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약사법에 수급불안정약 관리 규정 담아...성분명처방 의무화 법안 불필요”
약업계 “성분명 처방 막을 수 없을 것…의료계도 저지보다 완충 생각해야”

[라포르시안] “성분명처방 논란의 시작은 민관위원회가 지정한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성분명 처방을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은 장종태 의원의 법안 발의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공포된 약사법 개정안에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를 설치하고 관리토록 규정한 만큼, 장 의원의 법안은 필요없어진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 이주병 성분명처방저지위원장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지난 9월 2일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설치하는 약사법 일부개정안과 민관협의체가 지정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을 처방할 때 처방전에 성분명을 기재해야 하고, 이를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도 담았다.

의협은 해당 법안에 대해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면서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법안은 과잉입법으로, 의약분업 20여 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이자 의약분업 파기 선언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범대위 산하에 성분명처방저지위원회를 설치하고 해당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1일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안정 방안을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를 설치토록 했다. 협의회는 식약처 차장과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을 공동 의장으로 하며, 의료계·약업계·제약업계·환자단체 등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협의회를 통해 필수의약품 지정 및 해제, 공급 대책,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고, 필요 시 제약사나 수입사에 생산 확대를 요청 가능케 하며, 복지부 장관이 약국·도매상·의료기관 등에 유통 개선 협조를 요청하도록 규정했다.

의협 범대위 이주병 성분명처방저지위원장은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장종택 의원 법안의 문제점 중 하나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서 민관협의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장 의원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를 해야 수급 불안정이 해결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의료법에 담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병 위원장은 “그런데 지난 11월 11일자로 공포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을 살펴보면 85조에 국가 필수의약품 안전공급 협의회 설치를 담았다”며 “국가필수의약품 및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일시적인 수요 증가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해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게 된 의약품을 중앙행정기관이나 관련 기관·단체 등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법안은 장경태 의원이 지적한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 것이고, 결국 장 의원의 법안 자체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업계에서는 협의체나 협의회 등 구조적 문제보다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본질적 정의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고 있으면, 진단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처방할 것인가 같은 의문이 생긴다”라며 “수급 불안정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설정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 설정돼야 대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안은 정부가 내놓고 업계가 다듬는 과정이 필요한데, 정부는 방관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향성은 맞다. 중요한 것은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행정부가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수급 불안정은 수요 폭증이나 공급 부족 때문에 생기는데 이런 상황들은 여러 경우의 수가 있는 만큼, 행정부가 이를 얼마나 실현 가능한 구체적 정책으로 구현하느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장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성분명 처방 품목이 도미노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의협에서는 장종태 의원 법안을 막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며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약은 성분명 처방이 되고, 어떤 약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곤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이 실시되고 성분명 처방에 대한 이해가 사회 저변에서 확산되면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성분명 처방 약들이 도미노처럼 넘어가는 걸 우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업계는 성분명 처방 활성화가 결국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약사회가 의약품 편의점 판매를 30년 동안 막아봤지만 결국 실패한 것처럼 성분명 처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거스럴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르고 정보량도 많아진 만큼 성분명 처방 시기는 빨리 올 것”이라며 “의료계가 막무가내식으로 이를 지체시키려고 하는 것보다, 정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 완충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