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근(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

[라포르시안] 최근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이익의 손실’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의료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있다. 논란의 핵심을 사실 중심으로 정리하고, 제도 정상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단검사의학은 환자의 혈액·조직·체액 등 검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핵심 의료행위다. 단순한 분석 서비스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의 출발점이며, 전체의료 의사결정의 약 70%가 검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질병관리청과 협업하여 PCR 검사체계의 신속 구축과 품질관리를 주도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을 통해 진단기기 산업화 기반을 확립하며 방역과 산업화 양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기여했다. 이는 진단검사의학이 국민건강 증진과 의생명산업 발전의 중심축임을 보여준 대표 사례이다.

최근 제도 개편 논의의 배경이 된 검사비 할인 경쟁과 정산 구조 왜곡은 모든 진료과의 일반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일부 진료과 외의 다수의 진료과에서는 위탁검사 규모가 크지 않아 동일한 수준의 할인이나 정산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복지부 또한 “제도 개선의 초점은 특정 진료과 전체가 아니라, 일부 기관의 비정상적 할인·정산 관행”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은 검체검사 제도 개편의 핵심을 ‘정확하고 공정한 검사체계 확립’으로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는 “검체 운송·정산 과정의 제도 미비로 생긴 문제를 바로잡고, 질 관리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즉, 이번 개편은 수탁기관 관리 강화와 함께 검사 질 확보, 환자 안전 강화, 공정 경쟁 질서 확립 위한 제도적 조정이며, 의료자율권 침해나 필수의료 축소와는 무관하다.

‘필수의료 붕괴’ 주장은 사실과 달라

복지부는 위탁검사 정산 구조의 왜곡을 바로잡아 절감된 재정을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영역에 재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개편은 특정 진료과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반의 균형 발전과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위한 조치다. 

검체검사는 환자에게서 얻어진 검체를 다루는 의료행위로서, 법적으로 인정된 의료기관 간의 합법적 위탁 구조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검체 수거·운송은 감염 위험을 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의 관리·감독 아래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위탁 시에는 반드시 환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검사의 질 저하와 감염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현장진단(POCT, Point-of-Care Testing) 기술의 발전으로, 개원의에서도 혈당·신장기능 등 주요 검사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검사보고 시간을 단축시켜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위탁검사 비중이 높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만족도, 진료 효율성 제고 및 수익 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진단검사의학회는 정부·의료계·국민과 함께 투명하고 과학적인 검사 환경을 구축하여, 의료행위의 본질적 가치와 신뢰성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는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체계의 핵심 요소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검체검사는 의료행위이며,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아래, 환자 안전과 검사 질 향상, 환자 안전과 K-의료미래 발전을 위해 제도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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