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지역의사 양성·지원법' 의결
의사면허 취득 후 지역 공공병원서 10년 의무근무
"지역 필수의료 분야서 예측 가능한 의료인력 확보 가능"

[라포르시안] 지역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할 의사를 선발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앞서 복지위는 지난 1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지역의사 양성 관련 4건의 법안(김원이·박덕흠·강선우·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안)을 병합심사해 수정대안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이번에 복지위를 통과한 지역의사 양성법은 의대 정원 중에서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뽑아 의사면허 취득 후지역 내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선발전형의 일정 비율은 해당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로 선발토록 하고, 선발 적용지와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선발규모는 2027년부터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정하게 된다.
지역의사 양성법에 따라 선발된 학생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학비지원을 받아 졸업한 뒤 조건부 의사면허를 받게 되고, 해당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해야 한다. 근무시 병역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전공의 수련기간은 조건별 인정기준을 마련해 복무지역 내에서 필수과목을 수련할 경우 의무복무 근무기간으로 전부 인정된다. 복무지역 내에서 기타 과목과 인턴을 수련하면 절반만 산입된다. 복무지역이 아닌 곳에서 수련하는 기간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
의무근무 대상자가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불응 시 1년 이내에 면허정지가 가능하다. 면허정지 3회 이상의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되고, 의무 복무 잔여기간 내에는 면허 재교부도 금지된다.
국가와 지자체는 지역의사가 복무 중 주거지원, 직무교육, 경력개발, 해외연수 지원 등을 하고, 복무 완료 후 지역 내 의료기관 우선 채용과 의료기관 개설 지원 등의 규정도 담았다. 지역의사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의사에 대한 경력 개발 등 지원 업무를 맡도록 했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재원 마련에 대한 사항은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에서 다루기로 했다.
한편 의료계는 지역의사제의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고, 정책적 실효성을 갖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지난 17일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정회'에서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를 법적 강제력의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10년 동안 어떤 전문과목의 역량을 어떻게 쌓게 할 것인지, 어떤 필수의료 역량을 지역에서 발휘하게 할 것인지, 어떤 긍정적 경험과 보람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 논의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거나 특정 지역에 장기간 복무를 부과하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지역에서 중증·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체계의 복원, 즉 지역의료 신뢰 회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사제가 작동하려면 필수의료 공급기반이 먼저 갖춰져야 하며, 이를 반영한 법적·행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기반을 공공기관에 한정하지 않고 역량을 갖춘 민간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측면에서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지역의사제가 공공성을 갖추고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인력 양성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영수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는 공청회 진술에서 "지역의사제는 지역 출신·지역 연고 중심 선발로 지속 근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검증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교육단계부터 지역사회 기반 학습을 포함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은 지역의 질병 구조, 사회문제, 주민 관계를 경험하며 의료를 ‘서비스’가 아닌 ‘공공책임’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배출'이 아니라 공공성을 내면화한 인력 양성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역의사제는 단순한 인력 정책이 아니라 ‘건강 관계 회복 정책’으로 볼 수도 있다"며 "지역의사 양성은 초기 투자비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예측 가능한 의료인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력 순환 · 공공의료 붕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