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석(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라포르시안] “장기화된 의정 갈등 속에서 가장 큰 위기 요인이라면 의료계의 분열과 국민 신뢰 상실을 꼽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가 국민의 신뢰 회복과 의료 제도의 복원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의정 신뢰 회복과 교육·수련 연속성 보장, 필수의료 보상 강화, 법적 안전망 마련이 핵심 과제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최근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1년 7개월에 걸친 의정갈등으로 인한 여파와 향후 쟁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황규석 회장은 “승자 없는 패배만이 남았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잠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진짜 사라진 것이 아니다"며 "의대 증원은 물론 공공의대, 지역의사 선발이 당연시 되는 것을 넘어 원격의료, 주치의제, 지불제도 개편, 사후통보 약사법 개정, 문신사법과 같은 근본적으로 의료시스템을 바꾸는 정책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정책적 변화 이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료계가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 직역별·세대별로 의견이 달라지고 같은 직역 안에서도 갈등이 심화된 점”이라며 “특히 본과 4학년과 24학번의 피해가 심각하다. 14만 의사들이 선후배,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써 그 어느 직역보다 끈끈했던 공동체가 착취와 지배라는 갈등 구조로 분열되고, 존경받던 의사의 신뢰가 사라지고 사익만을 좇는 집단으로 오해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약사법은 처방권이라는 ‘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구멍의 시작인 만큼 환자 선택권 보장과 대체조제 불가약품 표기 운동이 필요하다”며 “비대면진료는 대면 진료 원칙을 전제로 재진·취약계층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약 배송이 제외된 원격진료는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황 회장은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최소 11년 이상 걸리고, 첫 공공의사가 나오려면 15년은 필요하다”며 “그 시점에는 의사 과잉 상태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력 증원이 아니라 효율적 배치이며, 수련 정원·보상·정주 여건이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역의사제·공공의대는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의료계의 근본 문제는 고질적 저수가에 있다”며 “본질적 개선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정부와의 대화 재개와 관련해 황 회장은 ‘인사가 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와 소통을 하려면 정부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설득할 수 있는 인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 1년 7개월의 갈등은 정부 의지만으로 정책이 실현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의료정책은 반드시 교육부, 기재부, 국방부 등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체계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데이터 기반의 공론화와 추계에 따라야 하고, 교육·수련 복원과 필수의료 보상, 법적 안전망을 함께 묶어 패키지로 추진해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무너진 교육과 수련 체계 복원, 국가 필수 의료 인력의 정상적 수급, 젊은 의사들의 귀환에 대한 존중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한 우선순위로 고려돼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 연속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고, 학생들의 압축 수업과 전공의들의 압축 수련은 특혜가 아니라 정상화를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는 특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며 “열악한 수가 개선과 국고지원 20% 이행도 반드시 필요하다. 2024년 미지급된 10% 추가 지원금 약 10조 원이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 해결, 의료행위 법적 책임 완화 준비금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의료사태 대응에 최선을 다했으며, 앞으로 젊은 의사들의 정책 참여와 수련 연속성 보장에 매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회장은 “의료사태 초기 서울지역 수련병원의 진료시스템 위기가 있었지만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개원의들의 전공의 지원, 서울시의사회 결정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통해 정부의 압박을 견딜 수 있었다”며 “서울시의사회는 종주 단체로서 집회와 성금 모금 등에 가장 선도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 고충 대응팀을 통해 민원·법률 상담을 지원했고, 정부에는 의료현장에 필요한 현실적 보상체계를 요구했으며, 재난 시 의료봉사단 파견, 각 구 의사회와 협조해 사직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황 회장은 “지난 1년 7개월은 의료계엄과 같았다”며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저항은 단순한 집단행동이 아니라 왜곡된 정책과 의사 악마화에 대한 최후의 저항이었다. 그 정당성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더 심해질 정부 압박에 맞서 국민 건강 수호와 의료계 발전을 위해, 14만 의사들이 교수,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 모든 직역을 하나로 화합해 과거의 끈끈했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며 “서울시의사회는 의사의 자존감을 되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의업에 임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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