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남서울대학교 교수)

[라포르시안] 고령화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 그리고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정책 확대라는 흐름 속에서 간호 인력의 역할도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간호사와 함께 간호인력으로 분류되는 간호조무사의 역할 확대와 교육 체계 개편,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지역 돌봄 현장에서 간호인력, 특히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간호인력의 교육 및 역량 강화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최근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는 건강관리 패러다임이 병원 중심에서 자택 중심으로, 질병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간호조무사 역시 지역사회 방문의료와 방문간호 영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교수는 “노인들은 의료기관까지 이동이 쉽지 않고, 통상적으로 만성질환을 포함해 2~3개의 복합 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질병 단위로 접근할 수가 없다”며 “그간 간호인력의 주된 활동 영역이 의료기관 또는 요양시설이었다면, 앞으로는 방문의료 및 방문간호 등 지역사회로 그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고령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주공간으로 의료서비스 제공 인력이 찾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방문의료에서 간호인력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사회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원팀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인력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간호인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통칭하는 용어인데, 방문의료 및 방문간호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반드시 한 팀으로 활동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의 간호 직무 역량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간호사와 비교해 그간 간호조무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낮았다”며 “동네 의원에서 만나는 대부분 간호인력이 간호조무사인데, 대다수 국민들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점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인식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제공하는 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간호조무사가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조무사 직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 핵심은 간호조무사 양성교육체계 개편과 보수교육 강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일차의료 강화 정책 흐름 속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 정립이 시급하며, 이런 일환으로 2년 교육 체계 구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주열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며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선 일차의료 간호인력의 83%를 차지하는 간호조무사의 직무능력 향상 방안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에 근거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양성교육과정이 간호사에 준하도록 강화돼야 한다”며 “특성화고 및 학원 중심의 1년 교육과정으로는 충분한 역량을 갖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사회에 의료·요양·돌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한다면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을 1년, 2년 과정으로 다양화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아직도 간호조무사가 독립적 역할 수행이 어렵다고 보는 관점이 있는데, 80만 이상 양성된 간호조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적 수행이 가능하도록 간호조무사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2년 양성과정을 신설하거나, 독립적 수행이 어렵다면 간호사와 한 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간호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에 간호조무사를 명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보건복지부의 각종 시범사업에는 간호인력으로 표현하거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함께 병기해야 한다”며 “내년 3월에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에서도 간호조무사가 빠져 있는데, 간호인력 또는 간호서비스 제공자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조무사의 근무 여건 개선도 필수 해결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현재 간호조무사 근무 여건이나 급여수준은 열악한 상태”라며 “일차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고려돼야 하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지역사회로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숙련된 인력은 이탈하고 신규 인력 중심으로 간호서비스가 제공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숙련된 인력이 의원급이나 요양병원, 그리고 지역사회 돌봄 현장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법률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의 지시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동일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간호조무사의 역할 확대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간호사를 충분히 대체할 만큼 숙련된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냐는 점”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요건을 갖춘 간호조무사들이 의료기관 외부의 지역사회 돌봄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각종 사업 담당 인력에 간호조무사를 반드시 명기해야 하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직역 간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제도적 조율도 요구했다.

이 교수는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함께 관련 TF를 구성해서 제도적 개선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쉽지 않겠지만,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먼저 대한간호협회에 TF 구성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국회, 보건복지부 등에 지원 요청을 하기를 기대한다. 간호인력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우선적 제도 개선 사항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간호인력이라는 틀에서 정부의 각종 시범사업에서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모든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 임상경력 3년 또는 5년에 복지부 공인된 관련 직무교육 이수자 자격을 갖춘 경우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다양한 지역사회 돌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이같은 방안을 우선 과제로 수행해야 하며, 이 외에 협회 내에 홍보전문가로 ‘간호조무사 사회적 인식개선 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하거나 구체적인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간호법 시행으로 간호조무사협회는 설립 52년 만에 법정단체 승인을 받아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다”며 “지금부터는 그 위상에 맞게 활동 방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간호조무사협회가 직접 ‘간호조무사 중장기 운영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간호조무사의 법적 지위, 교육 체계, 경력 개발, 역할 규정 등과 관련해 여러 정책방안이 제안됐지만, 산발적으로 단기적으로 추진되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종료됐다”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간호조무사 관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금 늦더라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중장기 추진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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