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천(KOTRA 파라과이 아순시온 무역관장)
[라포르시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약 84개국 131곳에 달하는 해외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흔히 ‘21세기 보부상·무역 외교관’으로 비유되는 해외무역관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대한민국 기업의 수출과 해외 시장 진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가운데 ‘남미의 심장’으로 불리며 브라질·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8%를 차지하는 중남미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평가받는 파라과이에는 ‘K-의료기기’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아순시온 무역관이 있다.
2012년 11월 15일 개관한 아순시온 무역관은 관장을 포함한 3명의 글로벌 스태프가 파라과이 정부의 중점 육성 산업인 ▲의료·바이오 ▲전력인프라 ▲방산·치안 ▲농업을 주요 타깃으로 관련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및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의료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국내기업과 함께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바이어 응대 프로세스와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2~3년간 주파라과이 대한민국 대사관(이하 대사관)과 원팀으로 파라과이 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국가위생감시처 등 정부 기관과 핵심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K-보건의료를 홍보해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힘썼다.
이에 힘입어 한국산 의료기기는 우수한 품질·가격경쟁력과 함께 대사관·아순시온 무역관의 대정부·공공분야 활동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파라과이에서의 입지가 공고해 지고 있다. 라포르시안은 김동천 아순시온 무역관장을 만나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한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 때 고려할 점을 들어봤다.

- 아순시온에서는 현대·기아차와 대형 쇼핑몰 내 삼성·LG 매장을 쉽게 볼 수 있다. 파라과이에서 수입하는 한국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들 제품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최근 3년간 대한민국 관세청 기준 한국산 제품은 약 1.8억 달러가 파라과이에 수출됐다. 상위 품목을 차지하는 품목은 ▲승용차 ▲자동차·화물차 부품 ▲의료기기 ▲합성수지 등으로 파라과이 전체 수입 규모의 약 1% 내외로 볼 수 있다. 파라과이 바이어나 일반 대중은 한국 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품질은 좋지만 다소 가격이 높다”고 인식한다. 이 가운데 의료·제약, 자동차부품 등 한국산 인지도가 확실히 높은 분야에서는 중국산·인도산 대비 선호도가 높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파라과이에서도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K-푸드·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러한 소비재를 찾는 수요가 커졌다. 이는 여타 중남미 국가 트렌드와 비슷하게 신규 한식당 개점 및 취급 품목 수 증가에서도 알 수 있다.
- 1962년 수교를 맺은 한국과 파라과이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 주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KSP) 중 하나인 ‘파라과이 의료산업 발전 방안 및 인증제도 컨설팅’ 연구과제를 계기로 국내 의료기기·제약사의 현지 시장 진출과 양국 규제기관 협력 방안을 모색해 왔다. 나아가 파라과이 정부는 지난해 한국을 ‘고위생감시국’으로 인정하는 법 개정도 공포했다. 파라과이는 한국 의료기기·제약사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 파라과이는 지정학적 이점이 있는 국가다. ▲메르코수르(MERCOSUR) 역내 무관세 혜택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볼리비아와의 지리적 인접성 ▲외국 투자기업에 우호적인 기업환경 ▲역내 바이어 간 네트워크 등 요인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타 인접국 대비 현지 진출 또는 수출 때 유리하고, 인근국으로의 수출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파라과이는 한국 의료기기·제약사·바이오 기업에 틈새시장이자 일종의 테스트 베드 국가로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및 글로벌 기업 진출이 많이 이뤄진 브라질과 비교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판단된 한국산 의료기기가 브라질 대신 파라과이로 먼저 수출된 사례도 있다. 미래컴퍼니의 수술 로봇이 대표적이다. 이는 동종제품의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산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작년에 중남미 최초로 미래컴퍼니 수술 로봇의 수출이 이뤄져 파라과이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병원에 설치돼 지난 4월 시범 수술까지 완료됐다.
파라과이의 의료기기 바이어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바이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의료기기 행사에 브라질·아르헨티나의 의료진이나 바이어가 참석하기도 한다. 물론 국가별 의료기기 인허가 등록 절차는 별도로 진행해야 하지만 파라과이에서 레퍼런스를 구축하면 브라질을 비롯한 인근 국가에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특히 파라과이는 보건의료 분야를 중점 지원 분야로 지정해 투자 확대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민간 분야에서도 신규 의료기술 확충에 나서고 있다. 파라과이는 한국 제품에 대한 품질 신뢰도가 높아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고, 공공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한국산 의료기기·의약품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의 특징과 향후 성장 잠재력은 어떻게 보나.
