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응(Jonathan Ng) 오티소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

조나단 응(Jonathan Ng) 오티소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
조나단 응(Jonathan Ng) 오티소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은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산업이다. 병원 내 환자식, 약품, 소모품, 검체, 세탁물, 폐기물 등 방대한 물류량을 많은 인력이 일일이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약제·주사제·혈액·검체 등 운송 담당 간호사의 1일 이동 거리가 평균적으로 축구장 5배를 걸어 다니는 것과 같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은 간호사·의료 지원 인력을 대신해 비임상적이고 반복적인 물류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병원 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여주는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단순한 인력 대체에 머물지 않고 병원 물류 ‘자동화·데이터화’ 기반을 구축해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병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한다. 

병원식 배선카 전문기업 명세CMK(대표 김종섭)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12회 국제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5)에서 병원 물류 운송 로봇 ‘트랜스카’(TransCar)를 공개했다. 싱가포르 로보틱스 기업 오티소(OTSAW)가 개발한 트랜스카는 전 세계 약 20개국은 물론 싱가포르 공립 병원의 90% 이상에서 도입한 자동 유도차(Automated Guided Vehicle·AGV)로 최대 500Kg 하중의 트롤리를 자율 운반한다.  

라포르시안은 KHF 2025 현장에서 조나단 응(Jonathan Ng) 오티소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를 만나 싱가포르 사례를 중심으로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의 효용성에 대해 들어봤다.    

- 대한민국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싱가포르 기업 오티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인가. 

= 간략히 소개하면 오티소는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로보틱스 기업으로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병원 전용 자율주행 물류 운송 로봇 ‘트랜스카’로 잘 알려져 있다. 트랜스카는 병원 내 환자식, 침구, 세탁물, 폐기물, 각종 물품 등 무거운 물류를 연중무휴 365일 안정적으로 자율 운송하며 현재 20개국 50곳이 넘는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 트랜스카의 주요 기능과 장점은.

= 한국어로 “기본에 충실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트랜스카는 기본기에 충실한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이다. 병원 물류의 기본에 집중하고 이를 탁월하게 수행하기 때문에 20개국 이상 병원에서 신뢰받고 있다. 특히 트랜스카는 병원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대 500Kg의 ▲환자식 ▲침구 ▲의료 물품 ▲폐기물을 부서 간은 물론 층간 이동까지 수행하며 승강기를 이용해 사람들 사이를 안전하게 주행한다. 사전에 설정된 경로와 일정에 따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환자식 배달, 멸균 물품·약품 공급의 신뢰성과 시의성을 보장한다. 

뿐만 아니라 병원 리모델링이나 확장 때에도 시스템을 재프로그램해 손쉽게 확장·조정할 수 있다. 트랜스카는 병원의 ‘조용한 일꾼’으로서 늘 움직이고 지치지 않으며 언제나 필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한다. 또한 기회 충전(opportunistic charging)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업무가 없을 때 자동 충전돼 최대 8시간 이상 연속 운행할 수 있다. 전 세계 20개국 이상 병원에서 도입했다는 점은 트랜스카가 병원 물류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잘 보여준다.   

병원 물류 운송 로봇 '트랜스카'(TransCar)
병원 물류 운송 로봇 '트랜스카'(TransCar)

- 미국 아이톤(Aethon)社 터그(TUG)·스위스로그 헬스케어(Swisslog healthcare)社 내비봇(NaviBot)·릴레이(Relay)와 비교해 트랜스카의 차별화된 특징과 경쟁력은.

=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은 각각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오티소는 병원 물류를 위한 트랜스카의 기본기를 완벽히 다듬는 데 집중했다. 트랜스카는 최대 500Kg 하중의 트롤리를 365일 자율 운반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 10년 이상 운행이 가능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15년이 넘게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중량 물류 운송 로봇 대부분이 전방 주행 방식이라 방향 전환 때 제자리 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는 수천 번 반복되면 바닥과 바퀴가 빠르게 마모된다. 반면 트랜스카는 전·후진 모두 가능한 양방향 주행 설계로 최소 1.8m 공간에서도 방향 전환이 가능해 마모율을 줄였다. 마치 축구선수가 장기간 뛰기 위해 기본기인 ‘달리기’로 꾸준히 다듬는 것처럼 트랜스카 역시 물류의 기본기를 충실히 갖춰 병원 운영을 원활하게 하고 수명 또한 길게 보장한다.

오티소는 아시아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싱가포르인 CEO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실제 병원 운영에 최적화된 트랜스카를 설계했다.

- 한국의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간호사 등 인력이 약품·혈액·검체를 검사실 또는 진단검사의학과 등 각각의 필요한 장소로 옮겨야 하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물류 운송 로봇은 인력의 비의료적 업무를 분담 또는 대체함으로써 의료진이 환자 진료·간호에 더 집중하고 병원의 효율적인 인력 배치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은 의료기관에 어떤 효용성을 제공하나.

= 오티소는 오랫동안 헬스케어 분야에 몸담으면서 각국의 의료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많은 병원, 특히 한국처럼 선진 의료 체계에서는 전체 물류 작업의 약 80%가 ▲환자식 ▲침구 ▲의료 물품 ▲폐기물 등 무거운 운송이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약품이나 서류·소형 검체 운송으로 비교적 자동화가 쉽다. 많은 소형 로봇이 이 영역에 집중하는 이유다.  

