호운용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FHIR 기반 데이터 교환, 안전한 메시징, 공유 진료 플랫폼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재정 모델을 수립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컨티뉴이티 케어는 단편적인 진료가 아닌 연계된 진료를 보상하는 통합형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디지털 헬스 도구와 진료 연계에 대한 임상의 교육 지원과 함께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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