=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은 정부 입찰 비중이 약 70%를 차지하는 공공 조달 중심 체계로 최근 10년간 발주액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방사선 진단기 ▲환자모니터링 장비 ▲진단·치료기기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며,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 확대와 디지털 헬스 전환에 따른 시장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공공병원 위주의 의료체계 확대 및 국민 의료수준 향상을 도모하는 파라과이 정부의 보건의료 강화 정책을 고려하면 중저가 의료기기·필수장비 중심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의료보험시장을 타깃으로 현지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공급하거나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파라과이 경제 및 인근국으로의 수출 가능성을 검토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 또는 현지 법인을 통한 인근 국가 수출 전략도 의미가 있다.
610만 명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 자체는 타국 대비 작고 협소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은 고령인구의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와 타국에서 유통되는 고가제품과의 경쟁이 가능한 가성비 품목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는 만큼 작지만 무시하지 못할 시장이다.
- 2020년 김선태 무역관장 시절 아순시온 무역관은 파라과이 복지부에 한국산 의료기기의 현지 공공 조달 시장 진출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산 의료기기는 아순시온 무역관이 선정한 집중 지원 품목 중 하나였다. 한국산 의료기기는 파라과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나.
=코트라 해외무역관 주요 바이어들의 피드백에 의하면 한국산 의료기기는 ‘정밀도·안정성·내구성’ 측면에서 유럽·미국산과 견줄 수 있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가격경쟁력도 있다는 평가다. 또한 유럽 CE·미국 FDA 등 주요 국제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 많아 글로벌 기준을 충족함은 물론 파라과이 국가위생감시처(DINAVISA) 인허가 절차에서도 경쟁 우위가 있다. 한국산 의료기기는 이러한 강점 때문에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순시온 무역관은 지난 5년간 의료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국내기업과 함께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바이어 응대 프로세스와 체계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또한 단발성 판매에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도 진행해 한국 기업의 유지 보수·소모품 공급 등 후속 대응이 이뤄지도록 가교역할을 해왔다. 이는 파라과이 공공 조달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아순시온 무역관은 최근 2~3년간 대사관과 원팀으로 파라과이 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국가위생감시처 등 정부 기관과 핵심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K-보건의료를 홍보해 국가 브랜드 제고에 힘썼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인지도 및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한국산 의료기기는 우수한 품질·가격경쟁력과 함께 대사관·아순시온 무역관의 대정부·공공분야 활동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파라과이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차 공고해지고 있다.
-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은 저가의 중국·인도산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 의료기기가 가격경쟁력을 갖기란 요원해 보인다. 어떠한 제품이 파라과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은 중국·인도산 저가 제품이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의료소모품과 같이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는 품목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주요 구매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내구성 부족 ▲품질 편차 ▲사후관리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실사용 현장에서 신뢰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중·고가 의료기기 제품군은 꾸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지 의료진의 만족도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은 장비 공급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기술교육 ▲현지 파트너와의 연계 ▲체계적인 사후관리 등 통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격 위주의 단순 경쟁이 아닌 신뢰 기반의 시장 진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국산 의료기기는 ‘합리적인 가격대·고품질 제품’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파라과이 의료계에서 형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 확대와 공공 조달 진출에도 유리한 기반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파라과이 시장 진출을 꾀하는 한국 의료기기 기업에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나.