반면 트랜스카는 최대 500Kg 중량의 물류를 운송하며 부서 간 또는 층간 이동을 수행하고 연중무휴 안전하게 자율 운행한다. 즉 더 힘들고 인력 자원 소모가 큰 80%를 해결하는 것이다. 병원은 이를 통해 인력을 환자 진료에 재배치할 수 있고, 피로도를 줄이며 진정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단기간 내 ROI(투자 대비 효과) 실현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창출된다. 물류 운송 로봇을 통한 병원 물류 자동화는 비용·시간·인력 절감을 통해 운영 성과를 직접적으로 개선한다. 오티소는 소형 운송 로봇과 트랜스카처럼 대형 물류 로봇을 모두 보유해 병원 상황에 맞는 복합적 운영을 지원한다. 진정한 ROI는 병원 내 무거운 물류 운송을 자동화할 때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 트랜스카는 싱가포르 공립 병원의 90% 이상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 트랜스카 도입 후 간호사 업무시간 단축 등의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 먼저 재정적 성과 측면을 살펴보면 싱가포르는 인건비가 높고 관련 인력 채용도 쉽지 않다. 더욱이 채용·교육·이직 관리 비용도 추가되는데, 트랜스카는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절감된 예산은 다시 병원 운영에 활용됐다. 

운영적으로는 배송 신뢰성과 정시성이 확보되고 일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병원 물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의료진은 더 이상 무거운 카트를 밀어야 하는 힘든 환경에 놓이지 않게 됐다. 이미지 측면에서도 트랜스카를 도입한 병원은 환자에게 혁신 기관으로 인식되고, 일부 병원은 도입 후 생산성·혁신 관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트랜스카 1대는 최대 3명의 직원 업무를 지원해 이들을 더 의미 있는 역할로 재배치하거나 로봇 운영을 감독할 수 있게 한다. 병원은 보통 50년 이상 운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는 만큼 트랜스카와 같은 물류 운송 로봇은 장기적인 병원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미래 대비 전략이 된다.

- 싱가포르는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전략에 따라 스마트 병원 모델을 추진하면서 의료기관의 자동화·로봇화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물류 운송 로봇 도입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정책 지원 배경은.

=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 지원은 실질적인 필요와 장기적인 국가 전략에서 비롯됐다. 첫째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 싱가포르는 만성적인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외국 인력에 의존하는 것은 고비용이 들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물류 운송 로봇을 통한 비임상 업무 자동화는 간호사가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고령화·저출산 문제다. 무거운 카트를 밀거나 반복적인 물류 업무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지 않는 직무다. 이 때문에 간호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셋째 감염관리의 필요성이다. 물류 운송 로봇은 불필요한 인적 이동과 접촉을 줄여 교차 감염 위험을 낮추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중요해졌다.

넷째 환자 경험 개선이다. 의료진이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에서 해방돼 환자 돌봄에 집중하면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 품질과 치료 결과가 향상된다. 세계 각국은 병원 물류 운송 로봇 도입을 지지한다. 다만 관건은 병원 차원에서 누가 먼저 도입하느냐이다. 선도 병원이 먼저 변화를 보여주면 정부도 효과를 확인하고 지원을 가속화할 것이다. 반대로 병원이 정부 지원만 기다린다면 발전이 지연되고 뒤처질 위험이 있다. 

가장 앞서가는 병원은 자동화와 효율화 투자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회복력 확보 전략으로 인식한다. 병원 물류 운송 로봇을 도입하는 것은 현재의 비용·인력 문제 해결뿐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의 대비이기도 하다.

- 한국의 의료기관은 물류 운송 로봇 도입이 더딘 편이다. 이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 기존 병원 구조와의 불일치, 인력·업무 프로세스 변화에 대한 저항, 수가 등 지원 체계 부재, 법·제도적 제약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조건 아래서 오티소와 명세CMK는 한국 시장에서 어떠한 영업·마케팅 전략을 펼칠지 궁금하다.     

= 한국 시장에서 비용·인프라·보상 체계 등이 현실적인 도전 과제인 점은 맞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인구 고령화 ▲의료비 상승 ▲인력 부족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병원이 자동화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할지’이다. 가장 현명한 접근은 작게 시작하되 분명한 목적을 두고 단계적으로 내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병원 직원들이 물류 운송 로봇을 위협이 아닌 동반자임을 체감한다면 정책·수가·인프라 등도 뒤따라 정비된다.

싱가포르 사례를 보더라도 먼저 도입한 병원이 기준을 세우면 결국 의료 체계 전체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미래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먼저 도입한 병원은 잃을 게 없다. 비용 절감, 효율성 향상, 미래 대비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

특히 트랜스카는 이미 20여 개국에서 입증된 시스템인 만큼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오티소와 명세CMK는 한국 의료기관들이 물류 자동화의 첫걸음을 내딛도록 돕고 싶다. 병원 종사자들과 트랜스카의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해외 병원 운영 사례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싱가포르 병원을 방문해 트랜스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IP 투어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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