= 아순시온 무역관은 ▲수출직결형 시장정보 작성·배포 ▲유효 인콰이어리(Qualified inquiry) 접수·전파 ▲적격 바이어 매칭 지원 ▲현지 의료기기 인허가 등록 ▲수입절차 등 수요 파악부터 성약 후속 관리까지 전방위 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한 파라과이 복지부·국가위생감시처 및 바이어와의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수출과 직결되는 정보를 입수하고 해외경제정보드림·바이코리아 사이트 등을 통해 해당 정보를 즉각 전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파라과이의 한국 고위생감시국 인정과 관련한 해외 시장 뉴스 및 글로벌 이슈 모니터링 정보를 신속히 배포해 국내기업들로부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순시온 무역관은 또한 ▲바이어 발굴 ▲공공입찰 대응 컨설팅 ▲현지 제도 변경 모니터링 등을 통한 시장 진입은 물론 바이어와의 1:1 온라인 상담회와 한국 및 인근국에서 열리는 의료기기 전시회의 파라과이 바이어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파라과이 의료기기 유통업체·병원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국내기업과의 1:1 비즈니스 상담을 주선하고 제품 시연·기술 소개 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계약 성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일회성 지원 외에도 지사화사업 및 중견글로벌지원사업을 통해 반년에서 1년간 ▲현지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유통채널 연결 ▲인허가 자문 등 파라과이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기업별 맞춤형 전략 수립이 가능하도록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순시온 무역관은 이를 통해 올해 한국 기업의 ▲X-ray 부분품 ▲자동제세동기 ▲의료소모품 ▲항암제 등 다양한 제품의 파라과이 공공 입찰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대사관과 협력해 ‘메디컬 코리아’ 사업을 통한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과 제품을 홍보하고 공공기관·병원과의 교류 확대를 지원해 한국 의료기기의 신뢰도·인지도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 한국 의료기기의 파라과이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협력 사업이 있다면.
= 한국과 파라과이는 대사관의 보건의료 외교 노력과 양국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KSP) 중 하나인 ‘파라과이 의료산업 발전 방안 및 인증제도 컨설팅’ 연구 프로젝트 성과를 토대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파라과이 정부가 한국을 고위생감시국으로 인정하면서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과 의료기기 수출이 더욱 유리해졌다.
이에 아순시온 무역관은 ‘유망 의료기기 분야 및 수출 전략 보고서’(가칭)를 발간하고 유관기관과 협업해 파라과이 바이어와 한국 기업 간 온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는 마케팅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라과이 정부기관·바이어 등 심층적인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 한국 의료기기의 현지 수출을 위한 절차·방법에 대한 정보와 함께 어떤 품목이 간소화된 절차의 수혜 대상인지와 현지 수요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향후 해당 보고서가 파라과이 의료기기 분야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과 관련 협회·단체에 배포되면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순시온 무역관은 또한 올해 하반기 열리는 대사관·한국보건산업진흥원 협력 사업인 ‘2025 메디컬 코리아’를 통해 파라과이 바이어와 한국 기업 간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접점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는 한편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과 협력해 내년 5월에 열리는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의료기기전시회(Hospitalar 2026)에서 파라과이 바이어와 한국 기업과의 수출 상담 매칭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에 한국 기업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한 주요 파라과이 바이어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하다. 단순한 일회성 납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 운용 전문가나 임상 경험이 있는 의료인 등을 단기적으로 현지에 파견해 현장 밀착형 기술 지원·운용 교육 등 역량 강화 활동을 병행할 때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라과이 의료인 및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초청 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국산 의료기기의 현지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순시온 무역관은 파라과이 내 대사관·코이카 등 유관기관과 더욱 긴밀히 협업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파라과이 시장 진출 때 고려해야 할 점은.
= 우선 파라과이의 제도적 요인과 시장 환경 및 운영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지 인증 제도와 공공 조달 입찰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는 시장 진입의 필수 요건일 뿐만 아니라 향후 공공분야 납품을 위한 기반이 된다. 신속한 사후관리 체계 구축과 경험 있는 현지 파트너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부분의 입찰이나 민간 분야에서의 대규모 납품은 현지 파트너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해당 파트너와의 신뢰 확보와 장기적인 관계 유지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더불어 단순히 물품을 납품하는 관계가 아닌 기술교육, 실사용자 한국 방문 또는 기술자 현지 파견을 통한 역량 강화 교육 등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밖에 파라과이에서는 첨단 장비보다 운용이 간편하고 실용성이 높은 의료기기 수요가 큰 편이고, 제품의 경우 스페인어 사용자 인터페이스·전기 규격 등 환경에 맞춘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사관·아순시온 무역관·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협력 사업과 연계하면 공공시장 진입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브랜드 신뢰도 제고와 함께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정부 기증 및 국제협력 또한 현지 초기 진출을 도모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